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 부산서 '커플 목도리샷' 의미는?

박지원 "안철수, 중도보수 대표 한번 하겠다? 착각"

국민의당 안철수 지도부와 바른정당 유승민 지도부가 재차 통합 논의에 군불을 더 때고 나섰다. 국민의당 내 호남계의 반발이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당선으로 보수 통합 논의가 다시 나오는 등 양당 통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요인들에 대한 맞대응 격이다. 특히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국민의당 내 갈등을 언급하며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안 대표와 유 대표는 14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 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해 축사를 했다. 안 대표는 "어떤 여론조사를 하더라도 다당제가 좋다는 찬성 여론이 65% 이상 되지만 다당제는 지속하기가 굉장히 힘들다"며 "큰 선거를 앞두고 외연 확장을 못 했을 때 그 3당·4당은 어김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통해 '외연 확장'을 도모하겠다는 뜻이다.

안 대표는 "지난 수십년 간 대한민국 정치사는 3당·4당 잔혹사, 다당제 잔혹사라 말할 정도"라며 "'이번만 참고 넘기면 다음 기회가 오지 않을까'하고 타협하고 선거를 치른 정당들은 예외 없이 사라졌다. 그 교훈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고 반복 강조했다.

안 대표는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안팎에 '연말 전 통합 선언'이라는 시나리오가 도는 데 대해 "논의된 바 없다"고 일축하며 "지금은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이고 과정이다"라고만 했다. 그는 앞서 호남, TK 지역에 이어 이날 PK 지역을 찾았다고 언급하면서 "어느 지역은 듣고 어디는 안 듣고 할 수 있느냐. 충청도 있고 강원도 있다. 최소한 거기는 다 들어야 한다"고 했다. 통합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안 대표 측이 곧 '행동'에 나설 시점이 다가왔다는 관측에 대해 부인하는 취지다.

바른정당에서는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유 대표는 축사에서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미래를 향해서 국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보듬는 개혁을 해나갈 수 있을 때 협력이든 연대든 통합이든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그런 진통을 겪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안 대표와 국민의당 의원들이 진지한 자세로 노력하고 있다고 믿는다. 바른정당은 국민의당이 내부의 갈등을 치유하면서 어떤 결론을 낼지 기다리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유 대표는 "우리 두 정당은 국민과 미래를 위해서 어떤 개혁을 같이할 수 있을 것이냐를 놓고 진지한 고민과 대화를 해 왔다"면서 "저는 바른정당 대표로서 국민의당과의 정책연대, 선거연대, 나아가서 통합 문제에 대해 국민들께 모든 것을 투명하게 드러내 놓고 국민의 인정을 받는 진지한 협력이 차근차근 이뤄지기 바란다. 저도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유 대표는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는 다가오는데 언제까지나 통합 이야기로 질질 끌 수는 없다"며 "언제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통합 논의는 되든 안 되든 언젠가는 일단락지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완전한 통합까지는 안 가더라도 중간에 어떤 협력 등으로 결론날 수 있다. 너무 오래 끌진 않겠다"고 빠른 결정을 시사했다.

유 대표는 한국당 원내대표로 바른정당 출신 김성태 의원이 선출되고, 김 신임 원내대표나 홍준표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로부터 '샛문 열려 있다', '대문도 열겠다'는 언급이 나오는 상황과 관련해 "저희(당 소속인) 남경필·원희룡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1대1 선거 구도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지금 한국당으로는 그게 가능하리라 생각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단 그는 "지방선거가 아직 6개월 남아 있고, 한국당으로서도 앞으로 선거가 다가올수록 선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며 "그러면 선거연대에 대해서, 지금은 국민의당과만 선거연대를 얘기하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한국당과도 저희들은 가능성을 열어 놨다는 정도 의미"라고 여운을 뒀다.

유 대표는 앞서 부산시당 개소식 축사에서는 "전국에서 바른정당,국민의당이 제일 속도를 내는 곳이 부산"이라면서도 "제가 오늘 과속 티켓을 끊으러 왔다. 너무 속도위반을 하시는 것 같다. 너무 나가시는 것 아닌가"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양당 지도부는 이날 두 당의 상징색인 녹색·푸른색이 섞인 목도리를 선물받고 포즈를 취했다. ⓒ연합뉴스

국민·바른 '야당 내 야당'에선 "통합 절대 반대, 총력 저지"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승민 대표 언론 인터뷰 내용을 보면 '국민의당 갈등이 심해서 통합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러나 선거연대는 열려 있고 국민의당과 끝나면 한국당과도 연대할 수 있다'고 얘기했더라. 이런 것을 보면 저희들이 주장한 대로 선(先) 바른정당, 후(後) 한국당 통합으로 가는 것"이라며 "호남 배제 얘기도 저나 정동영·천정배에 대해 (유 대표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얘기를 한 걸 보면 그런 것도 있는 것 아닌가 짐작된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김성태 신임 원내대표가) 어떻게 됐든 한국당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바른정당 의원들을 끌어당기겠다는 거 아니냐"며 "그럼 몇 명 남느냐? 호남 배제하고 유승민·안철수 통합해서 몇 석 되느냐? 그래서 되겠느냐? 이후 한국당과 통합을 해서 거기서 중도보수 대표로 자기(안 대표)가 한번 하겠다, 이것은 착각"이라고 쏘아붙였다.

박 전 대표는 전날 통합 반대파 모임 '평화개혁연대'가 광주에서 토론회를 연 것과 관련해 "토론 발제자가 '합의 이혼이 낫다'는 얘기를 했고, 저도 '합의 이혼 소리를 많이 해서 귀가 솔깃하다'고 표현했다"면서 "우리 국민들이 분열하는 것은 안 좋아하는데, 아무튼 지금 현재의 진행형으로 보면 우리는 분열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저도 부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평화개혁연대는 역시 반 통합 성향이 강한 초·재선의원 모임 '구당초'와 이날 오찬 회동을 갖기도 했다. 오찬에는 평화개혁연대에서 정동영·천정배·조배숙·유성엽 의원이 참석했고, '구당초' 쪽에서 김광수·박주현·윤영일·이상돈·장정숙·최경환 의원이 참석했다.

이들 10명의 국민의당 의원들은 오찬에서 "통합은 절대 반대"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조배숙 의원이 전했다. 조 의원은 "의원 대다수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 절차로 (통합을) 진행하면 우리들은 모든 힘을 다 모아 총력 저지하겠다"는 데 참석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최근 박주원 최고위원 문제에 대해서 (안 대표가)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는 데 실망했고, 그 문제를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점과 "지금은 통합이 아니라 개헌을 얘기할 때다. 개헌과 선거구제가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인데, 당의 역량을 집중해서 국민의당이 상황을 주도하는 게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고 조 의원은 전했다. 장진영 최고위원 등 안 대표 측에서 '전 당원 투표를 하자'는 주장을 하는 데 대해 조 의원은 "당헌당규에 없는 절차를 하자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바른정당 내에서도 남경필 경기지사 등은 국민의당이 아니라 한국당과 우선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남 지사는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당선에 대해 "한국당이 개혁적 변화를 위해 하나하나 노력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도로 친박당'이 아닌 곳을 방향으로 잡았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평가하며 "통합의 가능성은 조금 더 열렸다고 본다"고 했다.

남 지사는 자신의 바른정당 탈당설에 대해 "그런 건 아직 결정된 건 없다. 저는 개별적 통합, 탈당 이런 것이 아니라 개혁적 보수를 위한 통합을 꾸준히 주장해 왔고 그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보수 통합 우선, 그리고 중도로의 확장'이 제가 주장했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지금 당에서는 중도, (즉)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우선하자는 분들이 있다"며 "방법·우선순위 차이이지 방향성은 같다. 그래서 양쪽 다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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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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