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퇴임 후 첫 현안 메시지 "정부 바뀌어도 남북 합의 존중돼야"

남북관계는 경색 국면 이어지는 가운데, 文 '9.19 군사합의' 4주년 토론회 서면 축사 공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는 한순간도 포기할 수 없는 겨레의 숙원"이라고 밝혔다.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퇴임 후 첫 현안 메시지 주제로 대북문제를 택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 서면 축사에서 "4년 전 오늘, 나와 김정은 위원장은 역사적인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하고, 8천만 겨레 앞에 엄숙히 약속했다"며 "반목과 대립, 적대의 역사를 끝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전쟁 없는 한반도의 시작'을 만방에 알렸고, 남북군사합의서를 부속합의서로 채택하여 하늘과 땅, 바다 어디에서든 군사적 위협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실천적 조치들을 합의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특히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은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남과 북이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에 합의하며 비핵화로 가는 실질적 로드맵을 제시했다"며 "또한, 남과 북이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에 입각하여 다방면에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고, 경제 공동체, 생명 공동체로 나아가겠다는 지향을 담았다"고 재차 '9.19 군사합의'의 의미를 짚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합의 뒤 상황에 대해 "아쉽게도, 이듬해 2월에 열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교착되었고 남북과 북미 간 대화에서 더 이상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한반도에 평화를 제도화하는 것, 지속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절감한 시간이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문 전 대통령은 "하지만,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는 한순간도 포기할 수 없는 겨레의 숙원이다. 민족 생존과 번영의 길이며, 세계 평화와 안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길이다"라며 "평화는 저절로 찾아오지 않으며 그 누구도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한반도 평화를 일구는 주도자가 되어 흔들림없이 추진해나아갸만 한걸음이라도 전진할 수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화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모든 대화의 출발점은 신뢰다. 신뢰는 남북 간에 합의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선언, 10.4 선언,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은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지사지하며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만들어낸 역사적 합의들이다.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 역시 거듭된 합의를 져버려서는 안 된다"며 "합의 준수를 위해 남북이 함께 노력해 나갈 때 신뢰가 쌓일 것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간 대화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22일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단계별로 대북경제 협력 및 북한의 안전 보장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의 '담대한 계획'을 대북정책 로드맵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남북 간 경색은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달 7일 북한은 대외용 매체인 <통일신보>를 통해 "10여 년 전 휴짓조각이 된 이명박 역도의 '비핵화 개방 3천'을 적당히 손질했다"고 '담대한 계획'을 정면 비판했다. 같은 달 17일 북한은 서해상에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틀 뒤인 19일에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그 인간 자체가 싫다", "넘치게 보여준 무식함", "어리석음의 극치" 등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윤 대통령을 비난했다. 지난 8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회담 제안에도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같은 가운데 윤 대통령은 오는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7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담대한 계획'을 재차 언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는 오는 19일 국회에서 열린다. 토론회 발제는 합의 당시 남측 실무를 이끌었던 김도균 전 수석대표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김종대 전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국회의원, 이정철 서울대 교수, 이제훈 한겨레 기자,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이 참석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에서 이재명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의 예방을 받고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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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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