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전기차 시장 성장, 왜?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코로나19에도 성장하는 2개의 자동차 시장 ②

지난 글에 이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특이사항 한 가지를 더 소개하기로 한다.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상승하는 2개의 시장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지난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한국 내수시장이다. (관련 기사 : 코로나 이후 모두 곤두박질, 한국 자동차 시장만 성장했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내수보다 수출에 의존하고 있고, 생산량의 70% 이상이 해외시장에서 판매된다. 그래서 내수 판매량은 늘었지만 수출이 상당히 줄어들어 전체 생산량은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내수 판매의 경우 개별소비세 70% 인하(올해 3~6월)나 노후차량 교체 지원(올해 상반기) 등의 이유도 있었지만, 다른 나라들도 자동차 판매량 회복을 위해 각국 정부가 많은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꽤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성장하는 시장 : 전기차

그렇다면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상승하는 또 하나의 시장은 어디일까? 이번에는 특정 국가의 내수시장이 아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조금씩 시장점유율을 높여오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본격적인 판매량 상승을 겪고 있는 '전기차 시장'이다.

그럼 판매량이 얼마나 상승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텐데,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통상의 완성차 판매량은 각국 자동차산업협회 데이터를 보면 되는데, 친절하게도 전기차 판매량을 함께 공개하는 나라도 있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은 나라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 각국 전기차 판매량을 그때그때 구해서 공유하는 블로그 사이트가 하나 있다. 놀랍게도 수많은 언론이나 협회에서 이 블로그에 공개된 데이터를 활용할 정도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독자들께서도 한번 방문해 보시길 권해본다. (블로그 주소 : http://ev-sales.blogspot.com)

한 가지 쟁점이 더 있다. '전기차'라면 도대체 어디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인지도 나라마다, 협회마다, 전문가마다 입장을 조금씩 달리 한다. 국제적으로 합의된 표준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상당한 수준에서 글로벌 합의가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입장차는 존재한다.

'전기차'에 대한 분류법 역시 위에 공개한 블로그가 취한 방법을 따르기로 했다. 순수 배터리 전기차(Battery Electric Vehicle, 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 PHEV)까지만을 포함하는 방식이다. 플러그인을 제외한 하이브리드, 그리고 수소연료전지차(Fuel Cell Electric Vehicle, FCEV)는 제외한다는 의미가 되겠다.

하이브리드 차량(Hybrid Electric Vehicle, HEV)을 모두 포함시키는 것은 무리이나, 플러그인의 경우 기본적으로 전기를 사용하되 보조적으로 화학연료를 사용하기에 포함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수소연료전지차까지 전기차로 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의견이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판매량이 많지는 않은 편이라 분석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유럽

우선 <인사이드 경제>는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 관련 그래프를 그려보았다.(아래 그림) 이 블로그에는 여러 나라와 대륙 관련 데이터가 있지만, 전기차 판매량이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급격히 변화하는 양상을 잘 보여주는 곳이 유럽 대륙이기 때문이다.

▲ 2019년과 2020년 1~7월 유럽 전기차 판매량.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유럽 대륙 전기차 판매량을 전년과 비교해본 것인데, 올해 4~5월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달에 전년 대비 2배 가까운 판매량 상승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7월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무려 3배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게다가 이런 수준의 판매량 상승을 승용차와 비교해보면 그 변화는 매우 놀라운 수준이다. 동유럽을 제외한 유럽연합(EU) 14개 가입국, 유럽연합과 FTA 존을 구성하고 있는 3개 국가(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위스), 최근에 유럽연합을 탈퇴한 영국 등을 합한 18개 국가를 '서유럽'으로 통칭하는데, 이들 서유럽 전체 승용차 판매량 그래프를 같은 방식으로 그려 보았다.

▲ 2019년과 2020년 1~7월 서유럽 승용차 판매량.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올해 3~5월 판매량은 전년 대비 폭락한 수준임이 확연히 눈에 띈다. 전기차의 경우 4~5월에 전년과 비슷한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말이다. 반대로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2~3배가 상승하던 6~7월의 경우 승용차 판매량은 아직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즉, 승용차 판매량이 코로나19로 엄청난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 전기차 판매량은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와 보조금 중단, 원투 펀치 맞은 중국

승용차 판매량은 서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유럽 데이터라 점유율을 직접 계산하기에는 무리지만, 7월의 경우 서유럽 승용차 판매량이 116만 대이고 유럽 전기차 판매량이 11만 대를 넘겼음을 감안하면,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이 10%대로 올라서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작년까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팔아주던 시장은 단연 중국이었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대비 상당한 수준의 하락을 기록했다. 2월부터 코로나19 대유행의 진원지가 된 탓에, 승용차는 물론이고 전기차 생산과 판매 모두 타격을 입은 것이다.

▲ 2019년과 2020년 1~7월 중국 전기차 판매량.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그런데 7월의 경우 전년 대비 판매량이 역전되기 시작하는데, 이는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영향이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전기차를 비롯한 신에너지차량(NEV)에 후한 보조금을 지급해 왔는데, 그 제도가 작년 6월 말에 종료된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상반기 판매량은 역대 최고를 기록한 반면, 보조금이 중단된 7월 이후에는 하락하게 된다.

뒤집어서 얘기하면 7월 이후로는 중국 역시 전년 대비 판매량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며, 올해 연말이 되면 연간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많아질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성장하는 시장이 전기차라는 사실을 여기서도 입증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유럽의 쌍끌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중국과 유럽 말고는 전기차 팔아주는 곳이 없나? 90%는 사실이다. 물론 전기차 판매와 관련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단체가 없어서 블로그 데이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그 데이터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90%가 중국과 유럽에서 팔리고 있다.

▲ 2020년 1~7월 유럽 중국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작년까지는 중국이 판매량을 주도하고 있었다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는 유럽이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 작년까지 판매량을 주도하던 중국이 올해 상반기에 죽을 쑤게 되자, 유럽 판매량이 2~3배씩 뛰어오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보다 약간 떨어진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 판매량이 다시 7월부터 전년 대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역시 7월에는 전년 대비 2배 가까운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연말이 되면 전년 대비 판매량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래 그래프)

▲ 2019년과 2020년1~7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나는 이유

절대 반지가 생긴다고 해도 이윤이 남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게 자본가들이다. 그렇다면 전기차는 이윤을 많이 남기는 차일까? 일부 자본가들이 주장하는 "만들수록 적자 보는 차"라는 말이 좀 과장되긴 했지만,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서는 이윤이 많이 남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아직은 배터리 개발·생산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각국 자동차산업 자본가들이 앞다투어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하는 이유는 뭘까. 기후 협약 때문일까? 절반은 맞는 말이다. 자본가들은 환경 규제 같은 걸 천성적으로 싫어한다. 하지만 세계적 추세가 그렇게 간다면? 그럼 '친환경차' 같은 걸 만들어 파는 게 미래의 이윤 원천이 된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를 중국과 유럽이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반대로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뜻이 된다. 기후 협약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트럼프 행정부가 오히려 환경 규제를 더 완화하고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려 하고 있어서 구매자들 입장에선 전기차에 대한 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미래자동차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이 엇갈리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그건 코로나19 대유행과는 상관없이 진행되던 추세 아닌가? 도대체 코로나19와 전기차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사실 둘 사이에 필연적인 연관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아주 우연적인 상황이 겹치면서 벌어진 현상일 뿐이다.

사회적 대격변, 그것도 코로나19처럼 인류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격변은, 기존에 진행되던 변화 중 일부는 브레이크를 잡게 만들고 일부는 액셀(러레이터)를 밟게 만든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자동차산업에 엄청난 '위기(Crisis)'를 몰고 왔다.

사실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된 것인데, 코로나19가 엄청나게 가속시키게 된다. 그 이전부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된 '미래자동차'로의 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미래자동차로의 변화는 전기차만이 아니었다. 자율주행차로의 변화, 카쉐어링·라이드쉐어링의 성행, 커넥티드 카의 출현 등도 미래차로의 변화에 포함된다.

그런데 이들 중 코로나19 대유행은 카쉐어링·라이드쉐어링으로의 변화는 급브레이크 또는 핸드브레이크를 잡게 만들었다. 자율주행차로의 변화는 서서히 브레이크를 잡으며 속도를 줄이게 했다. 그런데 유독 전기차로의 변화는 가속 페달을 밟도록 만든 것이다. 그렇게 변화하도록 만든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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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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