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부터 플랫폼까지...'노동 있는 대선'이 되기 위해

[대담 '노동 없는 대선' ③]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뿌리 연구소장

노동 문제를 둘러싼 한국의 사회적 상황은 녹록지 않다. 플랫폼을 위시한 새로운 고용 형태의 등장, 자동차·에너지 등 분야의 산업 전환, 여전히 늘고 있는 비정규직 규모 등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 가득하다.

그런데도 20대 대선은 '노동 없는 대선'으로 평가된다. 선거가 9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정의당 등 일부 정당을 제외하면 노동에 대한 큰 그림을 내지 않고 있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대개 '반(反)노동 막말'과 이에 대한 반발이다. 지난 대선에서 최저임금 1만 원,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공약이 주목받은 것과 비교하면 퇴행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이번 대선의 노동 논의가 '반노동 막말'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나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노동 정책인 직무급과 주4일제,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차별은 어떻게 봐야 할까. 대선이 치러지기 전 꼭 논의되어야 할 노동 문제에는 또 어떤 것이 있을까. 노동의 관점에서는 어떤 정책 대안을 낼 수 있을까.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과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이 대담을 나눈 이유다.

대담을 세 편으로 나눠 연재한다. 셋째 편에는 최저임금 제도 개선, 산업 전환에 대비한 노동시간 단축과 직무 전환 교육시간 신설, 모든 노동자에게 차별 없이 노동관계법을 적용하는 문제, 노조 없는 사업장을 위한 근로자 대표 선출 절차 합리화 등 이번 대선에서 꼭 논의되어야 할 노동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대담은 한 위원장이 노동 진보진영의 단일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민중경선에 후보로 참여한다고 선언하기 전인 지난 3일, 서울 종로 S타워 19층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프레시안 : 대선국면에서 주목받지 못했지만, 꼭 논의되어야 할 노동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임금, 노동시간, 산업안전, 노조할 권리, 일자리의 질 등 분야별로 묻겠다. 먼저 임금과 관련해 대선후보들이 주목해야 하는 문제는 어떤 것이 있나?

오민규 :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망가지면서 제도 자체가 망가졌다. 직무수당, 훈련수당 이런 것도 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간다. 이제는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된다고 해도 사람들 가슴이 안 뛴다. 내 임금이 안 오르니까. 최저임금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일단 산입범위 문제를 다시 바로잡아야 한다.

한상균 : 최저임금 제도가 원래 가장 힘들게 살아가는 노동자를 위한 제도로 작동해야 하는데 산입범위가 바뀌면서 그들의 자존심을 완전히 짓이겨 버렸다. 이 개악은 대선에서 쟁점이 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대해 다시 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프레시안 : 상여금, 복리후생비 등을 제외한 기본급만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돌려놔야 한다는 이야기다.

오민규 : 산입범위가 망가지기 전인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거냐. 그 전에는 최저임금이 문제가 없었냐. 그건 아니다.

지금 최저임금 제도는 시간당 임금을 정하고, 이걸 기본으로 월 급여를 정하게 돼 있다. 노동자는 한 시간이 아니라 한 달을 기준으로 삶을 설계한다. 여기에 맞게 기본적인 월 생계비 기준을 제대로 만들고 이에 따라 최저임금도 월 급여 기반으로 정하면 좋겠다.

물론 지금도 최저임금위원회(아래 최임위)에서 월 생계비를 본다. 통계청 자료를 쓴다. '월 생계비 얼마 쓰냐'고 물어서 조사한 자료다. 그런데 사람은 버는 대로 쓴다. 월 100만 원 버는 사람은 생계비 100만 원 쓴다. 월 200만 원 버는 사람이 생계비로 300만 원 못 쓴다. 그러니 생계비가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 정도보다 낮게 책정된다. 이걸 실태생계비라고 한다.

제대로 된 데이터는 이론생계비다. 인간적으로 살려면 외식은 몇 번 해야 하고, 문화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고, 수도, 전기료는 얼마나 들고 등등을 정해 계산한 생계비다. 학자나 최임위 공익위원도 이론생계비를 써야 한다고 다 인정하다. 국가가 조금만 공 들이면 이걸 만들 수 있는데 안 한다.

지금은 이재명 후보가 당선을 위해 뛰기 시작하면서 기본소득 이야기가 쏙 들어갔는데, 이론생계비는 기본소득론자에게도 필요한 데이터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원래 이 정도 월 생계비가 있어야 하는데 국가가 그 중 얼마를 줄 테니 나머지를 어떻게 해결할지 이야기해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면 기본소득을 주장하기도 좋다.

한상균 : 동의한다. 밥만 먹고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 최저임금을 설정하는 건 선진국을 지향한다는 나라가 할 짓은 아니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데 필요한 임금이 얼마냐. 그걸 어떻게 보장할 거냐'에 대해 정말 치열하고 근본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이 몇 퍼센트 올랐다느니 하는 논점을 확 뛰어넘어야 한다.

프레시안 : 노동시간과 관련해서는 주4일제 외에 또 어떤 논점이 있나?

오민규 : 산업 전환, 기후 위기와 관련해 독일을 보면, 노동시간에 직무 전환 교육시간을 둔다. 예컨대, 디젤차 공장 노동자들에게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직무 교육을 노동시간 중에 시키는 거다.

또, 주4일제로 가지 못하더라도 주 5일제 상에서 주 35시간 노동 같은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논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오민규 : 중대재해처벌법이 중대재해처벌 회피 안내법이 돼 있다. 예컨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 둘이 엮인다. 회사가 4명까지만 직접고용하고 나머지 인원을 플랫폼 노동자로 고용하면 중대재해 처벌을 피해갈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간접고용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도 중대재해법이 제대로 작동하게끔 이들에게 노조 할 권리를 줘야 한다. 어떻게 근로감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나. 노동자들이 직접 일어나서 우리가 사업장 안전에 이런 문제가 있다고 외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왼쪽)과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오른쪽). ⓒ프레시안(최형락)

노동자는 물론 자영업자에게도 제대로 된 단결권 보장해야

프레시안 : 노조 할 권리 확대에 관해 지난 대선 때 나온 중요한 공약 중 하나가 ILO(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비준이었다. 국내 노동법 개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지만, 실제로 비준했다. 사회적인 변화가 있을 텐데 이번 대선에서 이와 관련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오민규 : 올해 4월 20일에 정부가 ILO에 기본협약 인준 기탁서를 보냈다. 그러면 1년 뒤인 내년 4월 20일에 기본협약 효력이 발생한다.

ILO 협약은 국제법이다. 한국 헌법상 국제법과 국내법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헌법에 신법 우선의 원칙도 있다. 비준 이전의 노동관계법과 ILO 협약이 충돌하면 ILO 협약이 적용된다. 해외에서는 법원이 노동 사건을 다룰 때 자국법에는 없는데 ILO 협약에 입각해 판결을 내린 사례가 꽤 있다. 이런 판결문을 노동계에서 자꾸 번역해서 국내에 소개할 필요도 있다.

ILO 협약과 국내법이 충돌하면, 사법당국과 행정당국은 앞으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걸 제대로 하지 않으면 1년에 한 번씩 ILO의 집중 감시가 들어온다. 협약 이행 상황에 관해 정부가 1년에 한번씩 ILO에 보고서를 내야 한다. 노동조합도 ILO 협약 이행에 대한 보고서를 낼 수 있다. ILO가 이런 보고서를 보고 협약을 위배했다고 판정하면, 큰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될 거다.

한상균 : ILO가 1919년에 생겼으니 탄생한지 100년이 넘었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기본협약 비준이 너무 늦었다. ILO 협약을 따라가기 위한 국내법 입법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ILO는 노동자 편에만 선 기구가 아니다. 정부와 사용자를 다 포괄하는 노사정 협의기구다. 협약에는 사회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룰이 담긴다. 그 룰대로 단결권을 보장하는 건 대단히 중요하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ILO 기본협약과 관련해 어떤 정책이 논의되어야 할까?

오민규 :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서 나오고 있는 판결 중 가장 중요한 건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거다. 또, 자영업자도 단결권을 가져야 한다는 게 ILO 결사의 자유 협약의 정신이다. 여기에 맞게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정의 조항, 사용자의 정의조항을 바꿔야 한다.

한상균 : 정치권의 자각도 필요하지만, 노동계의 대응도 중요할 것 같다. 민주노총이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이라는 구호를 걸고 있다. ILO 협약에 따라 단결권을 확대하는 건 민주노총이 이 구호에 걸맞는 노동조합이 되는데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문제다. 단결권 확대를 위한 계기가 마련된 만큼 이를 자각하고 내년도를 지금 노동조합 밖에 있는 노동자에게까지 단결권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에 따라 사업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면 좋겠다.

"한국사회 간접고용 중간착취 너무 심하다"

프레시안 : 한국사회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논의가 필요할까?

오민규 :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다. 다른 하나는 5인 미만 사업장이나 플랫폼 등에 노동관계법적 차별을 없애는 문제다.

전자부터 이야기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 80만 공공부문 비정규직에게 정규직 전환으로 좋은 일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정책이 민간 부문 정규직 전환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면 비판할 생각은 없었다. 칭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민간 부문 확산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민간부문의 비정규직은 버려뒀고 오히려 더 나빠졌다. 2018년 통계청 통계에서 비정규직이 급격히 늘어난 걸로 잡혔을 때 정부가 통계 기준을 바꿔서라고 했다. 그런데 그 뒤에도 비정규직 규모가 늘었다. 민간 부문에서 현대차, 삼성 등 재벌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둔 거다.

프레시안 :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오민규 : 비정규직 중에 간접고용이 많다. 일단은 ILO 협약 준수와 관련해서도 이야기한 원청 사용자 책임 인정이 중요하다. 이거 하나만 해도 원하청 구조로 수직계열화된 고용 문제를 푸는데 큰 진전이 있을 거다. 그리고 불법파견 문제가 있다. 기업이 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았을 때 현대제철처럼 자회사 만들어서 봉합하게 하지 말고 법대로 직접고용하게 해야 한다.

한국사회에 중각착취가 너무 심하다. 하청업체가 너무 많다. 원청업체에서 관리자로 일하다 퇴직하면 나와서 하청업체 차린다.

한상균 : 안산에 가면 하천변 건물 전체가 용역 업체 간판으로 딱 차 있다. 한국사회 중간착취의 현실, 인간의 존엄이 짓밟히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내하청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 원청이 사내하청업체에 정규직 임금 대비 70% 정도로 10명분 인건비를 준다고 하자. 정규직 임금이 7000만 원이면 사내하청 노동자는 5000만 원 정도는 받아야 한다.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2500 ~ 3000만 원 정도를 받는다. 사람도 8명만 쓴다. 나머지는 사장이 떼먹는다. 그렇게 해서 사장 혼자 먹는 게 아니다. 원청의 여러 관계자에게 상납도 한다. 이런 식으로 비정규직의 피를 빨아서 잔치를 하는 자들이 따로 있다.

오민규 : 원청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면 그런 하청업체들 발붙이기 어렵다. 통제 안 되는 하청업체 관리자가 문제 일으켜서 노사분규 생기고 여기에 대해 원청도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 자꾸 생기면, 원청도 그 고생을 하느니 차라리 직접고용할 거다. 원청이 자꾸 하청을 늘리는 게 사실 노조 상대 안 하려고 한 거 아닌가.

▲ 2021년 8월 통계청이 발표한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중 '비정규직 근로자 규모 및 비중'. 비정규직 통계 기준이 바뀐 2018년 이후에도 비정규직 규모는 늘었다. ⓒ통계청

사업장 인원, 고용형태 따른 노동관계법 적용 차별 해소해야

프레시안 : 간접고용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된 것 같다. 5인 미만 사업장과 플랫폼 노동자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

오민규 : 5인 미만은 정말 오래된 고용형태고 플랫폼은 최첨단을 달리는 고용형태인데 둘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노동관계법에서 이상한 기준을 세워서 갈라놓고 이들을 다른 노동자와 차별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해고, 노동시간 등 근로기준법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 플랫폼 노동자는 당사자가 스스로 자신의 노동자 지위를 입증하기 전까지는 아예 노동자로 보지도 않는다.

한상균 :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말을 더하면, 공장에서 1000명이 넘게 일하는데 이걸 5인 미만 사업체로 쪼개서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는 사례가 있다. 이런 방법을 적극적으로 컨설팅하는 노무법인까지 있다고 한다.

한국사회에서 일하는 사람이 노동관계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또 있다. 사용자의 관리감독을 받으면서 노동자로 일하는데도 개인 사업자로 등록돼 월급에서 사업소득세 3.3%를 떼는 '가짜 3.3 노동자'다. 이들은 4대 보험 적용도 못 받는다. 근로기준법이나 노조 할 권리뿐 아니라 노후 보장 등 여러 사회안전망에서도 배제되는 거다.

최근에 이들이 떼인 세금을 환급해준다는 사이트가 등장해서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사이트에 등록하고 세금환급을 신청하면 회사가 국세청과 연결해서 세금을 환급해주고 수수료를 떼 간다. 여기에 벌써 800만 명이 넘게 등록했고, 회사가 챙긴 수수료만 수백억 원이 된다고 한다. 그 중 상당수가 개인 사업자로 위장돼 사업소득세를 뗀 노동자일 거다.

프레시안 : 5인 미만 사업장, 플랫폼, 가짜 3.3 노동자에 대한 노동관계법 차별을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오민규 : 현재 나와 있는 대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금의 노동관계법을 폐기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일반법 혹은 기본법을 새로 만들자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현행 노동관계법을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으로 바꿔 나가자는 주장이다. 개인적으로는 후자를 지지한다.

두 대안의 문제의식은 비슷하다. 모든 일하는 사람을 하나의 법으로 보호하자는 거다. 지금 정부와 국회는 플랫폼 같은 새로운 고용형태가 생기면 특별법을 만들어서 보호하자고 한다.

한상균 : 새로운 업종과 직업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노동관계법 적용을 피하려고 편법을 쓰는 사용자도 많다. 기존의 법이 그걸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별법을 만드는 식으로도 그걸 다 따라가지 못한다. 이럴 때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최소한 이 정도는 지키고 사람을 써야 한다는 하나의 법적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자꾸 고용형태 별로 법 적용을 달리 하면, 사용자들이 법 적용 피하려고 고용형태로 장난치게 돼있다. 꼼수를 쓸 수 없는 아주 명쾌하고 단순한 법이 나와야 한다.

오민규 : 한 위원장이 발상의 전환을 이야기했는데 플랫폼이든, 가짜 3.3이든 일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보고 아니라는 걸 입증할 책임을 사용자에게 지우는 입증책임 전환도 중요하다.

한상균 :다. 노동자인지 아닌지 입증책임을 사용자에게 전환함과 동시에, 간접고용과 플랫폼 관련 원청과 플랫폼기업이 노동법상 사용자책임을 지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깜깜이' 근로자 대표 선출, 이제는 바꿔야

프레시안 : 그밖에 대선 국면에서 논의되어야 할 노동 문제에는 어떤 게 있나?

한상균 : 현행법상 기업이 탄력근로제나 구조조정을 하려면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 노동조합 없는 사업장에서는 근로자 대표가 합의 주체다. 그런데 근로자 대표를 뽑는 과정이 지금은 완전 주먹구구식이다. 회사에서 일하는 집안 친척을 대표로 뽑아놓고 탄력근로제나 구조조정에 동의했다고 사인만 받으면 해결되는 식이다.

근로자 대표 선출과정을 제대로 정비하자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있는데 국민의힘이 기업의 의욕을 꺾는다며 반대해서 못하고 있다. 노조 없는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직접투표, 비밀투표 원칙에 따라 대표자를 뽑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이 법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 한국 사업장 10곳 중 8~9곳에는 노조가 없다. 국회에서는 노조 없는 사업장 노동자들이 공정한 절차에 따라 자신들의 대표를 뽑는 법조차 통과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중요한 문제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하는 대선 되면 국민이 불행해진다"

프레시안 : 끝으로 이번 대선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나?

한상균 : 옛날에는 진보진영 최고의 무기가 공감과 소통이었다. 지금은 그런 게 도드라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상태로 가면 대선 국면에서 진보정치가 주목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진보진영이 '공정 프레임에 대해 그게 맞냐 아니냐'는 식으로 맞대응하거나 해서는 실익이 없을 것 같다.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진보진영만의 소통 경로를 갖고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끌고 가야 한다.

사회의 근본을 흔드는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대단히 도발적이고 급진적인 방식으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전면전을 해야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길을 열 수 있다고 본다.

또, 진보정치가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의 공감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의 공감을 얻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헌신적이고 진심을 담은 노력을 얼마만큼 표현할 수 있냐가 이번 대선에서 진보진영이 고민해야 할 핵심적 질문이라고 본다.

이걸 고민하면서 기후위기 문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해결책을 노동자의 시각과 심장으로 정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저항하는 직접정치 세력과의 융합도 필요하다. 그런 융합이 되고 나면 연대와 연합의 방식으로 씨앗을 뿌려야 한다.

프레시안 : 오 실장은 이번 대선에 대해 어떤 말을 하고 싶나?

오민규 : 플랫폼 노동을 예로 들면, 각국에서 굉장히 좋은 법 제도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이 지금처럼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상대의 허점과 약점에 기초해서 표를 얻는 구도로 지속되면 그런 변화를 다 놓치게 된다. 그럼 그 불행은 누구에게 넘어가나. 국민과 노동자에게 넘어간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안 하는 상황에서 대선이 지속돼도 내년 3월 9일에 누군가는 대통령에 당선될 거다. 당선되면 60일 동안 인수위원회가 돌아간다. 그리고 5월 9일이면 취임이다. 취임하면 바로 최저임금 정해야 한다. ILO 기본협약은 그보다 앞서 4월 20일 발효된다. 기후위기와 산업 전환 문제에도 대응해야 한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는 내년이 위기라는 말이 몇 년째 나오고 있다. 정말 위기가 목에 찼다.

선거 전까지는 후보니까 이런 문제에 대해 책임질 건 없다. 당선되면 다르다.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대로 가면, 당선자가 선거 때 이야기해본 적도 없고 공약도 만들지 않은 문제에 대해 정책을 만들고 집행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인수위 60일 동안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정책이 만들어질 거다. 그 뒷감당은 5년 동안 대통령 뽑을 일 없는 국민이 다 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지금 노동 문제에 대해 말 안 하는 이재명 후보도 말을 해야 하고, 노동진영도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노동정치를 구축해 연단에 올라야 한다. 그런 행동이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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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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