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남북러 3각협력, 철도 가능성 가장 크다"

러시아 국빈방문…하원 연설 이어 하원의장, 메드베데프 총리 접견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하원(두마) 연설과 하원의장 접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면담 등 숨가쁜 첫날 일정을 소화했다. 북한과의 남북러 3각 경제협력 등 한반도 평화 의제가 전체 일정을 관통하는 주된 메시지였다.

문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오후 러시아 정부청사 영빈관에서 진행된 메드베데프 총리와의 면담에서 "현재로서는 철도·전력·가스 등 남북러 3각 협력의 주요 사업 구상 가운데 철도 연결 사업의 추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철도 연결 사업과 관련해 우선 한러 및 남북 간 공동연구를 각각 병행 진행하면서 향후 자연스럽게 3자간 공동연구와 실질 협력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철도 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남북러 3각 협력 사업과 관련) 앞으로 대북제재가 해제돼 북한의 참여가 가능해질 때 3국 간 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공동 연구 및 조사 등 사전 준비를 미리부터 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메드베데프 총리도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며, 철도 외에 전력망 연결 사업과 LNG 가스 분야의 협력 강화를 희망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긴장 완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면서 러시아의 협력을 약속하고 "한반도 긴장 완화는 북미관계 진전에 크게 달려 있다. 북미가 만난 것 자체가 중요하고, 북미 두 정상이 서로 협력하기로 한 것이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 총리 면담 후에는 독립유공자 후손과 재외국민 등 우리 동포 100여 명이 함께한 '한러 우호 친선의 밤' 행사에 참석해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대화를 나웠다. 행사에는 러시아 측에서 세르게이 스테파신 전 총리, 이고리 바리노프 민족청장, 이고리 레비틴 대통령 보좌관 등이 참석했고, 한국 측에서는 문 대통령과 동행한 공식·특별수행원단 외에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와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 박영선·이상돈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역사와 문화 등을 소재로 한러 양국 간의 우호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와 한국의 인연은 어려움 속에서 더욱 굳건해졌다"며 "일제 강점기 때 한국인들은 러시아에서 힘을 키우고 국권회복을 도모했고, 러시아인들은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들이 연해주를 비롯한 러시아 전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품어주었다"고 했다. 또 "양국 국민들은 문학과 음악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가 뮤지컬로 각색돼 많은 사랑을 받았고, 러시아에서는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국민들의 건강과 복지가 우리 협력의 우선순위"라면서 "조만간 모스크바 스콜코보에 한국형 종합병원이 설립될 예정이다. 암·심장·뇌신경·재활에 전문성을 갖춘 양국 의료진은 생명을 살리고 희망을 키워낼 것"이라고 분당서울대병원의 러시아 진출을 홍보하기도 했다.

文, 한국 대통령 첫 두마 연설…"남북러 철도·에너지 협력, 동북아 경제공동체 토대"

문 대통령은 앞서 러시아 도착 후 첫 일정이었던 하원 연설에서는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며 러시아와의 3각 협력으로 확대될 것"임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물론 동아시아 국가 정상으로서도 역사상 처음 진행한 러 하원 연설에서 "러시아와 남북 3각 경제 협력은 철도와 가스관, 전력망 분야에서 이미 공동연구 등의 기초적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며 "3국간의 철도, 에너지, 전력 협력이 이뤄지면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튼튼한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남북 간의 공고한 평화체제는 동북아 다자 평화안보협력체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역사적인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소개하며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짧게 언급했다. 그는 "나는 지난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우리는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더 이상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세계 앞에 약속했다"며 "이어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 간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핵실험장과 미사일실험장 폐기 등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들을 진행하고 있고, 한국과 미국은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유예 등 대북 군사적 압박을 해소하는 조치로 호응하고 있다"면서 "이제 남·북·미국은 전쟁과 적대의 어두운 시간을 뒤로 하고 평화와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이 놀라운 변화에 러시아 정부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가 큰 힘이 되었다"고 치사했다.

문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은 평화와 공동번영의 꿈을 담은 유라시아 시대의 선언"이라며 "내가 지난해 동방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신북방정책'은 신동방정책에 호응하는 한국 국민들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미래성장동력 확충, 교류 기반 강화 등 러시아와 한국의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협력 방안 중 하나로 "극동 개발 협력"을 들며 "동방경제포럼에서 나는 '9개의 다리(나잇 브릿지)' 전략을 중심으로 양국의 협력을 제안했다. 가스·철도·전력·조선·일자리·농업·수산·항만·북극항로 개척 등 9개 중점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하원 연설 전 뱌체슬라프 볼로딘 의장 등 러시아 하원 주요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한러 관계도 북한과의 3각 협력 속에서 더욱 더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러시아 의회가 지속적으로 많은 지지를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러시아 하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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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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