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폐쇄 예정 원전 수명 임시 연장…러 "제재 풀어야 가스 공급 재개"

4월 이후 연장 가동 가능성엔 선 그어…독·프 에너지 교환 합의도

러시아가 독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끊은 가운데 독일이 연말 가동 중단 예정이던 원전 3기 중 2기의 수명을 4달 간 임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쪽은 서방 제재 해제 전엔 가스 공급을 재개하지 않겠다며 에너지 무기화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을 보면 독일 정부는 5일(현지시각) 올해 말 가동 중단 예정이었던 원자력발전소 3기 중 2기를 폐쇄하지 않고 내년 4월까지 한시적으로 "예비 가동" 상태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가동을 유지하기로 한 남부지역에 위치한 원전 이자르2와 네카베스트하임의 예비 가동 상태에 대해 "필요시 가동"되지만 평상시엔 "대기 상태를 유지한 채로 냉각회로가 중단되지 않으며 안전 검사도 계속되고 직원이 상주하지만 더 이상 전기를 생산하지 않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7월 독일 정부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실행한 전력 공급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나왔다. 정부는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올 겨울 전력망 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낮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고 폐쇄 예정일 이후인 내년 1월부터 원전은 비상시에만 가동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독일 정부는 4월 이후에도 원전이 가동될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하베크 장관은 "원자력은 고위험 기술이고 사용후 핵연료는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된다"며 4월에 원전을 폐쇄할 방침을 밝혔다. 독일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탈핵 노선을 분명히 했고 올해 말 폐쇄하기로 했던 원전 3기는 독일에 남은 마지막 원전들이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해 왔던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러시아가 독일로 천연가스(LNG)를 공급하는 통로인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은 지난 7월 한 차례 공급이 끊긴 뒤 공급 재개 뒤에도 용량의 14% 가량만 가스를 보내 왔고 그마저도 지난달 말 완전히 끊겼다. 전쟁 전 독일은 가스 공급의 절반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해 왔다.

당초 시설 수리를 빌미로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을 끊었던 러시아 쪽은 5일 서방이 제재를 풀지 않으면 공급 재개는 없을 것이라며 노골적인 에너지 무기화 방침을 밝혔다. 영국 BBC 방송을 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공급 문제는 서방이 부과한 제재 때문에 발생했다. 다른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제재가 완화될 경우 공급이 "확실히"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3일부터 재개될 예정이었던 가스 공급이 돌연 무기한 중단되자 유럽 가격은 5일 장중 30%나 뛰었다.

독일은 석탄 발전을 늘리며 버텨 왔지만 올 여름 지구온난화가 배경으로 지목되는 폭염과 가뭄이 유럽을 덮치며 석탄 수송 물길인 라인강의 수위가 낮아져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해 기준 독일의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 비중은 40%에 달하고 그 중 북부 지역 중심으로 풍력 발전이 19.3%를 차지했지만 <뉴욕타임스>(NYT)는 경제 중심지인 남부 바이에른주 등은 상대적으로 이 혜택을 덜 누리고 있고 원자력 의존이 컸다고 보도했다. 독일 전체의 원자력 발전 비중은 지난해 기준 11.8%다. 5일 정부도 이번 원전 수명 연장 조치가 "올 겨울 필요시 독일 남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체가 에너지 공급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과 프랑스는 서로 필요시 에너지를 보내주기로 합의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통화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우리의 가스가 필요하고 우리는 다른 유럽 국가들, 특히 독일의 전력이 필요하다"며 필요시 독일은 프랑스에 전력을, 프랑스는 독일에 가스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력의 70%를 원자력으로 생산하는 프랑스는 원전히 줄줄이 수리에 들어간 데다 올 여름 가뭄 탓에 냉각에도 문제를 겪으며 전력 생산이 급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독일로 가스를 보내기 위한 수단이 몇 주 안에 갖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5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올해 말 폐쇄 예정이었던 원전 3기 중 2기의 수명을 내년 4월까지 임시 연장하겠다고 밝힌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이 기자회견장으로 향하며 "핵발전? 단 하루도 연장 안 된다"는 팻말을 든 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을 마주쳤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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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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