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자율주행은 정말 인류를 위해 필요한 기술일까?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코로나19와 자동차산업 ④ 자율주행 발달에 따른 기사 퇴출, 이윤은 기업의 것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가 코로나 이후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네번째 글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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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우버(Uber) 실적을 통해 코로나19 대유행이 미래자동차 전환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 바 있다. 그런데 눈치 빠른 독자들이라면 <인사이드 경제>가 쟁점을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것이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빠져 있었다.

"아니, 우버가 매년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는데 주식가치는 왜 그렇게 높을까?"

"대규모 적자에도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자율주행에 왜 그렇게 투자를 많이 했을까?"

사실 이 문제는 '자율주행'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추가 설명이 필요한데, 생각보다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그래서 지난번 글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했던 영역인데, 이렇게 별도의 글로 추가 설명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우버 수익 구조 다시 보기

본격적인 설명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복습을 해보기로 하자. 우버 재무제표에서 매출액 개념만큼 중요한 게 '총 예약(Gross Booking)' 액수인데, 이건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한 후 우버 기사에게 지불하는 총 금액을 의미한다. 우버는 총 예약에서 기사에게 지불된 비용에서 일정 비율 수수료를 떼는데 이 금액이 매출액을 구성한다.

▲ 2019년과 2020년 1~3분기 우버 총 예약 및 매출액 증감율과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우버가 기사에게 지출한 비용 비율.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그렇다면 반대로 총 예약 액수에서 매출액을 빼면 우버 기사에게 지출되는 비용이 된다. 위 표에 나온 것처럼 계산을 해보았더니 총 예약 금액의 약 78%에 해당한다. 이건 우버만이 아니라 운수사업 또는 운송사업의 일반적인 현상인데, 사업에 들어가는 전체 비용의 75% 안팎이 운전기사에게 들어간다.

만일 운전기사를 삭제할 수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자본가들은 자연스럽게 운전기사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비용을 조금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없앨 수 있다면? 운전기사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제로(zero)로 만들 수 있다면, 운수·운송사업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우버를 비롯해 GM·포드 등 세계 굴지의 완성차업체들, 그리고 구글·아마존 등 IT 기업들까지 모두가 몰려들어 '자율주행차(Autonomous Vehicle)' 개발에 나선 것이다. 관련 기술 개발에 엄청난 현금 투자가 필요하지만, 누구라도 가장 먼저 성공하기만 한다면 완전 대박이 터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버는 매년 수십~수백억 달러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그 적자 액수만큼의 연구개발비를 자율주행차와 기술 개발에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우버의 주식가치? 우버가 세계 주요 도시에서 택시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 상황이니 자율주행 기술이 개발될 경우 우버 수익률 폭증을 예상한 기대치가 반영된 것이다.

애물단지가 된 자율주행 기술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생산과 판매가 멈추고 개인들의 소비활동이 대폭 줄어들면서 기업들마다 현금이 바닥나기 시작한 것. 지난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엄청난 현금을 필요로 한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기만 하면 대박이 터지지만, 당장의 현금 부족은 자율주행 투자 속도를 늦추게 만들었다.

▲ 2019년과 1~3분기에 비해 2020년 1~3분기 우버 연구개발비는 59% 감소했다. 이 때문에 매출액과 총 예약이 줄어들었는데도 영업손실이 줄었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우버도 비켜갈 수 없었다. 대부분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투입되는 연구개발비를 올해 3분기까지 17억 달러로 줄여 전년(42억 달러) 대비 59%나 감소시켰다. 총 예약과 매출액 모두 전년 대비 12~13%씩 줄었지만 영업손실폭은 오히려 줄어서 48% 개선되었는데 여기에는 자율주행 연구개발 투자를 줄인 게 핵심이었다.

운수·운송산업에 돈벼락을 안겨줄 신기술로 칭송받던 자율주행차가 이제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스타트업과 기술회사 관련 전문지인 테크크런치(Techcrunch) 최신 보도에 따르면, 우버는 자율주행 부문 자회사인 ATG(Advanced Technology Group)를 매각하기 위해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로라(Aurora)와 협상 중이라고 한다. 이놈의 애물단지 이제 떼어내고 싶은 것이다.

이게 진짜 '미래' 자동차일까

자율주행 기술이 운수·운송산업 자본가들에게 엄청난 이윤보따리를 선물한다는 점은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기술일까? 우선 시각 장애인들의 이동권, 그리고 다양한 이유로 운전면허를 소지하기 어려운 분들의 이동권을 확대한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달려드는 자본가들은 시각 장애인들의 권리 확대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오로지 운전기사들을 모조리 해고하고 그들에게 들어간 비용을 절감해 이윤을 늘리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다. 가장 먼저 도달한 놈에게 특별이윤이 떨어진다. 그러니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면서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에서 잊을 만하면 한번씩 사망사고 소식이 들리고 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인 오토파일럿이 적용된 차량의 사망사고는 1년에 한번꼴로 나오고 있으며, 2018년 3월에는 시험주행 중이던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사망사고를 내기도 했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기술로 수천~수만 대의 시험주행 차량이 돌아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Cruise)가 개발하고 있는 '오리진(Origin)'에는 심지어 핸들과 페달이 없다. 아니 핸들·페달 뿐이 아니라 아예 운전석이 없다. 앞뒤가 똑같이 생겨 어디가 앞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는 디자인인데, 만에 하나 자율주행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경우 누군가 위기 컨트롤을 해야 할 텐데 핸들도 페달도 없는 차량에서 이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Cruise)'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 차량 '오리진(Origin)'. 크루즈 홈페이지 캡쳐.

ADAS 고도화에서 길을 찾아야

요즘 출시되는 신차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이 장착되어 있다. 중앙선 침범, 충돌 위협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소리, 불빛, 진동 등으로 운전자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좀 더 정밀한 시스템으로 가면 운전자의 눈꺼풀을 관찰하며 졸음운전 여부를 알려주기도 한다.

자율주행차는 그 수준에 따라 1~5까지의 레벨로 구분하는데, 레벨 5에 이르면 진정한 자율주행차 그러니까 운전자의 일체 개입 없이 AI가 모든 운전을 알아서 하는 경지가 된다. 그 전까지 레벨 1~4의 경우 ADAS 수준이 고도화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자본가들이 단숨에 레벨 5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과연 레벨 5에 빠르게 도달하는 것이 인류에게 절실한 문제일까?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일으킬 경우 그 책임을 누구에게 얼마만큼씩 분담시킬 것인지에 대해 법·제도는 물론이고 보험 제도와 관련한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인데 말이다. 오로지 자본가들의 이윤을 위해 이 모든 사고와 위험을 감수해야만 되는가.

오히려 완전 자율주행을 먼 미래의 목표로 설정하고 그 사이 운전자의 존재를 전제한 ADAS 수준을 고도화하는 쪽에 주력하는 것이 인류에게 훨씬 도움 되는 일이 아닐까? 운전기사 일자리를 충분히 유지하고, 운전면허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수준이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을까 말이다. 물론 돈벌이에 눈이 먼 자본가들은 결사반대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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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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