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퇴에 민주당은 '중수청 숨고르기'

'정부 심판론' 구심점으로 떠오르면 보선·대선 지형 격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작심 비판하며 대여 강경 메시지를 내놓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자신의 거취에 관한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날 오전 반차를 낸 윤 총장이 휴가에서 복귀해 사의를 표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중수청 반대에 "직을 걸겠다"고 했던 윤 총장이 7월 임기 만료를 넉 달 앞두고 물러나면, 정치 참여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기류다.

전날 윤 총장은 대구고‧지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계 진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겨뒀다.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검수완박)'을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정치적 되치기도 가했다.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할 경우, 시점 상 4.7 보궐선거 1개월 전이자 내년 3월 9일에 치러지는 대선 1년 전이 된다. 국민의힘 지지율과 야권 대선후보들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와중에, 윤 총장이 '문재인 정권 심판론'의 정치적 구심으로 떠오를 수 있는 타이밍이다.

당장 윤 총장의 거취 변경은 보궐선거의 풍향계를 바꿀 수 있는 최대 변수라는 점이 여권으로서는 부담이다. 2.4 부동산 대책, 가덕도신공항 건설로 만회를 모색하는 여권으로선 '윤석열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할 경우,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독주 양상인 대선 지형에도 격변이 예상된다. 재보선 판세를 변화시킨 정치적 동력을 밑천 삼아 윤 총장이 대선 행보를 가시화하면 윤 총장은 단숨에 야권 대선후보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윤 총장을 규정했음에도 중수청을 둘러싼 여권과 윤 총장의 정면충돌이 확산일로에 처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진화에 주력했다. 중수청 설치법안을 3월 초 발의해 오는 6월 안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민주당의 속도조절 행보가 확연해졌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대변인은 4일 특위 전체회의를 마친 뒤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며 "충분히 여러 과정을 통해 소통하겠다"고 했다. 이어 "정돈된 상태에서 법안 발의를 하겠다"며 법안 발의 시점을 늦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총장이 중수청 설치에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보궐선거에 미칠 악영향은 물론이고 그의 정치 참여에 명분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일보후퇴'로 해석된다.

오 대변인은 "(중수청 추진은) 큰 방향에서는 기본적으로 담담하게 갈 것"이라고 했다. 상반기 처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사회적 공감이 이뤄지면 그 시점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특별히 언제까지 시한을 놓고 접근하지 않는다. 방향성을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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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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