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소년법 폐지 사법 발전에 역행"

"미성년자 특례 기준 14세, 외국보다 안 높다"

한국의 형사 미성년자 기준 연령인 만 14세는 외국보다 높은 편일까? 그렇지 않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5일 '소년법 개정 논의의 쟁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독일, 일본 등의 형사 미성년자 연령은 14세로 영국(10세), 미국 일부 주(6세, 10세) 등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형사 미성년자 연령이 외국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회에는 만 14세인 현행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만 12세 등으로 하향 조정하는 법, 미성년자가 사형이나 무기징역의 죄를 범한 경우, 15년의 유기 징역으로 완화하도록 한 현행법상 규정을 유기징역 22년~30년으로 높이려는 법안 등이 발의된 상태다.

입법조사처는 미성년자에게 감형하면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에서는 2005년에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영향력에 취약한 성장 단계에 있음을 이유로 18세 미만의 자에 대한 사형 집행을 위헌으로 판단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에서 소년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지만, 엄격한 처벌을 받은 소년들의 재범률이 높고 재범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등 오히려 제재 강화의 부정적 결과 자료가 제시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유엔(UN) 아동 권리 협약은 "18세 미만의 아동의 체포 등은 최후의 수단으로 최단기간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문제는 현행 법이 규정하는 형량이 아니라, 검사의 낮은 기소율에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소년범에 대한 검찰의 기소 비율은 최근 10년간 10% 내외다. 소년범에 대한 불기소율은 50% 내외였고, 소년 보호 송치 비율은 20~30% 가량이었다.

이러한 점을 언급하며 입법조사처는 "검찰 지침에서 기소 유예 처분 대상에 재범 가능성이 높은 소년도 포함시키고 있어 검찰의 소년범에 대한 형사 처벌 의지가 다소 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미성년자인 범죄자에 대한 교정, 교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미성년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형사 이송 제도를 확대했지만, 이와 더불어 다양한 교육, 직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 하한이 10세인 영국의 경우, 미성년 범죄자의 3%가 전체 미성년 범죄의 25%를 저지르는 등 재범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고위험 범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집중 감시, 감독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입법조사처는 "외국 입법례나 유엔 아동 권리 협약 등 국제법적으로 소년범에 대해서는 일반 형사 사법 체계와 구별되는 별도의 체계를 인정하고 있고, 소년범에는 처벌과 함께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는 면에서 '소년법' 폐지는 우리나라 사법 체계 발전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소년 범죄의 기준 연령이나 형량을 조정하거나, 소년원 송치 기간을 늘리고 검찰의 집행 기준을 개선하는 등의 제도적, 정책적 보완책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여지를 열어뒀다. 입법조사처는 "소년범에 대해서는 형사적 제재와 사회 복귀 지원을 조화시키는 균형적 시각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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