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18일 내년 4월에 열리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금 전 의원은 스스로를 '야권의 일원'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의 초청으로 강연을 한 후 가진 참석자 질의응답에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 관련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의 의미를 깊이 고민해서 감당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해야 할 것"이라며 "나도 나름의 역할을 찾을 것이고, 국민의힘은 국민이힘 나름의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강연을 하러 와서 정치적 결심을 말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며 "고민하고, 결심이 서면 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더 받자 "결심이 서면 알려드리겠다"고만 했다.
금 전 의원은 자신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민주당을 탈당해서 국민의힘에 들어가 경선을 치르는 것은 국민들께서 보기에 좋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야권이 서로 생각이 다른 부분을 접어두고 최대공약수를 찾아가며 협력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네가 이런 것을 하라', '양보하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하겠다"고 말해, 스스로를 '야권의 협력'에서 일익을 담당할 당사자로 규정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주장하는 '야권 혁신 플랫폼'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간판을 바꾸는 것만으로 변화의 계기가 되기는 어렵다. 선거를 앞둔 시기에는 주도권 다툼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어서 적절치 않다"며 "국민의힘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승산이 낮고 오래 걸려도 (결국) 제3지대로 갈 수밖에 없지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면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강연에서도 "내년 보궐선거나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소위 '반문연대'를 만들어서 여러 세력, 인물을 얼기설기 엮어놓는 것만으로는 절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당을 하나 만들어서 간판을 바꾼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주도권 다툼으로 중구난방이 되거나 기존 지지자들마저 떠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 전 의원은 "그렇기 때문에 연대를 하려면 서로 충분히 논의를 하고 최대공약수를 찾아서 각자 변화해야 한다"며 "생각의 차이가 있는 사람들이 선거를 앞두고 힘을 합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곱셈의 연대'를 시도해야만 겨우 지지율 합계에 근사한 값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한 사례로 2012년 문재인-안철수 캠프 단일화가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을 들기도 했다.
강연에서 그는 민주당을 매섭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은 독선과 오만, 그리고 고집과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민주당은 진보인가? 진보라서 보수인 야당과 대립하고 있는 것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진보-보수를 따지기 전에 상식에 맞는 정치, 책임을 지는 정치라는 기본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이 매일 같이 충돌해서 국민들이 불안해하는데 집권 여당에서는 해결에 나서기는커녕 한쪽 편을 들어서 야단을 치고 대통령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침묵만 지킨다"는 지적도 했다.
이와 관련, 그는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현직 검찰총장이 대권 여론조사에 등장하고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라며 "윤 총장의 잘못이라기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반성할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나아가 "윤 총장은 훌륭한 검사지만,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조직에 있다 보면 시야가 좁아진다"며 특히 "검찰에 있다 보면 모든 평가를 법에 맞춰 일도양단식으로 하게 되는데, 정치는 넓게 봐야 하고 타협의 과정이다. (검찰에서)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바로 정치권에 들어오면 실력 발휘가 어렵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공수처와 관련해 청와대가 정략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폭로를 하기도 했다. 그는 "2017년 대선으로 정권교체가 된 후 가을에 청와대에서 공수처 문제로 법사위 간사인 저를 찾아온 일이 있었다"며 "청와대 측의 요청은 연말까지 공수처법을 통과시켜달라는 것이었는데, 저는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고 어떻게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느냐. 아무리 나한테 얘기를 해봤자 야당이 동의를 안 하면 통과가 안 된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자신이 "(야당을 설득하지 않고) 공수처법이 연말까지 통과되기를 바라는 것은 바보스러운 발상"이라고 하자 "그때 청와대에서 오신 분이 이런 반박을 했다"고 전했다. "우리가 바보인줄 아느냐. 연말까지 공수처법이 통과되지 않을 것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강력하게 공수처를 추진하고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민주당은 개혁세력, 자유한국당은 수구세력으로 보이지 않겠느냐. 그러면 다음 해에 있는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다."
금 전 의원은 '청와대에서 오신 분'의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다. 당시 공수처 설치는 조국 민정수석이, 국회와의 소통은 전병헌 정무수석이 담당하고 있을 때였다.
금 전 의원은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민주당이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하기로 한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하면서 당 대표가 형식적인 사과를 하는 데 그쳤다"며 "피해자에게 형식적 사과를 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가장 잘못된 형식의 사과라고 지탄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스로 만든 당규를 어기고 후보를 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지금도 인터넷상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한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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