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정부, ILO 협약 비준 구실로 오히려 노동자 권리 훼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노동법 개정 위해 공동 행동 나선다

양대노총이 ILO(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비준과 관련한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을 '개악안'으로 규정하며 이의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2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은 ILO 기본협약에서 비롯되는 국제노동 기준에 크게 못 미치고 사용자의 요구를 대폭 반영해 오히려 노동자의 권리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ILO 기본협약 비준과 그에 걸맞는 노동법 개정을 위해 함께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ILO 기본협약은 국제사회에서 노사정이 논의해 정한 최소한의 노동 기준으로 총 8개 협약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은 이 중 차별 금지, 아동노동 금지 관련 협약 4개를 비준했다.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관련 협약 4개는 비준하지 않았다. 이때 '결사의 자유'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자유롭게 단체를 만들고 교섭할 권리를 뜻한다.

정부는 현재 미비준 4개 협약 중 제105호 강제노동 철폐 협약을 제외한 나머지 3개 협약의 비준을 추진하고 있다. 강제노동 철폐 협약을 비준하지 않는 것은 한국의 형벌체계, 분단국가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협약 비준을 위해 필요한 내용뿐 아니라 경영계 요구도 반영됐다.

정부 개정안 중 협약 비준 관련 내용은 △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허용 등이다. 경영계 요구 관련 내용은 △ 단체협약 유효 기간 상한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 조업 방해·사업장 점거 형태 쟁의행위 제한 강화 등이다.

전문가들로부터 국제노동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절충 형태의 개정안도 있다. △ 노조 간부를 노조 규약에 따라 정하도록 하되 산업별 노조가 아닌 기업별 노조 간부는 해당 기업 종사자만 할 수 있게 한 것 △ 고용관계가 없는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을 허용하되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사용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게 한 것 등이다.

양대노총은 정부 개정안을 "이미 기정사실화된 해고자와 실업자의 단결권을 법으로 인정한다는 구실로 사용자의 권한을 더 크게 열어주는 법안"이라고 평하며 "ILO와 국제노동계에서 수년 동안 줄기차게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정할 것을 요구했던 특수고용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이나 교섭권 보장은 온데간데 없다"고 비판했다.

양대노총은 "전태일 50주기를 맞는 올해 2020년이 사용자의 손을 들어주고 노동권을 후퇴시키는 노동법 개악의 해가 되지 않기를, 그리고 ILO 기본협약 비준을 통해 노동기본권 완전 보장과 민주적 노사관계 구축의 기반을 닦는 노동법 개정으로 나아가는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정부의 노조혐오 노동법 개악 시도를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19일 민주노총은 정부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되면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 21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정부의 반노동적 노동법 개악반대 및 ILO핵심협약 비준촉구 양대노총 기자회견'에서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앞줄 오른쪽 네 번째)과 민주노총 김재하 비상대책위원장(앞줄 왼쪽 네 번째)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서울 종로 로얄호텔에서 정부가 주최한 'ILO 핵심협약 관련 노조법 개정 노사정 토론회'에서도 정부 개정안에 대한 전문가 비판이 나왔다.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가 한국이 1996년 ILO에 가입하면서부터 약속해온 기본협약 비준에 대해 '사회적 타협을 통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접근하면서 ILO 협약 비준과 무관한 경영계 요구가 강하게 반영된 노조법 개정안이 만들어졌다"며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에는 ILO 기준에 미달하고 위배되는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윤 위원은 △ 해고자 등 비종사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지만 간부 선출 참여 등 조합원의 권리를 제한한 것 △ 고용관계가 없는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을 사용자가 거부할 수 있게 해 간접고용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의 사업장 내 노조 활동을 제한한 것 등을 ILO 기준에 미달하는 부분으로 지적했다.

ILO 기준에 위배되는 부분으로는 △ 사업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행위를 제한해 사업장 내 평화적 쟁의행위까지도 불법화한 것 △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에 관한 입법안이 없는 것 △ 간접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에 관한 입법안이 없는 것 등을 지적했다.

'현 시점에서 ILO 국제노동기준에 완전하게 부합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의견을 밝힌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 '근로자'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를 법외노조로 정하도록 해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제약할 여지가 있는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을 삭제하지 않은 것 △ 사업장 내 점거형태 쟁의행위 제한 강화와 관련해 부분적 점거까지 금지하는 것처럼 적혀 있는 것 등과 관련해 정부 개정안에서 몇 가지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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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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