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이 시작 단계부터 암초를 만났다. 소수정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조정훈 의원이 공개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다.
조 의원은 8일 SNS와 언론 공지 등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소중한 추석 밥상을 짜증나게 하는 특검법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의원은 반대 이유로 "우선 법은 모든 국민에게 공명정대하게 적용돼야 한다. 대통령이든, 야당 대표든, 대통령 부인이든, 야당 대표 부인이든 예외가 없어야 한다"며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에 특검법에 포함된 내용의 대다수를 샅샅이 수사했다는 사실도 성급한 특검법 추진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조사가 정치적 외압이 있었을 리도 없는데, 특검을 한다고 전혀 몰랐던 사실이 과연 나오겠느냐"고 조 의원은 반문했다.
조 의원은 또 "몇몇 언론에 의하면 추석 밥상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함께 김건희 여사 의혹을 올리기 위해 서둘러 특검법을 발의했다고 한다"고 민주당의 특검법 발의 의도를 의심하는 태도를 보이며 "(이는) 1년에 한두 번 볼까말까한 가족들이 모이는 소중한 자리를 짜증나게 만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조 의원은 "과연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 부인에 대한 특검이 민생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며 "특검이 추진된다면 모든 민생 이슈를 잡아먹을 것이다. 치솟는 물가,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 금리,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환율 등 산적한 문제, 국회가 손 놓으면 누가 해결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제발 정치가 민생을 논하는 민생정치를 21대 국회 임기 중에 좀 해보고 싶다"고 부연했다.
조 의원은 "마지막으로 한 여인의 남편으로(서), 남의 부인을 정치 공격의 좌표로 찍는 행위가 부끄럽고 쫀스럽다(좀스럽다)"고 개인적 감상을 덧붙였다.
원내 1석인 '시대전환' 대표이자 이 당 소속 유일한 국회의원인 조 의원의 입장이 중요한 이유는 법사위의 의석 배분 때문이다. 특검법 등의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 위원장은 현재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다. 김 위원장이 김건희 특검법 처리에 협조할 리 만무하다.
그래서 민주당이 선택 가능한 대안은 법사위를 우회하는 패스트트랙(국회법 85조2에 따른 '안건의 신속 처리')이다. 패스트트랙 발의를 위해서는 재적의원 5분의 3, 또는 소관 상임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민주당 전체 의석은 169석으로, 김진표 의장 등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 7명을 합쳐도 재적 5분의 3인 180석에는 미치지 못한다. 정의당(6석)의 협조 없이는 시대전환·기본소득당까지 합쳐도 180석은 채워지지 않는다.
따라서 '상임위원 3/5'이 더 현실적 대안인데, 법사위는 18명이고, 민주당은 10명, 국민의힘이 7명, 그리고 시대전환 1명으로 구성돼 있다. 18명의 3/5는 10.8명, 즉 11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므로, 조 의원이 법사위의 '캐스팅 보트'를 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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