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나흘째 폭격…"우크라 나토 가입 땐 3차 대전" 경고

유엔총회서 러 불법합병 철회 결의안 채택…나토, 우크라에 방공 무기 지원 발표

러시아가 나흘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 주요 도시를 폭격한 가운데 유엔(UN)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불법 병합"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러시아의 점령지 합병 선언에 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신속 가입을 신청한 우크라이나 쪽에 러시아 안보회의 부서기는 가입 땐 "3차 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놨다. 나토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계속되는 공습에 대비해 우크라이나에 첨단 방공 무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유엔은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특별총회에서 모든 국가 및 국제기구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불법 병합 시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을 촉구하고 러시아 쪽에 이를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143곳 회원국이 결의안에 찬성했고 5개국이 반대, 35개국이 기권했다. 러시아·북한·벨라루스·니카라과·시리아가 반대표를 던졌고 인도와 중국은 기권했다. 유엔은 기권국 대부분이 아프리카 국가들이라고 설명했다. 총회 표결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지난달 30일 이번 총회 결의안과 유사한 내용의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된 뒤 이뤄졌다. 법적 구속력을 가진 안보리 결의안과는 달리 총회 결의안엔 강제력이 없지만 영국 BBC 방송은 이번 표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러시아에 반대하는 표가 가장 많이 나온 점을 지적하며 상징적 의미는 적지 않다고 봤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우크라이나 동부 및 남부 점령지인 도네츠크주·루한스크주·자포리자주·헤르손주 주민들에게 러시아 편입 희망 여부를 묻는 이른바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이를 근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이들 지역의 러시아 병합을 선언했다. 당시 이 지역 주민들은 투표가 강압적으로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이 합병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 왔다.

유엔은 결의안에 대한 표결에 앞서 투표를 공개로 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표결이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비공개 투표 주장에도 불구하고 107곳 회원국이 공개 투표에 찬성하며 표결은 공개로 이뤄졌다. 13개국은 반대했고 39개국은 기권했다. 러시아의 비밀 투표 주장에 대해 알바니아 대표는 평화와 안보에 관한 실질적 문제에 대한 투표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은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반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결의안을 환영하며 소셜미디어(SNS)에 "세계는 러시아의 합병 시도가 무가치하며 자유 국가들이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모든 영토를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의가 "세계가 러시아가 주권 국가를 지도에서 지울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UN)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불법 병합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에 대한 공개 표결이 이뤄진 가운데 결의안 채택에 찬성하는 국가와 반대하는 국가, 기권한 국가가 화면에 공개돼 있다. ⓒ유엔

우크라 "러, 24시간 동안 40곳 이상 폭격"독일 최신 방공무기 우크라 도착

이날 결의안은 지난 10일부터 주요 전선과 거리가 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 주요 도시를 러시아가 무차별 폭격해 최소 20명이 목숨을 잃고 100명이 넘게 다친 와중에 통과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키릴로 티모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13일에도 키이우 주요 기반 시설에 무인기 폭격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날 헤르손주에 인접한 남부 미콜라이우도 공격당해 5층 짜리 주거용 건물이 파괴됐으며 구조대가 파견됐다고 올렉산드르 센케비치 미콜라이우 시장이 밝혔다. 우크라이나군 쪽은 13일 지난 24시간 동안 러시아 미사일이 40곳 이상의 도시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8일 있었던 크림대교 폭발을 이 같은 공격의 구실로 밝힌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대교 폭발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지목했으며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12일 러시아인·우크라이나인·아르메니아인 등 총 8명을 폭파 사건 용의자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무차별 미사일 공격이 나흘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BBC 방송은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의에서 나토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첨단 방공 무기를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국·캐나다·프랑스·네덜란드는 미사일과 레이더를 포함한 무기를 지원하기로 했고 영국은 방공 미사일 및 수백 대의 무인기(드론)를 지원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어떤 무기를 보낼 것인지 특정하지 않았지만 무기 지원 주요 목적이 무인기 공격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는 1500만유로(약 208억원) 상당의 대공 미사일을, 캐나다는 4700만캐나다달러(약 487억원) 이상의 지원을 약속했다.

독일은 자국군도 아직 도입하지 않은 독일산 최신 방공무기체계인 IRIS-T를 우크라이나로 보냈다. 우크라이나군은 11일 지원이 예정된 IRIS-T 4기 중 1기가 우크라이나로 인도됐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 조치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올렉시 레즈니포크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미국이 추가로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4기가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고 12일 소셜미디어(SNS)에 밝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미사일과 항공기를 방어할 수 있는 첨단지대공미사일체계(NASAMS)2도 "가능한 빨리" 지원할 방침이다.

푸틴, "노르트스트림2 가동 준비 돼" 제재 해제 압박…러 고위 관료 "우크라 나토 가입 땐 3차 대전" 경고

한편 푸틴 대통령은 1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에너지 주간 포럼 연설에서 발트해를 통해 독일로 향하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를 통해 유럽에 가스 공급을 재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작동 전에 폐쇄돼 한 번도 이용된 적이 없다. 기존 사용되던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경우 러시아 쪽은 수리를 구실로 지난 8월 말 일방적으로 공급을 끊었으며 공급 재개 조건으로 서방의 제재 해제를 요구한 바 있다. 이후 지난달 노르트스트림1·2 가스관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폭발로 손상됐다. 독일 검찰은 지난 10일 가스관 고의적 파괴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손상되지 않은 가스관을 통해 공급을 재개할 수 있다면서 "공은 유럽연합(EU)에 있다"고 제재 해제를 압박했다.

독일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제안을 단박에 거부했다. 도이치벨레(DW)를 보면 크리스티안 호프만 독일 정부 대변인은 12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은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두 가스관에 대한 고의적 파손 가능성과는 별개로 러시아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자가 아니며,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이 손상되기 전에도 가스를 보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3차 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안보 분야 대통령 자문기구인 안보회의 부서기 알렉산드르 베네딕토프는 13일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신속 가입 신청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러한 행보가 3차 세계대전으로의 확전을 의미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30일 러시아가 점령지 합병을 선언한 직후 나토에 신속 가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회원국 대표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불법 병합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대해 표결하고 있다. 유엔 회원국들은 결의안을 찬성 143표, 반대 5표, 기권 35표로 가결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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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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