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코로나 보상, 현정부에 추경 요청…안 들어주면 정부 출범시 바로"

"북한 방사포, 9.19 합의 위반" 주장…안철수 "정책 수정 않고 밀고 나가면 실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분과 간사들과 첫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코로나19 민생 대응, 북한 방사포 관련 대응 등을 주문했다. 

공교롭게 같은 시각에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오미크론 확산과 관련한 위중증과 사망자 관리를 위한 의료계 대응을 주문하고 있었다. 현직 대통령과 차기 당선인이 각자 참모들을 이끌고 국정 현안을 논하는 풍경이 연출된 셈이다. 특히 윤 당선인은 차기 정부 국정과제 준비나 공약 이행 방안 마련의 범위를 넘어 경제·안보 등 현안에 대한 사실상의 지시를 하면서 현 정부에 거침없이 날을 세우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22일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열고 "인수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챙겨보고, 현안과 관련해서 여러분 말씀도 좀 듣고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도 전달해드리는 것이 낫지 않겠나 싶어 1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회의를 하겠다)"고 서두를 뗐다.

윤 당선인은 "어제도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애기했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아직 정점을 못 찍었지 않나. 이 부분에 대해 과학적 방역 체계, 정부가 출범하면 즉각 시행할 수 있는 방역체계를 좀 꼼꼼하게 과학적 기반을 가지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윤 당선인은 그러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손실보상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시면 빠르면 현 정부에 추경 요청을 할 수도 있고, 안 들어주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바로 준비된 추경안을 저희가 국회에 보내는 방안으로 해서 신속하게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빈곤 탈출 방안을 준비해야 될 것"이라고 지시했다.

지난 20일 윤 당선인의 청와대 용산 이전 발표에 대해 21일 문 대통령 주재 청와대 NSC에서 "촉박한 시일 안에 무리"라고 제동을 걸면서 양측 간 대립 구도가 만들어진 가운데 윤 당선인이 "추경 요청을 안 들어주면…"이라고 말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윤 당선인은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리 경제와 산업 동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저희가 현 정부에 요청한 사안, 그리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 즉시 시행해야 하는 대응책을 꼼꼼하게 준비해 달라"고 했다.

특히 윤 당선인은 "어제 북한이 서해상인가 방사포를, 올해만 해도 (북의 무력도발이) 11번째인데, 지금 방사포는 처음이죠? 그렇죠?"라고 주변에 물으며 "방사포는 9.19 합의 위반 아니냐? 이건 명확한 위반이죠? 이런 안보 상황에 대해서 빈틈없이 좀 잘 챙겨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당부까지 했다.

그러나 북한의 방사포 발사를 '명확한 9.19 합의 위반'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의문을 자아냈다. 북한은 전날 평안남도 숙천군 일원에서 서해상을 향해 방사포 4발을 발사했고, 군 당국은 발사 방향이 남쪽이 아닌 서쪽이어서 남북 군사합의 위반은 아닌 것으로 잠정 평가했다.

이날 국방부 당국자는 "해상완충구역 이북에서의 사격은 합의사항에 포함돼있지 않다"고 말해 윤 당선인의 주장을 사실상 부인했다.

남북 9.19 군사합의에 따르면 북한은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 안에서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하고, 해상에서는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기로 했다. (☞관련 기사 : [전문]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

때문에 한국군 지휘부와 외교안보 당국은 그간 북한의 무력도발 발생시마다 북한의 행위는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협의 해결"하기로 한 '9.19 합의의 정신'을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을 뿐, 방사포 사격이나 단거리미사일 발사 등을 남북 간 합의사항에 대한 구체적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전날 방사포 사격이 이뤄진 평남 숙천군은 평양 북쪽 40킬로미터(휴전선 북방 약 200킬로미터) 지점에 있다. 이날 통일부는 전날 북한의 방사포 발사가 9.19 합의 위반인지 묻는 질문에 "군 당국이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정밀 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소관 부서인 국방부가 입장을 밝힐 사안"이라고만 했다.

윤 당선인은 한편 "어제 경제 6단체장 점심을 하면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는데, 저는 양극화 해소는 비약적 성장 없이는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어떻게든 산업 생산성을 고도화시켜서 도약 성장이 가능할 수 있는 산업정책과 거기에 부합하는 교육정책, 그것을 뒷받침하는 '노동 개혁' 등을 하나로 구축해서 강력하게 추진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교육과 '노동 개혁'도 산업과 한묶음이기 때문에 서로 분과가 나눠지더라도 관련 분과 간사들과 인수위원장께서 깊이 있는 논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정책 실패 이유에 대해서 고민을 해봤다"며 "왜 실패했을까. 저는 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일단 정책을 시행하고 나서 그 정책 목표가 달성되지 않았는데도 수정하지 않고 계속 밀고간 것이라고 본다. 부동산 정책 폭망, 무리한 소득주도성장 등이 다 그런 것 때문에 일어난 것 아니냐. 새 정부에서 이런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형식상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것이지만 '효과적이지 않은 정책은 고쳐야 한다'는 논리가 담겨 있는 말이다. 안 위원장은 앞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관련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약을 거의 다 국가 주요 정책으로 그대로 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많이 나왔다"(지난 14일, 국회 기자간담회)라고 했었다.

안 위원장은 "인수위 구성원들이 국민과 역사 앞에서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만에 하나 구성원들 가운데 인수위에 들어왔다고 외부에 자랑하고 어떤 일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국민들께 혼란을 주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경력은 바로 지금 여기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각 분과 간사들이 주지시켜 달라"고 내부 기율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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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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