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경맥(경락)'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고 싶다. 대부분 사람들은 경맥이 '기운'을 설명하기 위한 가설이라 생각한다. 근거가 불확실하다고도 여기고, 비과학적이며 미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만나 봤다. 하지만 경맥은 과학적인 근거가 명확히 밝혀진 의학이다. 경맥에 대한 탐구는 예전부터 꾸준했다. 1950년대에는 "옛사람들이 말한 경락은 현대 해부학 구조의 혈관을 가리킨다. 경락이라는 독립적인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침의 자극을 받으면 경맥과 일치하는 노선을 따라 이동하는 느낌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를 순경감전(循經感傳)이라 했다. 1970년대에는 사람들이 순경감전 현상을 깊이 연구했고, "속도가 매 초당 몇 센티미터일 정도로 느리다, 기계적 압박이나 생리 식염수를 주사할 때나 낮은 온도에서는 순경감전 현상이 차단된다, 병의 증상이 뚜렷한 곳으로 향한다" 등의 기이한 특성을 발견했다.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CT 촬영을 통한 객관적인 입증을 했다. 경맥 노선에 전기 저항, 진동, 열의 전도와 동위 원소 전이를 가능케 하는 물리적 특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제도권 의학에서 경맥을 크게 다루지 않는 이유는 그와 관련된 연구 업적을 쌓아 온 역사가 없었고, 한의학과 같이 이제 막 제도권에 들어온 대체 의학에서만 다뤄지고 있어 전혀 다른 영역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니 건강은 한쪽 얘기만 듣지 말고 두루두루 정보를 찾고 나에게 맞춰 이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편두통은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이란 경맥에 냉기가 들어 기운이 잘 순환되지 않을 때 생기는 증상이다. 담경맥은 간경맥과 함께 목기(木氣, 부드럽고 연하게 하는 기운, 고소하고 신맛이 영양함 : 오미자, 매실, 땅콩, 아몬드, 잣, 보리, 팥, 밀, 메밀, 레몬, 귤, 포도, 오렌지, 블루베리 등 장수 음식이라고 알려진 것들 대부분이 목기임)와 관련 있다. 담경맥은 눈초리 끝에서 시작해서 머리의 측면인 귀 바로 위를 세 바퀴 돌아 지나서 목 아래로 내려가 옆구리와 다리 측면을 지나고 넷째 발가락 발톱 옆에서 끝난다. 경맥을 이루는 작은 점들을 경혈이라고 하는데, 각 경맥은 해당 경혈을 큰 띠로 두른 것같이 연결돼 있다.
그러니 편두통을 편두통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하고 싶다. 편두통을 앓는다는 것은 담경맥을 지나는 모든 부위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즉, 담경맥을 다스리는 혈 자리를 충분히 자극해 주면 담경맥과 관련된 부위의 통증도 완화할 수 있다.
우리 남편 최악의 편두통 해결 사례를 공개한다. 편두통으로 고생하는 누군가에게 꼭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자극에 활용한 경혈은 태돈과 임읍(넷째 발가락이 연결된 뼈와 새끼 발가락이 연결된 뼈 사이 깊은 공간)이다.
우선 담경맥에 해당하는 몸통 양 옆구리를 편두통이 나을 때까지 계속 찜질한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기운을 돌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스티커 침이 필요하다. 인터넷에 '자석침'을 검색하면 동그란 자석에 1밀리미터 침이 달린, 가정용 스티커 침을 판다. 그 침을 양발에 2개씩, 총 4개가 쓰인다.
임읍에 먼저 스티커 침을 붙인다. 2시간 동안 30분마다 약한 딱밤을 주듯이 엄지손과 검지손으로 때리면서 자극을 준다. 2시간이 지나면 떼어 내고 소독한다. 그다음에 태돈에 스티커 침을 붙여 큰 자극 없이 그냥 두고 8시간 뒤에 떼어 내고 소독한다.
남편은 임읍에 자석침을 붙이고 2시간이 지나면 갑자기 통증이 가라앉는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어떤 날은 임읍에 스티커를 떼어 내고 태돈에 붙인 뒤 2시간이 지나면, 몸이 편안해서 잠이 들어 버린다. 옆구리가 결린다고 호소할 때 임읍에 스티커 침을 붙이고 두어 시간 누워 있으면 몸이 편안해진다. 이런 일이 자주 있으니, 남편은 다른 경혈은 관심 없고, 임읍만 기억해 두고 몸이 안 좋으면 항상 꾹꾹 누르고 주무른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음식이다. 담경맥의 기운을 돌리는 힘이 부족하니, 그에 해당하는 목기를 보충해 줘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사실 경혈 자극, 찜질도 기운을 돌려주는 음식을 먹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나는 매실차를 따뜻하게 해서 한 컵씩 줬다. 자석침으로 통증이 완화되자 목기에 필요한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남편에게 이 방법은 참 특효약이다. 처음 이 처치법을 받은 뒤로도 비슷한 증상으로 힘들어할 때마다 꾸준히 관리해 주니, 요즘은 거의 편두통이 없다. 자연 치유가 그렇다. 처음 시작이 어렵지, 자신에게 맞는 건강 관리법을 찾아서 꾸준히 실천하면, 어느 순간 앓아 왔던 증상을 자연스럽게 잊어버린다. '아…내가 그랬었지!' 하고 문득 기억날 뿐이다.
환절기다. 아침에 갑자기 찬 공기를 맞고 두통이 오는 사람이 많다. 자석침 활용은 큰 부작용 없이 가볍게 도전해 볼 수 있는 대체 요법이다. 당장 효과를 보는 사람이 있고, 며칠간 꾸준히 붙여 놔야 효과를 보는 사람도 있다. 편두통이 심한 분들. 꼭 참고해 보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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