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2조 손실? 해괴망측한 GM의 회계장부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GM 회계장부 제대로 따져봅시다 ①

철수설과 구조조정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한국GM에 최근 신임 사장이 부임했다. 종전까지 GM 인도법인 사장을 지냈던 카허 카젬. 불과 몇 달 전에 GM의 인도 공장 2개 중 1개를 상하이차에 매각하고 인도 내수시장 철수 결정을 내렸던 CEO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철수 전문가’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인사이드 경제>는 그가 무슨 전문가인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다. 다만 그가 부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언급한 지점에 주목한다. 그는 한국GM이 지난 3년간 2조 원의 손실이 났음을 지적하며 '적자 개선' '수익성 회복'을 강조했다.

적자가 나는 비용구조를 들먹이며 곧바로 TV 광고가 중단되었다. 심지어 커피값도 줄이고 출장비도 줄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커피값과 출장비 줄여서 어느 세월에 2조 원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까? 이런 티끌은 모아봐도 티끌에 불과할 텐데 말이다.

영업이 아니라 엉뚱한 곳에서 발생하는 손실

모두들 아다시피 한국GM은 자동차회사이다. 원자재와 부품을 사들여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하고 기계와 공장을 돌려 차를 만들면, 다양한 판매망을 통해 매출을 올린다. 생산과 판매를 통해 영업이익 또는 손실이 발생한다.

그런데 한국GM의 재무구조는 아무리 봐도 이상하기 짝이 없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발생한 영업이익(손실)과 당기순이익(손실) 추이를 한번 살펴봤다. 지난 5년간 영업부문에서 발생한 손실은 총 5279억인데, 기업의 최종 성적표라 할 당기순손실은 무려 2조에 달했다. (아래 표)

항목

2012

2013

2014

2015

2016

합계

영업이익(손실)

-3,402

1864

-1,485

-5,943

-5,311

-5,279

당기순이익(손실)

-1,080

1,009

-3,533

-9,868

-6,314

-19,787


왜 이런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간단하다. 영업부문이 아니라 영업외부문에서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당기순이익'이라는 개념은 영업이익(손실)에다가 영업외이익(손실)을 합산한 후, 법인세를 뺀 수치이다. 따라서 당기순손실과 영업손실의 차액에 해당하는 1조5000억 대부분은 영업외부문에서 발생한 손실이라는 뜻이다.

아니, 차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회사가 영업부문이 아닌 다른 곳에서 왜 저토록 많은 손실이 발생한단 말인가? 최근 철수설이 불거지면서 <인사이드경제>만이 아니라 수많은 이들이 GM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이 대목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 같다.

한국GM은 글로벌GM의 돈놀이 대상?

엊그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지상욱 의원(바른정당)이 보도자료 하나를 배포했다. 내용의 핵심은 글로벌 GM이 한국GM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GM이 운영자금이 부족할 때 시중은행이 아니라 글로벌GM(GM홀딩스)에서 차입하는 형식을 취했는데, 여기에 높은 이자율을 적용해 매년 1000억 이상의 이자를 받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GM은 2012년부터 모회사인 글로벌GM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차입해오기 시작했다. 당시부터 최근까지 5년 동안 약 2조4000억의 차입금이 발생했다. 그런데 여기에 적용된 이자율이 4.8~5.3%에 달해, 2013년부터 매년 1000억 이상의 이자비용을 글로벌GM(GM홀딩스)에 납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상욱 의원실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GM의 각 년도별 감사보고서를 통해 손익계산서에 나온 '이자비용'을 합산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4400억의 이자비용을 글로벌GM에 지급했다.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정밀한 계산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이런 대목은 본래 <인사이드 경제> 전공과목 아니던가.

손익계산서에 등장하는 ‘이자비용’은 글로벌GM만이 아니라 돈을 차입해온 모든 경우에 발생하는 이자를 합산한 개념이다. 그러나 감사보고서 중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모회사(글로벌GM)를 비롯한 관계사들과의 매출채권·매입채무·이자비용 등이 적시되어 있다.

그래서 손익계산서에 나온 이자비용, 그리고 GM관계사에 부담한 이자비용을 각 연도별로 추이를 살펴볼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이 표를 만들어 보았다. GM관계사 이자비용은 2013년부터 처음 등장하기 시작해 지난 4년 동안 도합 4619억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GM으로부터 차입이 시작된 이후에는 시중은행과의 거래가 거의 남지 않게 되어, 사실상 손익계산서 상 이자비용과 GM관계사 이자비용이 거의 일치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 점도 확인할 수 있다.

비용 항목

2012

2013

2014

2015

2016

합계

GM관계사 이자비용

-

1,070

1,085

1,121

1,343

4,619

이자비용(손익계산서)

201

987

1,086

1,122

1,343

4,739


지상욱 의원실 보도자료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동종사의 경우와 비교를 한 것이다. 그랬더니 기아차는 0.19%~2%중반, 현대차는 1.49%~2.26%, 쌍용차의 경우 0.3%~3.51%의 이자율로 차입을 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같은 외국계 회사인 르노삼성의 경우 모기업인 본사로부터 차입을 해오는 것이 아니라, 본사가 직접 지분출자 형식으로 투자를 하고 나중에 당기순이익 배당을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르노삼성의 경우 이자율 0%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GM이 한국GM에 적용하는 4.8~5.3%의 이자율은 이와 비교했을 때 명백한 고금리이다. 말 그대로 모기업이 자회사를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결코 과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업이익 1000억도 남지 않는 회사로부터 매년 따박따박 1000억씩 이자를 현금으로 받아가니 이 얼마나 수지맞는 장사인가?

막대한 차입금의 비밀 : 적자 때문에 빌려온 돈이 아니다

"그래, 글로벌GM이 높은 이자율로 돈놀이를 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많은 차입금을 끌어와야 했다는 것은 한국GM 수익성에 문제점이 있다는 증거 아닌가?"

만일 그렇다면 난해한 감사보고서 들여다보면서 <인사이드 경제>를 적고 있을 이유가 없다. 한국GM이 막대한 차입금을 끌어와야 했던 것은 전혀 다른 이유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시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1조5000억에 달하는 우선주를 되사오기 위해 엄청난 현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002년 GM이 대우차를 인수하던 당시 GM은 인수대금 전체를 자기 돈으로 지불한 것이 아니다. 우선 산업은행이 GM대우(현재 한국GM) 지분의 28%를 출자하는 형식의 지원이 있었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GM에 채무유예라는 특혜를 주게 되는데, 그 대신 GM은 산업은행에 우선주 12억 달러어치를 지급하게 된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달리 의결권을 갖고 있지 않으며, 오직 배당 목적으로만 보유하는 주식이다. GM이 산업은행에 지급한 우선주에 대한 배당조건은 다음과 같다. 2003년~2007년에는 연 2%로 주식배당을 실시하고, 2008년~2012년까지는 연 2.5%, 2013~2017년까지는 연 7%의 현금배당을 하기로 했다. 2013년부터는 배당과 함께 우선주를 순차적으로 상환하는 조건도 붙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만 주식처럼 보일 뿐이지 사실상 2007년까지 연 2%, 2012년까지 연 2.5%, 2017년까지 연7%의 이자율을 적용해 대우차 인수자금 12억 달러를 대출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2012년까지 적용되는 2~2.5%의 이자율 역시 당시로선 특혜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연 2%로 주식배당을 실시하는 2007년까지는 현금 부담이 전혀 없었다. 우선주만 추가로 발행해주면 되었으니까 말이다. 현금배당 2.5%가 적용되는 2012년까지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국내 어느 은행에서 이자율 2.5%로 저렇게 큰 자금을 빌려올 수 있겠는가.

그러나 현금배당 7%가 적용되는 2013년부터는 문제가 달라진다. 사실상 이자율 7%가 적용되는 셈인데, 차라리 시중은행에서 돈을 차입해오는 게 나은 상황이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글로벌GM은 산업은행과 협상을 벌인다. 현금배당 7%가 적용되는 2013년이 되기 전에 우선주를 조기에 상환하도록 말이다.

그 결과 GM은 각각 2012년 12월에 7220억, 2013년 4월에 7600억을 들여 총 1조 5천억에 달하는 우선주 전체를 상환하기에 이른다. GM은 상환액 전액을 산업은행에 현금으로 지급했다. 그럼 도대체 여기에 들어간 현금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렇다. 이게 바로 높은 이자율이 적용된 글로벌GM에서 끌어온 차입금의 실체이다.

본래 글로벌GM이 부담했어야 할 대우차 인수자금

아래 표는 2016년 한국GM 감사보고서에 등장하는 것으로, 글로벌GM(GM홀딩)으로부터 한국GM이 얼마의 돈을 차입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2012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총 2조4000억의 원화를 차입했으며, 1조8860억에 대해서는 5.3%의 이자율을, 5160억에 대해서는 4.8%의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차입일' 항목을 보면 막대한 현금이 왜 필요했는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2012년 12월에만 4차례에 걸쳐 총 7220억을 빌려왔는데, 앞서 얘기한 것처럼 GM은 산업은행에 2012년 12월에 정확히 7220억 어치의 우선주를 상환했다. 2013년 4월에만 9880억을 빌려왔는데, 마찬가지로 그 시점에 GM은 7600억 어치의 우선주를 상환한 것이다!

자,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2002년에 GM이 대우차를 인수했다. 인수자금이 모자라 산업은행은 채무를 유예해주는 대신 우선주를 받는 형식으로 사실상 대출을 해줬다. 그냥 대출이 아니다. 2012년까지 10년 동안은 2~2.5%의 이자율이 적용되는 장기저리 특혜 대출이었다.

그런데 이자율이 7%로 높아지기 직전에 채무자인 GM이 채권자인 산업은행에 우선주 조기상환을 했다. 그런데 이 우선주는 본래 대우차 인수비용의 일부였다. 그럼 그 비용은 당연히 대우차를 인수한 GM이 부담하는 게 상식에 맞는 얘기 아닌가?

하긴, GM이 부담하기는 했다. 글로벌GM이 아니라 한국GM이 말이다. 대신 글로벌GM은 우선주 조기상환에 들어가는 비용을 한국GM에 빌려줬고, 매년 1000억 이상의 이자를 챙겨가고 있다. 1조5000억에 달하는 상환비용을 빌려준 뒤, 지난 4년 동안 이자로 거의 5000억을 현금으로 받아 챙겼으니 이거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 아닌가!

일각에서는 모기업인 글로벌GM과 자회사인 한국GM은 한몸이나 다름없기에 정상적인 재무활동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기업 GM이 한국GM의 장기발전전망을 세우고 있었다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챙기는 방식이 아니라 자본금 출자를 통해 차입금을 줄여주고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해주는 방식을 취했을 것이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원인도 마찬가지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GM에서 빌려온 1조5000억의 자금은 한국GM을 경유해 곧바로 산업은행으로 들어갔다. 한국GM은 1조5000억을 잠시 만져볼 기회조차 갖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GM 회계장부에는 1조5000억이 고스란히 '부채'로 기록되어 매년 이자를 물고 있다. 올해도 아마 1500억 가량의 이자를 갚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1조5000억은 고스란히 현금으로 왔다가 나갔기 때문에 한국GM 자산은 전혀 늘어나지 않는다. '자산 = 자본 + 부채'라는 단순한 공식을 도입해 보자면, 부채가 늘었는데 자산이 그대로라는 얘기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다. 회계장부상 부채가 늘어난 만큼 자본이 줄어들어야 공식이 들어맞는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한국GM 회계장부상 2011년과 2012년에 '이익잉여금 처분'이라는 항목으로 총 1조7000억의 이익잉여금이 줄어들게 된다. 이익잉여금이 바로 사내유보금의 핵심 구성요소이자 자본 총액에 포함되는 항목이다. 결국 2011년 말에 3조9000억에 달하는 한국GM의 자본 총액은, 2013년 말에 1조9800억으로 무려 2조 원 가까이 줄어들고 만다.

만져보지도 못한 우선주 상환대금 때문에 부채는 1조5000억이 늘고 자본은 2조원이 줄었다. 당연히 부채비율도 늘어나고 재무구조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글로벌GM에 지급하는 이자비용은 매년 늘어나 올해까지 합하면 거의 6000억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GM은 5년 만에 원금의 40%를 현금으로 회수하는 것이다.

2013년 말 1조9000억이던 자본 총액은 지난 3년간 발생한 2조 가까운 당기순손실로 2016년 말이 되면 고작 87억이 남게 된다. 지난 7월에 언론에 보도된 산업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결산 결과 한국GM은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한마디로 자본총액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얘기이다.

'그래, 당신 말대로 1조5000억 부채, 그리고 5천억 가까운 이자비용에는 문제가 있다고 치자. 하지만 이건 빙산의 일각 아닌가? 한국GM은 계속 적자를 보는 손실투성이 기업 아닌가?"

그렇다. 글로벌GM이 한국GM을 상대로 벌이는 돈놀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보다 훨씬 많은 해괴망측한 일들이 벌어져왔다.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지난 5년간 영업적자는 5000억에 불과한데, 당기순손실은 2조에 달하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니 말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해괴망측한 일들이 벌어졌는지는 <인사이드 경제> 다음 글로 이어가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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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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