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치 행보에 촉각, 김종인 "국민의힘과 관계 없지만...지켜보겠다"

국민의힘 "文정부 마지막 브레이크 없어졌다"…대여 공세 총력전

윤석열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에 대해 보수 야권은 한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윤 총장의 향후 행보에 대한 반응에서는 온도차를 보였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4일 윤 총장의 사의 표명 직후 구두논평을 통해 "사욕과 안위가 먼저인 정권의 공격에 맞서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검찰총장의 회한이 짐작된다"고 윤 총장에게 공감을 표했다.

배 대변인은 "이 정권은 자신들이 세운 '검찰개혁 적임자'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자, 인사 폭거로 식물 총장을 만들다 못해 아예 형사·사법 시스템을 갈아엎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하면서 "문재인 정권의 '우리 윤 총장님'이 사퇴하면 정권의 폭주를 막을 마지막 브레이크가 없어지는 셈이고 정권의 썩은 부위를 도려낼 수술용 메스가 없어지는 격"이라고 했다.

배 대변인은 "정권 핵심과 그 하수인들은 당장은 희희낙락할지 몰라도 앞으로 윤 총장이 오늘 내려놓은 결과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후 <한겨레>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가 윤 총장을 임명한 뒤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자체가 통치 능력이 과연 있는 것이냐는 생각을 하게 한다"며 "정부·여당으로서는 국민한테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했으니 임기를 채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줬어야 하는데, 중수청법을 만들어서 검찰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니 검찰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저런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윤 총장의 앞날에 대해서는 "'별의 순간'을 잡는 것은 그 사람 본인의 생각에 달린 것이지 국민의힘과는 관계가 없다"며 "앞으로 진로를 어떻게 개척해 가는지 보겠다"고 거리를 두는 태도를 취했다. 배 대변인 논평에도 정부 비판에 초점을 두었을 뿐, 윤 총장의 향후 행보를 응원하는 취지의 말은 없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낸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이날 오전 "윤 총장이 지금 사표를 낸다면 그것은 잘못된 결단"이라며 "정면돌파하시라. 정치는 소임을 다한 후 해도 늦지 않는다"고 사실상 사퇴를 만류하는 취지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SNS에 쓴 글에서 "상식과 정의를 위해 치열하게 싸워 온 윤 총장님, 그동안 수고하셨다"며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이다.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윤 총장님의 앞날을 국민과 함께 응원하겠다"고 우호적 메시지를 보냈다.

안 대표는 "저는 윤 총장이 끝까지 검찰에 남아 싸워주기를 바랐지만 이번 윤 총장의 결정은 정권의 부당함을 직접 국민을 상대로 호소하려는 것으로 이해한다"면서 "끝없는 정치 공세와 노골적인 찍어내기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직무를 수행했던 윤 총장이 직을 버리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국민들은 똑똑히 알고 계신다"고 했다.

안 대표는 "윤 총장 사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면서 "윤 총장 사퇴가 확정된다면, 이 정권의 기세도 오래 못 갈 것이고 '더 이상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와 법치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 또한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총장의 사퇴에도 이 정권이 폭주를 멈추지 않는다면, 이제 온 국민이 나서서 불의와 싸울 때"라며 "4월 7일 보궐선거의 야권 승리는 광범위한 국민 행동의 기폭제가 될 것이고, 이렇게 모인 국민 역량은 내년 정권교체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안혜진 대변인 논평에서 "현 정권 하에 쏟아진 수많은 비리 행위를 목도하면서 정의를 구현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한 채 떠나는 윤 총장을 속절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고 정부를 비판하는 한편 "현 정권에 맞서서 무너진 공정과 정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에 남은 일생의 모든 힘을 보태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은 "법치주의를 수호해야 할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손발이 잘리고 폐부 깊숙한 곳에 칼을 들이미는 형국에 직을 걸고서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없었으리라 짐작된다", "지속적인 권력 수사 무력화 시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직을 내려놓기로 결심하기까지 숱한 고뇌의 날들을 보냈으리라"고 윤 총장의 처지에 공감을 표하면서 "우여곡절 과정에서 윤 총장의 기개와 결기는 이미 국민께 충분히 드러났다", "깊은 고민과 책임감 또한 여러 족적에 묻어나 천만다행"이라고 그를 높이 평가했다.

국민의당은 특히 "범법자 소굴이 돼가고 있는 부패 정권에 대항해, 피끓는 국민의 열망을 위해 검찰총장으로서 다하지 못한 소임을 다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선한 국민을 보호함에 최선봉에 서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내달라"고 했다. 국민의힘과 비교할 때, 정부 비판보다는 윤 총장의 향후 역할에 더 중점을 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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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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