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의 비극, 용산참사 철거민들 9년만에 눈물 닦았다

경제인은 빠져…한명숙·이광재 등도 포함 안 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특별사면이 단행됐다. 용산 참사 관련자 25명이 사면·복권됐고, 정치인 가운데는 정봉주 전 의원 1명만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재벌총수 등 경제계 인사들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도 제외됐다.

정부는 29일 법무부·국방부·해양수산부·경찰청 합동 보도자료를 내어, 신년을 맞아 강력·부패범죄를 제외한 일반형사범, 불우 수형자, 일부 공안사범 등 6444명에 대해 특별사면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에서도 관계자들이 기자들에게 사면 배경을 설명했다.

사면 대상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용산 참사 철거민 25명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2009년 1월 20일 용산 참사가 발생한지 9년여 만이다. 법무부는 "용산 사건으로 처벌된 철거민 26명 중 현재 동종 사건으로 재판 계속 중인 1명을 제외한 25명에 대해 특별사면 및 복권했다"며 "선거권·공무담임권이 회복되고, 각종 법률상 자격제한 사유가 해소된 것"이라고 밝혔다. 단 용산 사건 관련자 중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의장(2015년 만기출소)는 복권되지 않았는데, 청와대 관계자는 "이 분은 공동사건으로 재판 계류 중이고 사면심사위원들도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해 배제됐다"고 말했다.


제주 강정마을 사건 관련자나 평택 쌍용차 파업사태 관련자들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 배경에 대해 "그 사건도 검토했었지만, 현재도 재판 계류 중인 사건들이 제법 있었다"며 "원칙적으로 재판 계류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사면을 배제해 왔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관심을 갖는 사건은 용산 참사 외에는 제외됐다"며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갈등 치유, 공범 관련된 사건이 종결됐는지 등을 참고했다. 수사·재판 중인 경우는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를) 고려해 결정했다"고 했다.

정치인 중에서는 정봉주 전 의원이 유일하게 특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쳤고, 2022년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태였다. 이번에 복권됨으로써 정 전 의원은 정치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17대 대선 선거사범은 이미 2011년에 사면되는 등 2차례 정치인 사면이 있었는데 정 전 의원은 그때마다 배제됐다"며 "형평성 차원에서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복역 후 만기출소한 점, 형기 종료 후 5년 이상이 경과된 점, 2010년 8.15 특사 때도 형 미확정으로 배제된 점, 국민의당·정의당 의원 등 125명이 사면을 탄원한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나 이광재 전 강원지사,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은 특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 전 지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어서 배제됐고, 형평성 차원에서도 정 전 의원에 비해 (고려할 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에서 요구해온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도 특사에서 제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면은 처음부터 원칙이 서민·생계형 사범이었다"며 "공안·노동사범에 대해서는 원래 (대상이) 아니라서 배제했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는 한 위원장을 사면하지 않은 것이 노동계와의 관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사면권자로서 정확한 원칙과 기준을 지키는 게 사회통합, 국가 운영에 더 많은 가치를 가진다"며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노력은 그것(한 위원장 사면)이 아니라도 충분히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벌총수 등 경제계 인사들도 이번 사면에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면 제외) '5대 범죄'에 횡령·배임이 들어가 있다"며 "기업인들은 여기 해당돼서 빠진 것이지, 기업인이라고 해서 빠진 게 아니다. 기업인 중에서도 일반형사범은 사면했다"고 했다. "신분에 따라 정해진 게 아니라 사범에 따라 정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방부 소관 사면 대상자 4명은 "방위산업 비리나 군법 위반 등 군내 특수범죄가 아니라 절도 등 일반인과 같은 죄명"이라고 법무부 관계자가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경찰청은 운전면허 취소·정지·벌점에 대해 특별감면 조치를 내렸다. 대상자는 165만975명이다. 또 해수부는 행정제재를 받은 1716명의 어민에 대해 특별감면 처분을 내렸다.

정치권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첫 특별사면 조치를 환영한다"며 "정 전 의원은 장기간 공민권을 제한받아 왔으면서도 지난 사면에서 제외된 점이 이번에 반영된 것으로 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고, 특히 용산 참사 관련자들을 사면한 것은 사회적 갈등과 국민통합 차원에서 꼭 필요한 조치로 환영한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정 전 의원에 대해 "왜 혼자만 포함됐는지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설명이 있어야 한다"며 "정 전 의원만 그 이유에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정의당에서는 한상균 위원장이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비판을 내놨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용산 참사 철거민들에 대한 사면·복권이 이뤄진 것은 무척이나 다행스런 일"이라면서도 "친(親)여권 인사인 정 전 의원을 사면하면서도 한상균 위원장을 배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 위원장 사면은 시민사회와 종교계,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사항"이라며 "특히 한 위원장의 징역형이 지난 정권의 잘못된 노동정책으로 말미암은 것을 생각하면 이번 사면에 반드시 포함됐어야 했다. 정부는 이번 사면의 목적으로 '사회적 갈등의 치유와 통합'을 들었지만 핵심은 쏙 빠진 쭉정이 사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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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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