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XX들'은 미국 의회 아니고 한국 국회"

바이든·美의회 조롱한 尹대통령 발언 뒤집기 무리수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미국 의회와 조 바이든 대통령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듯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영상으로 공개돼 파문이 커지자 대통령실이 22일(뉴욕 현지시간) 석연찮은 해명을 뒤늦게 내놨다.

"지금 다시 한 번 들어봐 주십시오. '국회에서 승인 안 해 주고 날리면'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미국 얘기가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습니다."(김은혜 홍보수석)

김 수석의 해명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발언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로 둔갑한다. '국회'는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를 의미하고, '바이든'이라는 말은 윤 대통령 입에서 나오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 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면서 포착됐다.

김 수석은 이 회의를 "저개발 국가 질병 퇴치를 위한 재정기여금을 발표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하며 "(윤 대통령이) 우리나라는 예산에 반영된 1억 달러의 공여 약속을 하고 간단한 연설을 했다"고 했다.

김 수석은 "그러나 예산 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야당이 이 같은 기조를 꺾고 국제사회를 향한 최소한의 책임 이행을 거부하면 나라의 면이 서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윤 대통령이)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예산안에 반영된 기여금을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저지할 경우, 국제사회를 향한 공여 약속이 허언이 돼 국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윤 대통령 발언의 취지였다는 것이다.

이어 김 수석은 영상을 바탕으로 내외신을 통해 알려진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짜깁기와 왜곡"으로 규정하며 "어제 대한민국은 하루아침에 70년 가까이 함께한 동맹국가를 조롱하는 나라로 전락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과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은 언제든지 수용한다"며 "그러나 대통령의 외교 활동을 왜곡하고 거짓으로 동맹을 이간하는 것이야말로 국익 자해 행위"라고도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발언을 '외교 참사'로 비판한 야당을 겨냥한 듯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정파의 이익을 위해서 국익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영상에서 '바이든' 발언이 비교적 또렷하게 들려 대통령실 주장은 설득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비속어' 파문이 불거진 지 약 10시간 만에 대통령실이 수긍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놓은 배경을 놓고도 동맹관계인 미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김 수석은 "우리가 충분하게 (영상) 검토 작업을 거쳐 말씀드린 것"이라며 "오차가 있을 수 있으나 적어도 '바이든'이 아니라는 부분에 대해선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거듭 "미국은 민주당이 여당이기 때문에 60억 달러를 공여하는 데에 문제가 생길 수 없다"며 "논리상으로나 상황상으로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나 미국을 칭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이 XX들" 발언이 미국 의회가 아닌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도 대통령이 야당을 폄훼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이에 대해 김 수석은 "(윤 대통령과 박 장관 사이에) 개인적으로 오가는 듯한 거친 표현에 대해 느끼는 국민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만 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쉐라톤 뉴욕 타임스퀘어호텔 내 프레스센터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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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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