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하면서 '변수 없는 대선', '어대명 대선'이라는 말까지 나오던 6.3 조기 대선 판이 급격히 요동치게 됐다.
대법원은 1일 이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 선고에서 "원심(2심)이 △김문기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 부분과 △'백현동 관련 발언'을 무죄로 판단한 것에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이 규정한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15일 선고된 1심은 이 후보가 김 전 처장과 골프를 함께 치지 않았다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협박 발언'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올해 3월 26일 나온 2심에서는 재판부가 이를 모두 무죄로 봤고 1심 판결은 뒤집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두 발언에 대해 무죄로 판결한 2심 결정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며 이 부분을 파기했다. 이에 따라 원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진행될 파기환송심에서는 이 두 발언이 유죄라는 취지로 다시 판결을 해야 한다.
문제는 파기환송심의 선고 일시와 양형이다.
먼저 양형 문제를 보면, 이 사건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기 때문에 다른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벌금 100만 원 이상의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피고인은 선거권·피선거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즉 파기환송심이 이 후보에게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 △징역형 또는 금고형(집행유예 포함)을 선고할 경우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 도전할 자격 자체를 상실한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이 파기환송심의 결론이 언제 나느냐 하는 시기 문제다.
증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각 정당이 대통령 후보자를 공식 등록하는 기간은 오는 10일부터 이틀간(5.10~11)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정당 등은 후보자를 추가로 등록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
만약 5.11 이전에 파기환송심 판결이 내려진다면, 민주당은 그 결과에 따라 이 후보가 아닌 다른 인물을 민주당 대선후보로 교체 등록할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후보 교체를 하지 않고 이 후보를 그대로 선관위에 후보로 등록한 상태에서 파기환송심 결론이 '5.12 이후, 6.3 대선 이전'에 나온다면, 민주당은 최악의 경우 이번 대선에 후보자를 아예 내지 못하는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게 된다.
5.12~6.3 기간 중이라도 파기환송심 결론이 벌금 100만 원 미만일 경우에는 이 후보의 후보 자격에 문제가 없지만, 만약 이 기간 중 이 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판결이 나올 경우 민주당은 후보 교체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대선에 패배하게 된다.
파기환송심이 아예 6.3 대선 이전에 결론을 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이 후보는 대선을 끝까지 치르게 되지만, 만약 그가 당선될 경우에는 헌법 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의 해석 문제가 다시 불거지게 된다.
당선 직후부터 대통령 임기('재직' 기간)가 시작되는 조기 대선의 성격상, 당장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에 취임할 경우 그에 대한 공직선거법 재판이 계속 진행되는 것인지를 두고 △'소추'는 기소와 구분되는 행위이므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불가하지만 이미 기소된 재판은 계속 진행할 수 있다는 의견과 △소추에는 기소유지와 이를 위한 추가 증거 제출이나 추가 기소 등 작용도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 재직 기간 중에는 진행 중이던 재판이라도 중지돼야 한다고 보는 견해 사이에 다툼이 예상된다. 이는 결국 헌법 해석의 문제로, 대법원 또는 헌법재판소에 관련 소송이 제기돼 결론을 내리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을 맡을 재판부가 어디인지는 대법원이 상고심 소송 기록을 고법으로 송부한 이후 배당 절차를 거쳐 진행하게 되고, 아직 재판부 배당도 이뤄지지 않은 만큼 △파기환송심 선고가 언제쯤 가능할지 △양형이 어떻게 나올지 등은 현재로서는 모두 미정인 상태다.
다만 이 모든 경우에, 당사자와 각 정당 지지층의 반응은 매우 격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와 민주당 및 그 지지자들은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 벌써부터 비난·불복을 쏟아내고 있고, 만약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이 선고될 경우에는 매우 극심한 불복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이날 대법원 판결 후 기자들과 만나 "제 생각과 전혀 다른 방향의 판결"이라며 "중요한 것은, 법도 국민의 합의인 것이고 결국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 "국민 뜻을 따라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명백히 정치재판이고 졸속재판"이라며 "부당한 대선개입"(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냈다. 민주당 친명계 정치인들도 "조희대의 사법 쿠데타"(이해식), "사법권력이 헌법질서를 무시하고 입법·행정권력까지 장악하겠다는 것"(김병기) 등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반면 6.3 조기 대선일 전까지 파기환송심 결론이 나오지 않거나 '벌금 100만 원 미만' 양형이 선고될 경우에는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과 그 지지층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신동욱 당 수석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법원의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을 존중한다"며 "(상고심은) 2심 재판부가 국민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을 내린 데 대한 오류를 인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고등법원도 대선 전에 신속한 판결을 통해 사법 정의를 실현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나아가 당 대표 권한대행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별도 기자회견까지 열고 "이미 대통령 후보의 자격은 상실됐다"며 "민주당은 조속히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고등법원은 6.3 대선 이전에 이 후보의 법적 리스크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바란다"며 "반드시 징역형으로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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