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인수위 "文정부 탄소중립 대대적 수정 불가피"

신구 권력, '탄소 40%↓' 공방…尹측 "실현 가능성 낮고 민생 압박 심해져"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당선인 측이 이번에는 탄소중립 문제로 공방을 벌였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 목표치에 대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민생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수정을 시사한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 원희룡 기획위원장은 12일 오전 브리핑에서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목표인 탄소중립에 한국도 적극 동참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와 민생 압박을 상쇄하기 위해 정책조합(policy mix)은 대대적으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기획위의) 잠정 결론"이라고 밝혔다.

원 위원장은 "특히 탄소중립에 소요되는 비용과 부담주체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산업계를 비롯한 이해 당사자와의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돼온 탄소중립은 추진기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만큼 여러 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며 "문재인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과 '2050년 탄소중립'을 국제사회에 표방하며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탄소중립정책이 실제로는 실현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는 한편 민생 압박 요인도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 위원장과 인수위는 "민주당 정권은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고 하지만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에 비해 4% 넘게 늘어났다"며 "이는 원전(핵발전)은 감소한 반면 석탄발전 소폭 증가와 LNG 발전 16% 급증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문재인 정부는 전기료 인상 부담을 대부분 다음 정부로 전가, 한전 부채의 급증과 더불어 갈수록 커다란 민생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2050 신재생 에너지 비중 70% 등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그대로 추진할 경우 2050년까지 매년 4~6%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관계당국은 내다봤다"며 "월평균 350킬로와트시의 전기를 사용하는 4인 가구가 물가상승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2025년 5만3000원~5만6000원, 2035년 7만8000원~10만 원의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유권자들의 전기요금 부담을 부각시켰다.

이들은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할 구체적 방안을 담은 전략보고서를 작성해 당선인에게 직접 보고할 계획"이라며 그 정책 방향은 △재생에너지와 핵발전, 수요관리 강화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탄소중립 에너지믹스(12월 10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되도록 사회적 의견수렴)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R&D 고도화와 탄소중립형 신성장동력 창출 △탄소배출권 제3자 시장 참여 확대를 포함한 '녹색금융' 등이라고 밝혔다. 김상협 상임기획위원은 "올 8월까지 한국의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핵발전)이 포함되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지금까지 탄소중립을 이끌어온 '탄소중립 녹색성장 위원회'는 위원 구성의 편향성과 효율성 결여 등의 문제가 모든 관련부처에서 제기됐다"며 관련 기구의 인적 개편 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위원 구성의 편향성'이라는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기자들이 묻자 김 기획위원은 "지난 정부에서 기술중립이라는 원칙을 깨고 탈원전(탈핵)을 미리 전제로 한 에너지정책 등을 펴왔다"며 "원전 전문가는 하나도 없고 시민단체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전문적 논의를 하는 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언급했다.

원 위원장의 이날 발표는, 지난 2월 8일 윤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 과학기술 토론회에서에 대해 "정치가 과학을 침범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시기별 목표에 대해서는 과학계·산업계 논의를 지켜보고 정부도 더 경청해서 로드맵을 신속히 만들어야 한다", "2030년 40% 감축 목표는 2050 탄소중립하고는 관계없이 좀더 논의를 거쳐 로드맵을 정해 수치가 결정돼야 한다"고 했던 기조의 연장선상이다. (☞관련 기사 : 尹, NDC 40% 목표치 수정 시사 "정치가 과학 침범한 것") 

특히 바로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NDC 40% 목표안'에 대해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목표를 세운 것에 대해 국제사회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인수위 발표 내용은 더욱 주목받았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그간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 추세에 있다가 2018년 정점 이후 실질적인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고, 이런 흐름에서 다음 정부로 넘어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다음 정부에서 에너지믹스 정책은 바뀔 수 있지만 탄소중립 정책의 근간은 변함없이 유지돼야 하며, 다음 정부는 2030년에 더 가까운 시기에 국정을 운영하게 되므로 더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까지 했었다.

이와 관련,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한 반박성 발표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원 위원장은 "어제 (문 대통령) 발언이 나왔다고 해서 오늘 대변인실에 발표 예약이 되겠느냐. 그렇게 운영하지 않는다"며 "대변인실 일정을 조율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고, 인수위와 마무리하는 정부 사이의 공방으로 비치기 원하지 않는다. 져야 할 책임이 많은데 말싸움 이겨서 뭐하겠나"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원 위원장은 NDC 목표 수정을 추진하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이것을 우리가 멋대로 바꾸는것은 대한민국 국격이나 국제사회 체계에 비춰봤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면서도 "그러면 과연 절대 불변이냐, 많은 상황과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수정 쪽의 방향을 재차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 수급 문제 등을 언급하며 "기후변화 대응도 (에너지 수급에 대한) 새로운 적응과 재조정의 과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고 "질서있는 전환"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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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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