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 천도교 이정희 교령, 민족종교협의회 박우균 회장, 유교 김영근 성균관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김영주 목사와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천주교계로부터는 '노동자 특별사면'을, 기독교계로부터는 국정농단 관련 인물들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요청받았다.
먼저 김희중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은 "한상균 민노총위원장이나 쌍용자동차 사태로 오랫동안 감옥에 있으면서 가족들까지 피폐해진 분들도 있는데, 그들이 대통령님의 새로운 국정 철학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청원했다. 문 대통령이 성탄절 특별사면을 통해 노동자들을 포용해달라는 요청이다.
특별사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사면은 준비된 바 없다. 한다면 연말연초 전후가 될 텐데, 서민 중심, 민생 중심으로 해서 국민 통합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앞서 법무부는 검찰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은 대상에 대한 사면을 검토할 수 있는지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사면 검토 대상은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반대 집회 △세월호 집회 △용산 참사 집회 △제주 해군기지 반대 집회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 참가자였다.
이 논의가 알려지자, 시민사회에서는 '양심수 석방'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6일 논평을 통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 모든 양심수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정봉주 전 의원,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에 대한 특별사면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반면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 11월 27일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사면 대상에 포함되면 투쟁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의 조건으로 "국민 통합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함으로써 양심수 사면을 우회적으로 거절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천주교계의 요청과는 반대로 엄기호 한기총 대표 목사는 이날 오찬에서 "도저히 나쁜 사람은 안 되겠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불구속 수사하거나 풀어주셔서 모든 사람들이 어울어질 수 있도록 탕평책을 써달라. 화합 차원에서 풀어주시면 촛불 혁명이 어둠을 밝히듯 어두운 사람들도 신뢰의 마음을 밝힐 것"이라고 청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씨 등 핵심 인물들에 대한 구속 수사는 어쩔 수 없겠지만, 나머지 전 정권 관련 인물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요청한 셈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탕평 부분은 정말 바라는 바다. 그러나 대통령은 수사나 재판에 관여할 수 없고, 구속이냐 불구속이냐 석방이냐 수사에 개입할 수 없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국민과 통합을 이루어 나가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당선 뒤에 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해왔지만, 정치가 못하고 있으니 종교계가 우리 사회 통합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해달라"라고 당부했다.
"북핵 문제, 결국 풀릴 것"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발언의 대부분을 '남북 문제'에 할애하며 "남북 관계를 위한 정부 대화는 막혀 있는 만큼, 종교계와 민간에서 물꼬를 터야 한다"며 종교계에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핵은 반드시 해결하고 압박도 해야 하지만, 군사적 선제 타격으로 전쟁이 나는 방식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는 북미가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는데, 남북 대화는 북한 핵에 가로막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지금 긴장이 최고로 고조되고 있지만, 계속 이렇게 갈 수는 없다. 결국 시기의 문제이고 풀릴 것이다. 이런 과정에 평창 올림픽이 있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THAD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반대해온 원불교계에 대해서는 "사드 문제와 관련 원불교에 많은 어려움을 드렸는데,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확실한 해법이다. 그때까지 성지 순례 등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는 취하겠다"고 달래기에 나섰다.
김희중 대주교의 4.3항쟁 추도식 참가 요청에는 "내년 4.3 70주년 추도식에 참석하겠다. 해마다 못가더라도 올해 광주 5.18 추도식에 갔듯 내년에는 제주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흔쾌히 수락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3.1절 100주년 행사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겠다. 임시 정부 100년, 건국 100년이기 때문에 뜻 깊은 행사로 준비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건국일이 이승만 정부 수립일이 아닌, 임시정부 수립일 기준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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