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정말 자동차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 맞나?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해괴망측한 GM의 회계장부 들여다보니...②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

한국GM의 해괴망측한 회계장부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이런 말이 절로 터져나온다. 영업과 무관한 부문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손실, 그것도 한국GM이 아니라 글로벌GM의 일방적인 의사결정 때문에 발생한 손실들이다. 도대체 이 회사는 자동차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회사가 맞는 걸까? GM의 '회계망측', 그 두 번째 글을 시작해 보겠다.

(☞ 관련기사 바로가기 : 3년간 2조 손실? 해괴망측한 GM의 회계장부)

자회사들로부터 삥 뜯기

저속한 전문 용어가 나와서 불편한 독자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항목에 적절한 다른 이름을 찾기가 어렵다. 한국GM은 글로벌GM의 자회사이다. 당연히 모기업 차원에서 재무, 자금, 회계와 관련해 통일적인 기준을 적용해 운용한다.

그런데 한국GM의 2013년 감사보고서에 갑자기 이상한 내용이 등장하게 된다. 글로벌GM이 재무, 자금, 회계 등의 포괄적인 업무지원에 대한 비용을 물어내라는 요구를 한국GM에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2013년에 무려 859억을 청구했다는 내용과 함께 말이다.


위 감사보고서 내용 중 붉은 밑줄은 <인사이드 경제>가 그어놓은 것이다. 이런 업무지원은 대우차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부터 10년 넘게 진행된 것인데 갑자기 비용 청구서를 들이밀었다는 얘기이다. 감사보고서에 한국GM이 저런 표현을 썼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불쾌하다”는 의사표현이라 볼 수 있다.

미국에서 GM은 미국 사업만이 아니라 자회사 전체의 생산·판매 및 재무상태를 묶어서 글로벌 사업 전반에 대한 재무제표를 주주들에게 분기별로 공개한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GM은 단순히 북미시장에서의 성과만이 아니라 글로벌 사업의 성과를 통해 주주들의 평가를 받는다. 업무 '지원'이 아니라 글로벌GM의 필요에 따라 진행되는 업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한국GM은 모기업의 요구에 굴복하게 된다. 2014년 감사보고서에는 "당사는 최상위 지배자인 GM으로부터 재무 및 자금, 회계, 세무, 내부감사 등의 포괄 업무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당사는 이와 관련하여 당기 중 최상위지배자와 용역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이에 따라 당기 중 인식한 비용은 167억500만 원"이라고 적시되어 있다.

이런 비용에 대해 ‘상호 사전합의’도 없고 따라서 ‘의무’도 없다고 맞서자, 아예 글로벌GM은 한국GM과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매년 업무지원을 이유로 한국GM은 글로벌GM에 수백억을 지급하고 있으며, 작년까지 총액이 무려 1297억에 달했다. 모기업의 자회사 상대 ‘삥 뜯기’라는 말 외에 다른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비용 항목

2012

2013

2014

2015

2016

합계

최상위지배자 업무지원

-

-

167

694

435

1,297


쉐보레 유럽과 러시아 철수 비용 떠넘기기

2013년 12월, 글로벌GM은 갑자기 유럽에서 쉐보레 차량 판매를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린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쉐보레 차량 대부분이 한국GM에서 생산·수출된다. 유럽 시장은 한국GM 전체 수출물량의 30%가 판매되는 시장이었다.

따라서 글로벌GM의 쉐보레 유럽 철수 결정은 한국GM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오게 된다. 우선 2014년부터 유럽 수출물량이 급감하게 된다. 당연히 매출액이 떨어지고 영업손실이 늘어난다. (영업부문은 <인사이드 경제> 다음 글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임.)

영업부문에서만 타격을 입은 것이 아니다. 영업외부문에서도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다. ‘쉐보레 유럽’이 한국GM의 자회사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로, 막대한 규모의 유럽 철수비용이 한국GM의 부담으로 떨어진 것이다.


2013년 감사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다. 지분법손실 2498억, 철수 관련 부대비용 417억, 도합 2916억의 유럽 철수비용을 한국GM이 부담한 것이다. 2013년 12월에 갑자기 결정된 이 사안에 대해, 한국GM은 2013년 재무제표에 곧바로 반영한다. 이 얼마나 신속한 일 처리인가!

유럽 철수 결정이 있은지 1년 4개월 후인 2015년 3월, 글로벌GM은 러시아 경제여건과 산업 여건의 악화를 이유로 다시 한 번 전격적으로 러시아법인 철수를 결정하게 된다. 러시아법인은 러시아만이 아니라 독립국가연합(CIS) 판매망까지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이곳 역시 한국GM의 자회사였다는 이유로 막대한 철수비용이 떠넘겨졌다.

그럼 그 비용은 얼마나 될까? 2015년 감사보고서에서 해외법인 실적을 추적해보면 러시아법인에서만 1869억 원의 지분법손실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유럽 종속법인의 청산 비용까지 지분법손익에 반영되면서 2015년 한국GM은 총 2169억 원의 지분법손실을 떠안게 된다.

2015년 무려 1조원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한국GM 사측은 대규모 손실의 이유가 러시아 사업 철수 비용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 그 비용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는데, 위 수치는 공개된 감사보고서만을 활용해 최소한으로만 추산해본 것이라 할 수 있다.

쉐보레 유럽과 러시아 법인 철수 - 한국GM의 의사결정이 아니라 글로벌GM의 결정이었다. 마찬가지로 그들의 결정으로 막대한 철수 비용이 한국GM에 떠넘겨졌다. 위에 나온 수치만을 합산해도 2013년 2916억과 2015년 2169억, 도합 5085억에 달하는 손실을 떠안은 것이다.

▲ 미국 GM의 한 공장. ⓒAP=연합뉴스

이월세액공제 소멸?

<인사이드 경제>는 기업회계 전문가가 아니다. 재무 분야를 다뤄본 경험도 없다. 다만 재벌 사내유보금을 분석하거나, 노사관계에서 자본가들의 거짓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꽤 많은 감사보고서를 접해왔다. 그런데 다른 기업의 자료에서는 구경하기 어려운 개념을 한국GM 회계장부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월세액공제 소멸' - 처음 보는 개념이기도 하지만, 세무회계는 정말 어려워서 이해하는 데에만 많은 시간이 걸렸다. 우선 ‘세액공제’부터 살펴보자. 역대 한국 정부는 기업에게 참 많은 세금을 깎아줬다. 투자나 연구, 특정 산업정책에 협력하는 경우에 수많은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며, 혜택의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데 회사가 이익을 내지 못하면 법인세도 내지 못하므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가 없다. 하지만 세금 깎아주는 게 한국 정부의 역할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 경우 세액공제가 다음해로 이월된다. 또한 세액공제의 경우 매년 공제받을 수 있는 최고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 한도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은 다음해로 이월된다. 이게 ‘이월세액공제’의 개념이다.

다만 영원히 이월이 가능한 건 아니다. 한번 공제받은 세액은 5년까지만 이월이 가능하다. 5년 내에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면 소멸되는데 이를 ‘이월세액공제 소멸’이라 한다. 도대체 몇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만 등장할 수 있는 개념일까? 그런데 이게 2012년부터 한국GM 감사보고서에 매년 등장하고 있다.

항목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합계

이월세액공제 소멸

-

134

1,082

501

1,407

573

3,697


다른 기업의 감사보고서에선 거의 확인할 수 없는 개념이다. ‘이월세액공제’라는 개념도 자주 볼 수 있는 항목이 아닌데 5년 안에 혜택을 받지 못해 ‘소멸’하는 액수가 지난 5년 동안 무려 4천억에 육박한다. 이걸 과연 정상적인 회계장부라고 볼 수 있을까?

5년 동안 '회계망측' 무려 1조5000억

자, 그럼 지난번 <인사이드 경제>에서 지적한 글로벌GM의 돈놀이에 따른 이자비용, 그리고 이번에 짚어본 업무지원에 따른 비용, 쉐보레 유럽과 러시아 철수 비용, 이월세액공제 소멸에 따른 비용 처리를 모두 종합해 보기로 한다.

한국GM 회계장부는 2012년 이전과 이후가 구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회계망측’은 2012년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지금까지 분석한 항목들을 연도별로, 그리고 총합계를 다음과 같이 표로 나타내 보았다.

비용 항목

2012

2013

2014

2015

2016

합계

GM관계사 이자비용

-

1,070

1,085

1,121

1,343

4,619

최상위지배자 업무지원

-

-

167

694

435

1,297

쉐보레 유럽·러시아 철수비용

-

2,916

-

2,169

-

5,085

이월세액공제 소멸

134

1,082

501

1,407

573

3,697

총계

134

5,068

1,753

5,391

2,351

14,698


대부분 한국GM의 의사결정이 아니라 글로벌GM의 결정으로 인해 회계장부에 손실 내지 비용으로 적시된 비용만 지난 5년 동안 무려 1조 5천억에 육박한다. 영업과 관계없는 부문에서 이처럼 망측한 일들이 벌어지니 영업이익(손실)과 당기순이익(손실)이 완전히 따로 놀게 된 것이다.

항목

2012

2013

2014

2015

2016

합계

영업이익(손실)

-3,402

1864

-1,485

-5,943

-5,311

-5,279

당기순이익(손실)

-1,080

1,009

-3,533

-9,868

-6,314

-19,787

차액

2,322

-9,855

-2,048

-3,925

-1,003

-14,508


<인사이드 경제> 지난번 글 첫 부분에서 제시한 표이다. 이번에는 영업이익(손실)과 당기순이익(손실) 사이에 차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함께 계산해 보았다. 그랬더니 마찬가지로 지난 5년간 차액의 합계가 놀랍게도 1조 5천억에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그렇다. 5년간 2조원의 손실이 났다고 주장하지만, 그 중 대부분은 차를 만들고 판매하는 영업부문이 아니라 글로벌GM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한국GM에 떠넘겨진 손실이다. 글로벌GM이 저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입지 않았을 손실이라는 것이다.

얼토당토 않는 '배임' 주장

"계열 내 회사라고 해서 특혜금리를 줄 수는 없고 차입 회사의 신용도를 감안해서 빌려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본사가 배임이 될 수 있다."

글로벌GM이 막대한 차입금에 고금리를 적용하며 돈놀이를 하고 있다는 의혹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된 것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한국GM 사측은 이렇게 해명을 해왔다. '배임' - 고의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인사이드 경제>도 할 얘기가 한 가지 있다. 2013년에 전격적으로 단행한 ‘쉐보레 유럽 철수’는 정당했는가?

한국GM 감사보고서에는 매년 쉐보레 유럽 17개 자회사의 실적도 공개된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의 감사보고서 전체를 살펴보면, 쉐보레 유럽은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매년 수백억 이상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기록되어 있다. 게다가 2010년에는 무려 1,380억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다.

연 도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쉐보레유럽 당기순이익(손실)

493

- 427

1,380

795

469

- 1,363

▲ 출처 : 각 연도별 감사보고서의 ‘지분법 투자기업의 요약재무정보’ 항목

2012년만 해도 469억의 당기순이익을 낸 쉐보레 유럽이 2013년에는 1363억의 막대한 손실을 기록한 이유는, 쉐보레 유럽 철수비용 2000여억에 대한 비용 처리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역으로 말하면, 이를 비용 처리하지 않았을 경우 2013년에도 쉐보레 유럽은 적자가 아니라 흑자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멀쩡하게 수익을 올리고 있는 쉐보레 유럽 철수 결정은 배임의 소지가 없을까? 2013년 당시 철수 이유에 대해 GM은 "유럽에서의 경쟁 격화 및 어려운 경제 여건"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럽에는 이미 '오펠'이라는 자회사를 통해 오펠·복스홀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었다. 즉, '쉐보레'를 죽이는 대신 ‘오펠·복스홀’ 브랜드를 살리기 위한 결정이었던 것이다.

쉐보레 유럽이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어서가 아니라 글로벌 GM 본사의 이해관계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뿐이 아니라 철수에 뒤따르는 비용 일체를 한국GM에 전가하기까지 했다. 유럽 철수는 한국GM에게 손실을 입히는 결정이었다. 그렇다면 철수 비용은 이런 결정을 내린 글로벌GM이 부담하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고비용 구조를 재생산하는 이는 누구인가

지난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글로벌GM은 대우차 인수자금에 해당하는 우선주 상환을 위해 1조5000억을 한국GM에 빌려주고 막대한 이자비용을 챙기고 있다. 그런데 글로벌GM으로부터의 차입은 우선주 상환을 완료한 이후에도 더 늘어나고 있다. 2012년부터 시작된 차입 규모는 어느새 2조4000억까지 늘어났다.

왜 추가로 차입이 필요했을까? 그건 쉐보레 유럽과 러시아 철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쉐보레 유럽이나 러시아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퇴직관련 비용, 기타 운영항목들은 철수 결정 직후에 당장 ‘현금’이 투입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한국GM이 보유한 현금으로는 어림없는 규모라서 추가 차입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쉐보레 유럽과 러시아 철수로 인해 회계장부는 매년 적자를 면할 수 없었고, 따라서 이월된 세액공제를 실현할 수 없게 되어 소멸되었다. ‘이월세액공제 소멸’은 당장 현금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장부상으로는 법인세 ‘비용’으로 기입되어 재무구조를 악화시킨다.

추가 차입이 늘어나면서 이자 비용도 늘어난다. 다시말해 쉐보레 유럽과 러시아 철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비용 구조를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GM 재무구조를 악화시킨 주범은 ①우선주 상환에 필요한 막대한 차입 ②쉐보레 유럽·러시아 철수와 그에 따른 막대한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 영업외부문은 실제로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고 치자. 하지만 5년간 영업부문에서만 5000억 넘는 적자를 본 건 사실이지 않나?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지면이 짧아 오늘 거기까지 다룰 수 없음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3차례의 시리즈를 공언한 것처럼, 마지막 글이 하나 남았다. 한국GM의 영업부문에서는 과연 정상적인 일이 벌어졌는지를 다음 글에서 따져보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추석 휴가가 시작되기 전에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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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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