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부동산 해법 '민간 후분양제' 먼저 치고 나섰다

관훈토론서 "기본소득 가능", "대통령감 누구다 할 수 없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아파트 후분양제' 주장을 들고 나왔다. 후분양제는 그간 정치권에서 정의당과 정동영 전 민주평화당 대표 등 주로 진보진영에서 주장해온 부동산 정책 대안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불을 붙인 기본소득 논쟁에 대해서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14일 오전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세금으로 부동산 문제가 해소된다면 이미 안정됐어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 자체를, 주택도 하나의 완성 상품처럼 다 지어서 주택업자들이 팔 수 있는 제도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분양 방식인 (선분양제에서) 1970년대부터 돌아오는 것인데, 과거에는 저축이 모자라서 민간 자본을 (건설업계가) 끌어와야 하니 선분양을 한 것"이라며 "지금은 금융시장에 돈이 남아돈다. 주택업자가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서 (주택을) 짓고 마지막에 판매하는 것으로 가면 지금 같은 과열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간 업자를 포함한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은 문재인 정부 초반에 검토되긴 했지만 정부와 여당이 미뤄두고 있는 카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취임 직전에 "후분양제는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고 투기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장관으로 취임한다면 후분양제 의무화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보겠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공공분야에서만 일부 도입됐을 뿐, 전면적인 도입은 꺼리고 있는 중이다.

아파트 후분양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투기와 집값을 잡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이 검토됐던 정책이었다. 당시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이 강력 반대하는 등 부침을 겪어 왔다. 현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후분양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며, 경기도에서는 공공분야에서 후분양제가 시행되고 있다.

공공분야에서 이미 일정부분 후분양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주장은 '주택업자'를 언급하며 민간 분야로 전면 도입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앞서 이날 오전 한 포럼 강연에서도 후분양제 전환과 청년 취약층의 주택 마련에 국민연금과 모기지 펀드를 활용하는 '청년 모기지' 방안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세금으로는 집값 못 잡는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과거에 부동산 투기가 심했을 때(노태우 정부 시절)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해서 특별한 세금을 3개 도입했었다.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종합부동산세"라며 "제가 보건사회부 장관일 때 '위헌이니 하지 말자'고 했지만 당시 (노태우 정부) 청와대가 밀어붙여서 (통과)됐으나 결국 다 위헌 결정을 받아서 지금은 그런 세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본소득 '공상적인 얘기'라 생각 안하는 게 좋을 것"

기본소득 문제에 대해서는 "전국민에게 똑같이 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특정 계층을 놓고 생각할 때 재정적 한계를 정해서 설정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이 취임 이래 불을 지펴 온 기본소득 문제와 관련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전된 언급을 내놓은 셈이다.

김 위원장은 "일부 실시를 해보면 정치·경제·사회적 여러 측면을 고려해 어디(까지)가 가능한지 이런 것이 판별될 것"이라며 "발전이 될 수 있다. 아무 재정 뒷받침 없이 하자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또 그는 기본소득의 원개념은 "각종 복지제도를 통합해서 기본소득으로 하자는 것이 원래 기본소득을 주장한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안"이라고 설명했지만, 자신이 도입을 검토하자고 한 것은 "복지제도를 보완하는 것이지 전적으로 대체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개념을 구체화해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에 재난소득을 받은 사람들 행태를 보면 얼마나 소득을 갈망하는지 알 수 있다. 시장을 방문해 보니 (사람들이) '국가로부터 이런 혜택을 받은 것이 처음이다'라고 굉장히 흐뭇한 생각을 하더라"며 "그것(기본소득)이 절대로 그렇게 일반 사람들이 얘기하는 '아무 의미 없는 공상적인 얘기'라고 생각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기본소득, 후분양제 등의 언급을 내놓는 그에게 한 패널이 '통합당이 좌클릭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통합당의 기본 정책 방향은 시장경제의 효율을 최대한 보장하되, 시장이 보장하지 못하는 부분은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좌클릭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반(反)재벌'로 호가 나 있다는 질문에는 "저를 보고 반재벌론자라고 하지만 제가 재벌 개혁, 해체 이런 얘기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며 "(재벌이) 특권을 행사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법과 관행을 최저한도로 지키면서 사업을 하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재벌이라는 것이 경제 발전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그 한계를 넘어 정권, 사회 현상에 영향력을 행사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그 예인데, 특정 재벌이 박 전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이 있다는 사람을 금전으로 유혹해 결국 대통령 판단을 그르치게 해 탄핵의 비극을 맞게 한 배경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비선 실세' 측에 승마용 말을 뇌물로 건넨 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재벌이 그런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인데, 그런 것을 지적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바로 '반재벌'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고 혀를 찼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 이슈가 계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는 "법률적 판단에 의해 결정될 문제이고 제가 정치권에서 코멘트를 안 하는 게 현명하다"면서도 "밖에서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거기에 이재용 부회장이 관여했나 안 했나는 법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나라 상황 보면 '다음 대통령 어떤 사람이어야' 견해 일치할 것"

정치 관련 분야에서는 야당으로서 통합당의 차기 수권 전망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여당 실패를 먹고 사는 게 야당이다", "통합당이 그 실패한 것을 받아먹을 정도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30~40대가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이라고 보는데, 이들은 가장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잘 받고 풍요 속에서 지내온 세대들"이라며 "이들은 불평등·불공정·비민주 이런 것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으로) 감정을 노출하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 시책을 놓고 봤을 때는 '그래도 없는 사람들한테 뭘 주기라도 하는 정부 아니냐'는 인식을 하는 반면 통합당에 대해서는 '한국당·새누리당 시절에도 굉장히 (없는 자들에게) 인색한 사람들 아니냐. 기득권만 보호하는 사람들이고 부자만 좋아하는 정당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층이 30~40대에 모여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문 대통령에 대한 30~40대의 견고한 지지는 "점차 무너지지 않겠나 보고 있다"고 했다.

최근 자신이 '40대 경제 전문가', '당 밖에서 꿈틀거리는 사람' 등의 말을 하면서 야권 대선주자 찾기가 정치권 일각의 관심사가 된 데 대해 그는 "야당 후보감이라고 누구를 특정할 수는 없다. 당 내에도 있겠고 외부에도 (대통령이) 되려고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이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소신을 표명하고 '대통령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나타나게 되면 자연적으로 공정한 경쟁을 통해 후보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원론적 입장만 말했다.

한 패널이 안철수·장성민·홍정욱 전 의원 등이 '당 밖에서 꿈틀거리는 사람'에 포함되느냐고 묻자 그는 "지금 거론하신 분들이 실질적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려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중에 몇 분은 상상컨대 그런 욕망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지금 우리나라 상황을 봤을 때, 다음 대통령이 어떤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은 국민들이 일치된 견해를 갖고있지 않나 한다"고 했다.

그는 '그게 어떤 사람이냐'는 재질문에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치달았고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 문제를 누가 해소할 것인가가 대통령 선거의 중요한 포인트가 되지 않겠다 한다"고만 했다.

그는 앞서 토론회 모두발언에서도 "저에게 '통합당 대통령 후보로 누구를 생각하고 있느냐' 거듭 물으시는데, 대통령 후보는 국민의 여론이 만드는 것이지 제가 만드는 일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되겠다고 용기있게 나서는 사람이 다양한 의제를 제시하고, 국민의 마음을 얻고, 다른 후보와 경쟁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연히 '저 사람이다' 싶은 인물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망론'에 대해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현재 위치에서 자기 소신대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분이라 생각한다"며 "그 분이 실질적으로 대권에 대한 야망을 갖고 있는지는 정확히 판단할 수 없고,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의 지지도가 상당 수준으로 보이기 때문에 '후보군에 섞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하는 분도 있는데 그것은 현직에서 물러나서 실질적인 의사 표시를 하기 전에는 뭐라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윤 총장에 대한 평가를 요청받자 "검찰총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누구보다 적합한 인물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하고 정치적 소양이 어떤지 모르기 때문데 대통령 후보로 적합한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내년 재보선에 대해서는 "저희 당 나름대로 서울시장·부산시장 선거를 위해 만전의 준비를 앞으로 해 나갈 것"이라며 "어떤 방식으로 후보감을 선택할 것인지는 아직 결론낸 바 없다"고 했다. 그는 "(재보선 주자로) 염두에 두고 있는 후보는 따로 없다"며 "남은 기간 동안 관심 있는 분이 하나 둘 나타나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정치적 소명에 대해서는 "(통합당 혁신을)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 본인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묻자 그는 "내가 나이가 만 80이 다 됐다. 다음의 삶은 덤으로 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욕심을 과하게 내면 그 자체가 국민에 피해를 준다. 그런 생각은 더 이상 갖고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개헌 전망, 특히 문재인 정부 잔여 임기 동안 여권발 개헌이 추진될 가능성에 대해 그는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를 얻어 그 황홀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아닌가"라며 "권력구조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했다. 그는 다만 "(개헌) 제안이 있으면 적극 검토할 용의는 있다"면서 내각제에 대한 선호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대통령중심제·이원집정부제·내각제 등의 정치체제 가운데 앞의 둘에 대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이 계속되는 한 지금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없다.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입법·사법 등 모든 것을 임의대로 운영하는 시스템은 우리 국민 지적 수준에 맞지 않다"거나 "이원정부제라는 구조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대통령한테 외교·국방을 맡기고 내치는 총리에게 맡긴다지만, 오늘날은 (두 가지가) 딱 떨어져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보수진영의 전통적인 한미동맹 중심주의를 강조했으나, 남북한 간 통일에 대해 '쿨'한 태도를 보인 것은 다소 이례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대단히 죄송한 얘기지만 1991년 유엔 동시가입과 함께 당분간 통일이라는 얘기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라며 "김정은이 하는 '체제 보장'이라는 얘기도 자기들을 독자적 국가로 오랫동안 보장하라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남북한 서로의) 실체가 개별 국가라는 데서 출발해야 문제가 풀릴 수 있다"며 "북한 정부도 개별·독립된 국가로서 국제사회의 룰을 지키고, 남한에 쓸데없는 위협적 얘기를 하지 않고, 정상 국가로 존재를 지속한다면 통합당도 (북한 정권을) 반대할 것 없다"고 했다. '통합당 핵심 지지층의 반북 정서'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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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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