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속 '나 하나쯤'?…그 '하나 쯤'이 기후변화 막을 수 있다는 근거

IPCC 6차 보고서, 온실가스 감축 위한 수요 기반 대책 필요성 처음으로 제기

개인의 행동이 기후변화를 멈출 수 있을까? 지난 4일 공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3실무그룹의 6차 보고서는 "충분하지 않다"라고 말한다. 또한 "개인과 가정이 에너지 소비 행태를 변화시킬 동기는 거의 없다"라고 지적한다. 개인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것만으로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기존 기후변화 완화 대책은 주로 온실가스 배출 분야, 즉 '공급' 분야를 규제해야 한다는 관점에 치중됐다. 소비자의 이동수단, 건축, 음식 등의 '수요'는 변하지 않거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온실가스 감축 기술과 비용만 고려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산업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즉 고비용의 대책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자연히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역할 또한 축소됐다.

그러나 이번 IPCC 보고서는 기존에 무시된 '수요' 측면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수요를 잘 관리하면 상당량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처음 언급됐다. 일견 큰 의미가 없어 보는 개개인의 행동을 바꿀 유인을 만들어 화석연료 기반 수요에 변화를 준다면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과학적으로 제시된 것이다.

보고서는 "수요를 기반으로 한 전략은 2050년까지 40~70%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라고 확인했다. 제3실무그룹 부의장 라몬 피치스 마드루가 또한 기자회견에서 "(개인) 행동(변화)을 통한 수요의 변화는 온실가스를 크게 감축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라고 밝혔다.

IPCC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소비자가 기존 행동을 회피(Avoid), 전환(Shift), 개선(Improve)하도록 이끄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각각의 영문 이니셜 앞글자를 따 'A-S-I 접근법'으로 불리는 방안은 소비자가 행동을 바꾸도록 만들어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핵심은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가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정책 및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동수단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이동을 줄이는 '회피' 방안이 필요하다. 교통과 연계한 토지이용계획, 스마트 물류, 재택근무, 압축도시, 장거리 비행 자제, 지역에서 보내는 휴가 등이다. '전환'은 이동수단을 기존 화석연료 기반 자동차에서 저탄소 기반 운송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소비자가 자동차와 비행기 대신 걷기, 자전거, 대중교통, 고속철도 등의 대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개선'은 수소·전기차 등 운송수단 자체의 혁신을 하는 방안이다.

IPCC는 이처럼 기존 화석 연료 기반의 수요 형태를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 감축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거리 비행 대신 기차를 타는 문화 확산만으로도 항공 온실가스 감축의 10~40%에 기여할 수 있다. 재택근무 확대 또한 개인의 이동 거리를 줄여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다수의 연구 결과도 확인됐다. 100% 전기차로의 전환은 2050년까지 육지 교통수단의 온실가스 감축의 30~70%를 차지할 수 있다고 예측됐다.

음식 수요의 변화도 온실가스 감축을 이끌 수 있다고 확인됐다. 전 세계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면 최대 5.8기가톤 이산화탄소상당량(GtCO₂-eq)의 감축 가능성이 생긴다. 채식 기반 식단으로의 전환은 최대 8기가톤 이산화탄소상당량(GtCO₂-eq)의 감축 잠재력이 있다. 특히 음식 수요의 변화는 식품 공급 시스템의 에너지, 토지 및 자원 수요를 추가로 줄여 다양한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에 긍정적인 사실도 확인됐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는 7일 "지금까지 사고방식은 경제와 수요가 성장한다는 생각뿐이었"으나 "이번 IPCC 보고서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탈성장'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것을 뒤엎는 논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개인의 행동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회 시스템 자체가 수요를 줄여나가는 탈성장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IPCC는 수요의 감소를 단순히 개인의 노력에 맡기는 데 그쳐서 안 되며, 사회 제도적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들의 문화뿐만 아니라 기반시설, 기술의 변화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수요의 무조건적인 감소보다는 "개인의 복지와 경제적 안정성, 건강 등의 측면을 고려하면서 감축 정책을 평가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음식의 낭비를 막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변화와 기아, 영양실조 등을 막기 위한 정책은 동시에 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편 이번 IPCC 제3실무그룹의 6차 보고서는 기후변화 완화를 다뤘다.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9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의 43%를 감축해야 한다고 IPCC는 밝혔다. 아울러 건설, 에너지 등 사회 분야의 감축 방안도 이번 보고서에 담겼다. 보고서는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들이 지난해 11월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이전에 제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로는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는 65개국 278명의 과학자가 참여했고 1만8000개의 논문이 검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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