시진핑, 당 총서기 3연임…"중화민족 위대한 부흥 실현"

習측근 4인 지도부 신규진입, 친정 강화…"중국 특색 사회주의 새로운 장" 자평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재선출, 집권 3기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덩샤오핑 시대 이후 처음으로 중국 최고지도자가 10년 이상의 장기 집권을 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

시 주석은 선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새로운 장을 쓰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열성적으로 일에 몰두하고 책임지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전날 폐막한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중앙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이때 선출된 중앙위원들이 이튿날 연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총서기직을 다시 맡았다.

시 주석은 지난 2012년 제18차 당대회에서 집권했고,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재선출된 데 이어 이번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하게 됐다.

현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중국 초대 주석으로 30여 년간 집권한 마오쩌둥(모택동) 전 주석과, 마오 사후 1977년부터 1989년까지 중국의 1인자였던 덩샤오핑 전 주석에 이어 3번째로 긴 임기를 맡게 되는 셈이다. 향후 5년 임기를 다 채운다면 공식 재임 기간으로는 오히려 덩샤오핑보다 더 길어진다.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들은 모두 10년 임기를 마친 후 연임을 하지 않았고, 이는 공산당 정치 엘리트에 의한 중국식 집단지도체제가 정착되는 수순으로 해석됐다. 따라서 시 주석의 3연임은 집단지도체제가 다시 1인 통치 체제로 돌아가는 조짐으로 풀이되고 있다.

시 주석은 내년 3월 양회, 즉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및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계기에 국가주석직도 3연임을 확정지을 전망이다.

특히 중국 최고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7인에는 시 주석 외에 리창(63) 상하이시 당 서기, 차이치(67) 베이징시 당 서기, 딩쉐샹(60) 당 중앙판공청 주임, 리시 (66) 광둥성 당 서기 등 시 주석의 측근 그룹 4인이 새롭게 진입했고, 기존의 왕후닝·자오러지 상무위원이 연임되면서 시진핑 파벌 일색이 됐다.

신규 진입한 리창 등 4인방은 이른바 '시자쥔(習家軍)'이라는 시 주석 측근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시자쥔은 '시 주석의 가병'이라는 뜻으로, 중국 역사에서 유명한 장군들이 거느린 사적 무력집단에 빗댄 말이다. 송나라 때 악비의 악가군, 명나라 때 척계광의 척가군 등이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있다.

이 가운데 리창 서기는 신임 상무위원 기자회견 때 시 주석의 바로 뒤에 서서 입장함으로써 당내 2인자로 급부상했다. 이로 미루어볼 때, 리 서기는 내년 양회 때 리커창 현 총리의 뒤를 이어 차기 총리로 지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리창 다음부터는 자오러지, 왕후닝, 차이치, 딩쉐샹, 리시 순으로 서열 정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중국 지도부의 서열에 대입하면 자오러지는 전인대 상무위원장, 왕후닝은 정협 주석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차이치는 당 중앙서기처 서기, 리시는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로 이날 직함이 확정 발표됐다. 딩쉐샹은 차기 부총리로 임명될 것으로 전해졌다.

상무위원 7명을 포함한 정치국원 24명 전체를 봐도 황쿤밍 당 중앙선전부장, 천민얼 충칭시 당 서기, 장여우샤 중앙군사위 부주석,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등 시 주석의 측근들이 다수 포함됐다.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정치국원에 새로이 진입해, 기존 양제츠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의 자리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양제츠는 이번 중앙위원 명단에서 빠졌다.

반면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파의 차세대 주자로, 차기 총리직에 점쳐졌던 후춘화 부총리는 상무위 진출에 실패한 것은 물론 중앙정치국 위원으로도 뽑히지 못했다. 통상 총리직은 부총리 경험자들 가운데 뽑혀 왔다는 점에서, 후 부총리 대신 리창 서기가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현 상황은 후 부총리 입장에서 보면 이중의 타격인 셈이다.

공청단뿐 아니라 상하이방 인사들도 이번 당대회 및 1중전회에서 눈에 띄는 요직을 차지하지 못했다. 공청단은 후진타오 전 주석의, 상하이방은 장쩌민 전 주석의 파벌이다.

이와 관련, 지난 22일 폐막한 당대회 때 후 전 주석이 행사 도중 수행원들에게 이끌려 퇴장하는 모습이 외신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카메라에 잡힌 영상을 보면 후 전 주석은 폐막식이 시작할 때는 자리에 앉아 있었으나, 양복을 입은 한 관계자가 다가와 말을 건네자 마지못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후 전 주석은 나가면서 시 주석의 어깨를 툭툭 치며 뭐라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 영상은 중국 관영매체나 중국 내 SNS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외신에 공개된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미 <뉴욕타임스>는 "많은 의문을 남겼다"는 제목을 달았다. 그러면서 중국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이같은 장면 자체가 시 주석의 의도에 따라 연출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을 전했다.

반면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각본에 없었던 돌발 사건"이라며 "온라인에서 많은 의구심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2일 밤 영문 트위터 계정에서 "후 전 주석이 폐막식 도중 몸이 좋지 않아 수행원이 그의 건강을 위해 옆방으로 데리고가 쉬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트위터 접속을 차단하고 있어 이 해명조차 중국 국내에서는 볼 수가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공산당 총서기 및 정치국 상무위원회(상무위) 구성원을 뽑는 당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마친 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임 상무위 기자회견장에 리창, 자오러지, 왕후닝, 차이치, 딩쉐샹, 리시 등(시 주석 뒤부터 순서대로) 새 최고지도부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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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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