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원가 계산해 정치 망한 게 문국현, 안철수"

국민의당 통합 갈등, 결국 분당 수순…반통합파 "우리가 20명 넘을 것"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롤 놓고 벌이던 내홍이 결국 분당 사태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통합파 의원들이 가칭 '개혁신당'이라는 별도 정당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데 이어, 박지원·최경환 의원은 4일 오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신당 창당 계획을 길게 언급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합 저지에 1차 목표를 두고 (있지만), 만약 그래도 추진한다고 하면 확실하게 갈라서야 할 것"이라며 "어제 회동에 11명이 왔고 전부 합류하겠다고 했다. 원내교섭단체 요건을 갖출 20명 이상은 된다"고 자신했다. 국민의당 소속 의원은 현재 39명이다. 통합 찬성파든 반대파든, 어느 한 쪽에서 20명을 채우면 다른 쪽은 20명 이하가 될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은 통합 반대파 가운데 국민의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이 포함돼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출당을) 안 해 주면 (당적은) 거기 놓고 우리하고 활동하면 된다"며 "국회에서 그런 의원들이 한국당에도 있다"고 김현아 의원의 사례를 간접 언급했다. 전날 회동에는 박 의원과 조배숙·정동영·유성엽·박준영·윤영일·김종회·최경환 의원, 그리고 비례대표인 박주현·장정숙·이상돈 의원이 참석했다.

박 의원은 당 재산 부분에 대해서는 "안철수가 나가면 우리 거고 안 나가면 줘 버려야지"라며 "원가 계산을 하면 정치 못 한다. 원가 계산해서 정치 망한 게 문국현, 안철수"라고 안철수 대표를 비꼬았다. 그는 "자기들이 부자니까 당비 내놓고 나중에 국고보조 받으니까 이자까지 싹 받아서 가는, 그런 사람들은 정치 못 한다"며 "DJ도 이기택 총재하고 합의가 안 되니까 그 어렵게 산 당사며 모든 재산 주고 나와서도 대통령 됐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창당 자금 내고 국회의원들은 만 원도 안 냈다' 그러려면 가서 사업하는 게 낫다"고 안 대표를 거듭 겨냥했다.

박 의원은 다만 창당은 안철수 지도부가 추진하는 통합 작업을 막지 못했을 때의 '플랜B'라고 정리하며,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통합 가결을 막을 방침임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상돈 전당대회 의장이 (어제 회동에서) 확실히 얘기했다. 의장 교체는 안 된다. 그 자체가 불법"이라며 "소집 자체도 의장이 한다. 온라인 투표는 할 수 있지만, (그) 투표를 전당대회에서 개표해야 될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이상돈 의장이 어제 '그것은 나한테 맡겨라. 왜 전당대회 가지고 왈가왈부하느냐'며 '보다 더 생산적인, 미래 지향적인 얘기를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또 비례대표 의원으로 안 대표의 측근이었던 박선숙 의원에 대해서도 "안 대표와 굉장히 소원한 것으로 안다. 그리고 저하고는 특별한 관계"라며 언급하면서 다만 "저하고 한 얘기에 대해서는, 합당에 반대하느냐 찬성하느냐, 개혁신당으로 오느냐 안 오느냐, 그것은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박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이 바른정당과 유승민 대표를 '빚덩어리'라고 표현했던 것에 대해 "(바른정당에서) 빚이 없다고 하기 때문에 나는 그 말을 믿고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그는 "제발 고소하지 말라. 이번 만만회 재판도 1월에야 끝났고, 나는 그 이상 검찰이나 사법부에 나가기 싫다. 변명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사과드리니까 제발 고소만 하지 말길 바란다"며 "유 대표가 저하고 같이 안 한다는데 나는 유 대표 더 싫어하니까 꽃가마 태워 줘도 안 간다는 것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최경환 의원도 YTN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정당 합당은 전당대회의 권한"이라며 "전당대회가 이뤄지려면 안건에 대한 합의가 돼야 하고, 전당대회 의장이 확실한 입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렇게 격렬하게 찬반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고, 또 의장인 이상돈 의원은 '이런 혼란 상황에서 정상적인 절차가 가능하겠느냐, 이런 식의 통합이 되어서 되겠느냐'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저는 전당대회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최 의원은 동시에 "합당·통합을 저지하는 것만으로는 찬성파, 합당을 추진하는 측을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그런 점에서 우리가 배수진으로 개혁신당 창당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했다.

최 의원 역시 박지원 의원과 마찬가지로 "(비례대표 의원들은) 일단 통합되는 신당에 적을 두고 개혁신당에 참여해서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의원직을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라며 "저희들은 (개혁신당이) 20명은 훨씬 넘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최 의원은 개혁신당 논의에 참여하는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행을 선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당의 가치는 제3당으로서 다당제 정치의 실현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그런 측면에서 유승민의 바른정당이든 또 더불어민주당이든 그쪽으로 힘을 합쳐선 안 되고, 제3당 중도개혁정당을 실천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최 의원은 또 "정치 현실"을 거론하며 "호남 쪽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당을 받아줄 이유가 없다. 그쪽도 사람 많다"며 "국민의당 의원들 받아들일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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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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