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유럽 극우, 연료비 빌미로 '제재 해제'

독, 기업 초과이윤 회수해 시민 연료비 등 지원…유럽 각국 연료비 대책 나오는 가운데 체코·독일선 제재 반대 시위

독일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초과 이윤을 거둔 기업들에게 '횡재세'를 걷어 일반 시민들의 연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방안이 담긴 650억유로(약 88조원) 규모의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러시아가 독일로 향하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밝힌 뒤 이틀 만이다. 에너지 가격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럽 각 국은 기업과 가정을 지원하는 정책을 거듭 내놓고 있다. 그러나 치솟는 물가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며 극우 주도의 러시아 제재 반대 시위가 일어나는 등 정치·사회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P> 통신 등 외신을 보면 4일(현지시각) 독일 정부는 물가상승으로 인한 시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경감할 목적으로 연료비 보조를 포함한 650억유로 규모의 정책 패키지를 내놨다. 이 정책은 2일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1 재가동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한 뒤 20시간 가량의 마라톤 논의를 거쳐 집권 연정 3당(사회민주당·자유민주당·녹색당)이 함께 발표했다. 이미 지난해에 비해 4배 이상 치솟은 유럽 가스 가격은 러시아의 이번 공급 중단으로 추가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는 8월 기준 전년 대비 7.9%에 달하는 독일 물가상승률을 더 높여 시민들에게 추가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 이번 정책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에너지 비용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독일이 투입하는 자금 규모는 950억유로(약 129조원)로 불어났다.

독일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우선 일회성 연료비 보조금을 지급한다. 기존 노동자들에게 300유로(약 4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던 데 더해 은퇴한 연금수급자들에게 300유로, 학생에게 200유로(약 27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자녀가 있는 가정에는 자녀 1명당 100유로(약 13만원)가 추가로 지급되고 저소득 가정에도 추가 보조금이 지급된다. 주거 보조금을 받는 대상도 현행 약 64만 명에서 200만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필수적 용량의 에너지는 할인된 가격에 공급될 예정이다. 독일 정부는 가족과 개인에게 필요한 기본적 에너지 용량을 지정해 이에 대해서는 더 낮은 요금 혹은 가격 상한선을 설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대중교통을 한 달에 9유로(약 1만2000원)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게 했던 이른바 '9유로 티켓' 정책도 연장될 예정이다. 6월부터 3달 간 실행됐던 이 정책은 8월 말 종료됐다. 아직 새로운 티켓 가격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49~69유로 선으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집약적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도 주어진다.

독일 정부는 해당 정책에 필요한 재원 일부를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초과 수익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횡재세'로 충당할 예정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4일 정부가 현재 공급난에 시달리며 에너지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는 가스가 아닌 풍력·태양열· 석탄·원자력 등 다른 방법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생산자들에게 이윤 상한선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이런 기업들이 가스 가격에 연동된 전력 가격 덕에 "초과" 이윤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환수해 일반 가정의 연료비 부담을 낮추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의 이 조치가 전력 가격 인상으로 인해 부풀려진 몇몇 기업의 이윤을 가정과 다른 기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것을 제안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권고와 궤를 같이한다고 짚었다.

독일 외에도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인한 개인과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자 하는 정책이 유럽 각 국에서 도입되고 있다. 3일 에너지 시장 변동성에 직면한 전력 생산업체에 긴급 유동성 지원 방침을 내 놓은 스웨덴에 이어 4일 핀란드도 유사한 정책을 발표했다. 이탈리아도 지난달 관련한 170억유로(약 24조원) 규모의 경제 지원 정책 패키지를 승인했다. 5일 차기 총리 선출이 확실시 되는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도 당선 즉시 에너지 비용 상승에 관한 대책을 밝힐 예정이다.

각 국 정부가 연료비 급등과 물가 상승에 대한 대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지만 치솟는 물가로 인해 높아지는 시민들의 불만을 이용한 극우 주도의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나며 정치적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3일 체코 프라하에서는 높은 에너지 가격을 성토하며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 시위는 주로 극우와 극좌에 의해 추동됐지만 참석 인원은 7만 명에 달했다. 영국 BBC 방송과 현지 언론을 참조하면 노르트스트림1 종점인 독일 북동부 루브민에서도 4일 노르트스트림2의 가동 및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극우 주도의 수백 명 규모 시위가 열렸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가스를 운송할 예정이었던 추가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제재의 일환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노르트스트림2 또한 이 지역에 육상인입시설이 있으며 노르트스트림1은 인구 2000명 수준의 작은 마을인 루브민 지역 경제에 많은 공헌을 해 왔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한 바 있다. 

EU 에너지 장관들은 오는 9일 만나 EU 전체의 에너지 가격 부담을 완화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가스 가격 상한제 및 에너지 시장 참가자들을 위한 긴급 유동성 지원책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트스트림 2 가스관의 육상인입시설이 있는 독일 루브민에서 4일(현지시각) 시위대가 "숄츠(독일 총리)와 하베크(독일 경제장관)는 거짓말쟁이들"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시위대는 노르트스트림2를 가동할 것을 촉구하고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비난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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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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