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끝내 총리직 사퇴하고 '대선 앞으로'…"마지막까지 가겠다"

尹정부 실패 반성 없이 정치권·진영정치 비판…"밤잠 이루지 못하고 고민 길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일 6.3 대통령선거 출마를 위해 공직에서 사퇴했다. 공직생활 50년 경력을 앞세우며 정치권 진영 갈등을 비판한 그는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한 대행은 이날 오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저는 방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직을 내려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깊이 고민해온 문제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사직 절차는 국무총리실이 인사혁신처에 한 대행의 사직 관련 서류를 보내고 인사처가 한 대행에게 재가를 요청하면 한 대행이 결재하는 '셀프 사직' 수순을 거치게 된다.

2일 0시부로 한 대행의 사직이 처리되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물려받아 대선 등 국정을 관리하게 된다.

한 대행은 "엄중한 시기 제가 짊어진 책임의 무게를 생각할 때, 이러한 결정이 과연 옳고 또 불가피한 것인가 오랫동안 고뇌하고 숙고한 끝에, 이 길 밖에 길이 없다면 그렇다면 가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했다.

한 대행은 거듭 "저는 그동안 무엇이 제 책임을 완수하는 길인가 고민해 왔다"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이 길었다"고 했다.

그는 "제 앞에는 두 갈래 길이 놓여 있다. 하나는 당장 제가 맡고 있는 중책을 완수하는 길, 다른 하나는 그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이라며 "저 한 사람이 잘되고 못되고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미래는 확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부족한 사람이다. 하지만 국가를 위해 제가 최선이라고 믿는 길을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변명도 없이 마지막까지 가겠다"고 대선 출마 의사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탄핵 정부 2인자', 명분 없는 대선 출마

한 대행의 이날 담화는 퇴임사를 넘어 자신의 대선 출마의 정당성을 홍보하는듯한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마지막까지 국정 수단을 대선 캠페인에 활용하는 모양새다.

한 대행은 자신의 공직생활 50년을 회고하며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최일선에서 우리 국민의 일꾼이자 산증인으로 뛰었다"고 했다.

또 "저는 우리 국민 한 분 한 분이 겪으신 갈등과 혼란에 대하여 가슴 깊이 고통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일어선 나라인지, 그러기 위해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노력하셨는지 저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갈등과 혼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으로 인한 국가적 혼란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부터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로서 뒷받침했던 자신의 책임에 관한 사죄나 반성의 메시지를 포함하지는 않았다.

이어 한 대행은 "대한민국은 안팎으로 이제까지 없던 거대한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그는 "세계 10위권의 한국 경제가 G7 수준으로 탄탄하게 뻗어나갈지 아니면 지금 수준에 머무르다 뒤처지게 될지, 대한민국 정치가 협치의 길로 나아갈지 극단의 정치에 함몰될지, 이 두 가지가 지금,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했다.

특히 "표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는 불합리한 경제정책으로는 대외 협상에서 우리 국익을 확보할 수 없고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세울 수도,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도 없다"고 했다. 또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기틀을 세우지 않으면 누가 집권하든 분열과 갈등이 반복될 뿐"이라고 했다.

그는 "저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는 여기서 멈출지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50년 가까운 세월 경제의 최일선에서 제가 배운 것은 국가가 앞으로 나아갈 때 국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단순한 진실"이라고 했다.

한 대행은 거듭 "대한민국은 수출로 일어선 나라인데 전 세계 통상질서가 급변하고 있다"고 했다. 또 "대한민국은 안보가 생명인데 우리를 에워싼 지정학적 질서가 한 치 앞을 모르게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지금 우리 사회는 양쪽으로 등 돌린 진영의 수렁에 빠져 벌써 수년째 그 어떤 합리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한 대행은 2일 무소속 신분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할 전망이다. 경제 위기 대응과 진영 정치 극복을 강조한 만큼,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과 거국 내각 구성 등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영 정치 탈피를 강조하면서도 그는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결정되는 3일부터는 본격적으로 보수 후보 단일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