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각종 증세 작명을 쏟아내며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특정 계층에 조세 불이익을 주는 듯한 뉘앙스가 강한 '부자 증세' 대신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추진되는 증세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여론전이다.
추미애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이 제안한 증세 방안을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스스로 명예를 지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명예과세'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는 조세정의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어쩌면 명예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호소드린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의 '세금폭탄' 비판에 대해선 "5억 이상 버는 초고소득자는 전체 국민의 0.08%에 불과하다"며 "본질을 호도하는 나쁜 선동정치"라고 비판했다.
앞서 추 대표는 지난 20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과세표준 2000억 원이 넘는 초대기업의 법인세율을 3%포인트 올리고, 5억 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2%포인트 올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불신보다 사랑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인상된 법인세는 '사랑과세', '존경과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초우량대기업이 세금을 좀 더 냄으로써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면 경제적 효과가 오히려 더 클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우리 사회가 더 화합, 공정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 이걸 자유한국당에서 '세금 폭탄'을 공격하는 건 수준 낮은 정치공세"라며 "프레임 만들어 정치 문제화하고 싶을 텐데 국민들이 이런 과세를 더 지지해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증세론은 내달 초 세법 개정안으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우원식 원내대표는 "법인세 정상화와 초 고소득자 증세 등 조세 개편 준비를 서둘러야한다"면서 "보수 정권시기 왜곡된 조세 형평성 제고에 적극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제시한 사회 복지 공약 실현을 위해 향후 5년간 178조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예산 관계 부처는 이 부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불요불급한 예산 낭비를 막아도 상당한 재원과 소요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당이 주장하는 증세 방안을 세법 개정안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에 그동안 증세론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재정지출 규모 등에 있어서 당과 협의를 할 것"이라며 "당과 긴밀한 협의와 협조를 통해 (경제) 방향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수용의사를 내비쳤다.
"솔직하고 과감한 증세 논의 시작할 때"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증세의 불가피성을 솔직하게 인정한 점을 평가하더라도, 일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한정된 정부여당의 국지적 증세가 오히려 포괄적 증세 논의를 차단해 부실증세로 귀결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이날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핀셋 증세'를 비판하며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재원의 10분의 1도 충족되지 않는 정도의 재원조달을 위한 구상에 대해 전면적인 세제개편안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세제 개편 논의에 참여하되 정부여당의 증세방안이 재원 조달에 큰 효과가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것이다.
김세연 정책위의장도 이날 "핀셋 증세라기보다는 '새발피' 증세, 눈 가리고 아웅하는 '눈가웅' 증세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그는 "핀셋 증세라며 제한적 증세로 재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하는 것이 얼마나 국민들을 호도하는 것인지 고백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과표 초과 대기업, 5억 원 초가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통해서 한다는 데 실제로 효과는 3조8000억 원 추정된다"며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다 해도 178조원의 필요 재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지출 구조 조정에 대한 더욱 더 상세한 계획을 밝히고 재원조달 대책이 현실적인지 다시 한 번 면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강력한 재정 개혁을 바탕으로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레토릭에 그칠 것이 아니라 반드시 국민 앞에 소상한 계획을 밝히길 요구한다"고 했다.
이정미 대표도 이날 "정부여당이 밝힌 소위 '슈퍼리치' 증세 방안은 그 규모가 3~4조원에 불과하고, 세목 및 대상자도 극히 일부로 제한하고 있어 부실 증세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복지공약을 후퇴시키고, 국가채무를 급격히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복지 증세에 대한 책임 있는 논의를 위해 여야정은 물론이고 노사와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국회 차원의 '(가칭)중부담 중복지 사회를 향한 복지증세 특위' 구성을 제안한다"며 본격적인 증세 공론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도 "(정부여당) 방식으로 증세를 추진한다 해도 한 해에 거둬들일 수 있는 재원은 3-4조원 밖에 되지 않는다"며 "국정기획자문회의 스스로가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 소요 예산으로 178조 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점에 비춰보더라도 턱없이 작은 규모이며 거의 달성 불가능한 과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솔직하게 국민들 앞에 마주해야 할 때"라며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소요 예산을 밝히고, 과감한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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