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김건희 특검법'이 '캐스팅보터'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반대로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도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조정훈 의원은 15일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거듭 반대 의사를 밝혔다. 조정훈 의원은 "추석 밥상에 올리기 위해서 급하게 169명의 도장을 받아서 추석 전에 발의를 했는데 (이는) 추석 밥상에 대한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었다"며 "어머님하고 따님도 정치 얘기 못 하는 대한민국 현실인데 오히려 더 자극적인 얘기를 한 게 부정적"이라고 했다.
조정훈 의원은 또 "현실성이 없는 경로라는 것을 민주당도 잘 알고 있다. 만에 하나 제가 동의를 하더라도. 국회에서 통과를 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어제 이진복 정무수석이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조정훈 의원은 "결국은 과정에서의 소음을 노린, 소위 '노이즈 마케팅'이고 정치쇼"라며 "거기에 제가 초대받은 적도 없고 참가하겠다고 한 적도 없는데 그 쇼 포스터에 '출연 : 조정훈' 이렇게 써놓으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특검에 나왔던 내용들 다 대선 과정에서 알고 있었던 내용이고, 국민들이 다 이런 거 반영해서 투표하신 것"이라며 또한 "이번에 발의한 특검은 민주당만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는데 그러면 민주당만 임명한 특검이 결과를 갖고 나왔을 때 다른 정당이 (이를) 인정할 수 있을까"라고 특검법 내용 자체도 비판했다. "국회에서 특검을 열 몇 차례 했지만 어떤 경우도 패스트트랙으로 한 적은 없다. 여야가 합의해서 특검을 추천해야 공정성이 담보가 되는 것인데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특검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무리수"라고 그는 부연했다.
민주당이 특검법 찬성 여론을 명분으로 삼고 있는 데 대해 그는 "굉장히 편리하다. 몇 달 전에 있었던 '검수완박'은 반대가 65%였다"며 "이 또한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편리하게 선택적으로 여론조사 숫자를 들먹이면서 저에게 '역사적 책임을 지라'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행위도 민주당의 '내로남불'적인 성향, 그리고 집단주의적 성향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김건희 특검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선 본회의 표결에 오르기 전 법제사법위원회를 먼저 거쳐야 한다. 그러나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으로, 법사위 상정 자체가 안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에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신속 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우회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서는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 18명 중 5분의 3 이상인 1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 10명에 더해 추가 찬성표가 필요한데, ‘키맨(Key man)’인 조정훈 의원이 ‘특검법’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난항에 빠진 상황이다.
민주당, '조정훈 비판·압박' vs 회의론…양갈래 반응
조정훈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반대 의견을 거듭 밝히자, 민주당 의원들은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다. 다만 동시에 민주당 안에서도 특검법에 회의적인 의견도 일부 나오고 있다. 이상민, 조응천 의원이 대표적이지만 두 사람 간 온도차는 있다. 조응천 의원은 특검 자체에 반대하는 편이라면, 이상민은 현실론에 입각해 특검이 쉽지 않다며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수준이다.
조응천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조정훈 의원과 가장 유사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더 무서워 보이는 법인데 이것을 꺼내버렸다"며 "무기로 말하면 핵무기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핵버튼을 누르면 안 되는데 계속 우리는 '핵버튼을 누르겠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당 내에서 처음으로 특검 당론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조응천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도 조정훈 의원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압박을 겨냥, "'국회 어떻게 들어왔냐', '옛날에 우리 당 위성정당 타고 들어오지 않았냐. 그렇게 들어왔으면서 지금 너 다른 얘기 할 수 있어?' 이것은 동료 의원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전날 박범계 의원이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조정훈 의원을 겨냥해 "어떻게 해서 국회에 들어오게 됐는지 한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본인의 앞으로 의정활동에 도움이 될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조응천 의원은 거듭 박 의원을 향해 "어떻게 들어왔건 간에 하나하나의 의원은 헌법기관으로서 자기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서 법률에 따라 결정을 해야 된다"며 "그 시간에 민의에 호소를 하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조정훈 의원이 "제일 쪼잔한 게 부인에 대한 정치"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힘들다"면서 "대통령 부인의, 또 더군다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개미를 대상으로 하는 주가 조작이라는 범죄를 문제 삼는 게 '쪼잔하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이상민 의원은 지난 14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법사위원장(김도읍)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기 때문에 법사위 통과가 어렵고, 법사위 통과 방편으로 패스트트랙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조정훈 의원이 특검법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 협조를 받을 수 없다"며 "현실적이지 않다"고 했다.
다만 이 의원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서슬퍼런 사정의 칼날에 비해서는 김건희씨와 윤 대통령에 대한 칼날은 너무 무디고 형평에 맞지 않아서 이를 묵과할 수 없다는 여론도 상당히 많은 것 같다"며 "이런 국민적 여론을 민주당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다"며 특검 자체에는 찬성 입장을 보였다.
조응천·이상민, '이재명 수사'에도 당 주류와 온도차
민주당 내 비주류인 조응천 의원과 이 의원은 자당 대표인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경찰 수사에 대해서도 지도부와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이 '성남FC 사건에서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이재명 성남시장과 구단 사이 경제공동체 개념이 형성돼야 한다'고 검찰 수사를 비판한 데 대해 "제3자 뇌물공여죄라고 하는 건 공무원이 제3자로 하여금 뇌물을 받게 하면 된다. 경제공동체. 이런 건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조응천 의원은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 관련 수사에 대해서는 "보도된 것들을 종합해 보니까 당초 3000여평에 달하는 정자동 의료시설 용지를 산업용지로 용도변경해 주게 되면 엄청난 재산상의 이익이 있고, 그것을 해 주고 말고는 시 당국의 재량인데 원래 기부채납을 15%를 하기로 해야 되는데 그걸 10%로 낮춰 줬다고 한다"며 "눈에 띄는 것이, 그 나머지 5%에 대해서 단순히 낮춰준 것이 아니고 그 5%에 해당하는 현금을 광고로 내게 해서 후원금 조로 받았다. 그러니까 현금성 기부채납을 받은 거라는 대목이 눈에 띄더라"고 했다.
그는 "만약에 그게 사실이라면 2016년 중반 이후에는 현금 기부채납 제도가 생겼지만 이 일이 있었던 2014년, 2015년도까지는 기부채납은 모두 현물이었고 현금 기부채납은 이 당시는 불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응천 의원은 정 최고위원 등이 윤 대통령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서도 "(국민이) 불안해 하니까 탄핵하자,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고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탄핵이라는 게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없는 단어가 아니지 않느냐. 무지와 무능은 탄핵의 법적 요건이 아니고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배한 점이 있어야 탄핵이 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박찬대 최고위원도 (추석연휴 전) '임기 다 못 채운다'는 그런 말씀을 했고 최고위에서 반복적으로 좀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저는 탄핵이라는 두 글자는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서 우리가 입에 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전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여러 가지 비리 의혹 부분이 당과 우선 원칙적으로 연관돼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선거법 기소 건은 대선 과정에서 있었던 것이고, 그 나머지 것들은 다 성남시장 또는 경기도지사 당시에 있었던 의혹이기 때문에 당하고 직접 관련된 것은 없다"며 "당으로서는 우선 이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고, 이에 대한 무고함을 밝히는 역할인 즉슨 이재명 대표가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저희들은 무조건 이 대표의 일이기 때문에 무조건 비호하고 어거지 쓰고 그럴 생각은 없다. 당연히 진실 규명이 돼야 될 것이고, 합당하게 당당하면서도 겸허하게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또 자신이 파악한 추석 민심을 전달하면서도 "이 대표에 대한 기소, 이 대표에 대한 여러 가지 사법적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이것에 대해서는 진실 규명이 필요하고 책임 유무에 대한 분명한 단죄가 좀 필요하다는 의견도 강하게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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