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문재명' 윤석열, 정권교체 구심점 될까?

위태로운 "공정과 상식", 방향 전환이 관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맞설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5일 선출됐다. 다자구도 속에서도 뚜렷한 양강을 형성한 두 후보가 대통령선거일인 내년 3월 9일까지 치열한 '4개월 혈투'를 벌일 전망이다.

독자 행보를 포기하고 지난 7월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 후보의 승부수가 결과적으로 통했다. 독자 출마 시 불가피했던 야권 단일화라는 징검다리 없이 본선 무대에 직행하게 된 점이 윤 후보가 거둔 최대 수확이다.

입당 3개월 만에 정치 경력 26년차 홍준표 의원을 비롯해 쟁쟁한 경쟁자였던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를 제치고 대선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한 셈이다.

윤 후보의 본선 진출은 정권교체론을 흡수할 구심점이 야권에 마련됐음을 의미한다. 정권유지론을 압도하는 정권교체론이 대선 관련 각종 조사에서 가장 일관적으로 확인되는 지표다. '현정부 심판'이 대선 슬로건인 제1야당 후보에게 매우 유리한 토대다. 윤 후보는 당선 일성으로 "정권교체의 무거운 사명감을 느낀다"면서 "정권교체의 대의 앞에 분열할 자유도 없다"고 했다.

윤 후보는 또 "저의 경선 승리를 이 정권은 매우 두려워하고 뼈아파 할 것이다. 조국의 위선, 추미애의 오만을 무너뜨린 공정의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검찰총장 재임 시절 '조국 사태'와 '추윤 갈등'을 거치며 특정 분야에서 얻은 인기로 쌓아올린 윤 후보의 지지세가 본선에도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거대 여당의 일방 독주에 대한 견제 심리, 진영 갈등에 대한 피로감이 상호작용해 보수야당에 매몰되지 않는 신예로 주목받았으나, 윤 후보가 내세우는 핵심 가치인 "공정과 상식"이 위태로워졌다. 대선후보 경선 2개월 동안 윤 후보가 입은 정치적 손실은 대체로 그의 입이 자초했다.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가난한 사람은 부정 식품이라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 "페미니즘이 악용돼 건전한 교제도 막는다",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

스스로 내세운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돌출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중도층, 20~30대, 수도권 지지율이 내려앉았다. 경선이 진행될수록 윤 후보 주요 지지층이 50대 이상, 영남,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왜소해진 결과, 최종 경선의 50% 비중을 차지한 일반여론조사에선 홍준표 의원에게 크게 밀린 성적표를 받아들기도 했다.

'반(反) 문재명' 호소로 흩어진 민심을 재결집시키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윤 후보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맹비난하면서도 "국민 통합의 나라를 만들겠다"며 "진보의 대한민국, 보수의 대한민국이 따로 있을 수 없다"고 '통합론'에도 힘을 줬다. 그러면서 "기성 정치권을 개혁하라는 것, 내 편 네 편 가르지 않고 국민을 통합하라는 것이 윤석열의 존재 가치이고 내가 나아갈 길"이라며 중도층 잡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에 따라 잦은 설화와 미숙한 운영으로 의심을 샀던 윤석열 경선 캠프는 해체 수준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아울러 검찰총장 이미지를 벗고 지도자로 거듭나려면 당 차원의 국가운영 비전과 정책적 뒷받침도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할지가 최대 관건이다.

김 전 위원장이 최근 윤 전 총장에 힘을 싣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왔고, 윤 후보도 김 전 위원장과 접촉해 선대위 참여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김 전 위원장이 조만간 정치 현장에 복귀해 야권 대선을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이 다수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이) 경선 과정에서 유익한 조언을 해줘서 도와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밖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중인 고발 사주 의혹을 비롯한 '개인 리스크', 검찰이 수사 중인 부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장모의 요양병원 불법 개설 의혹 등도 윤 후보가 시급히 털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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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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