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부터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솔직히 차량 운행을 줄여보자는 큰 뜻이 있었던 건 아니고,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아침시간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지요. 출퇴근 시간의 대중교통은 만원이어서 조금 불편하지만, 운전 중 받는 긴장과 스트레스가 없는 쪽을 선택하는 편입니다.
올 봄부터 또 한 가지 습관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아침마다 스마트폰 앱으로 그날의 대기 상태를 확인합니다. 전반적인 대기 상태와 시간에 따른 변화, 그리고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농도를 구분해서 알려주기 때문에 편합니다. 그날의 상태에 따라 환기 여부나 아이 마스크 준비에 참고하고 있지요.
지난 봄철 황사와 함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경각심이 한참 높아졌던 때에 비하면, 최근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매체에서 민감하게 다루지 않는데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마스크 착용이 불편해졌기 때문일까요? 황사에 따른 대기 문제는 봄철에만 잠깐 생기고 만다는 경험적 믿음이 작동한 것으로도 생각됩니다.
앱 화면이 붉은색으로 물들어 실외활동 자제와 같은 경고를 보내는 날에도 제 아이 친구 상당수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습니다. 출근길에서 마주친 사람들도 마찬가지지요. 근래 잠깐 공기 질이 좋아진 때가 있긴 했지만, 여전히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이 꽤 많습니다. 조류독감(AI)이 토착화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미세먼지 문제 또한 봄철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일 년 내내 지속되는 현상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문제 대처는 시민 개인에게 맡길 일이 아닙니다. 국가 간 협의나 정책의 수립과 같이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고, 학교 공기청정기 설치와 같이 자치단체 수준에서 해야 할 일도 있습니다. 시민이 지속적 관심을 놓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거론될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변화를 가져오는데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방안이 수립되어 실행되는데 시간이 걸리고, 실행된 후에도 실제 공기 질이 변화하기 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기다리는 동안 생길 수 있는 문제는 일정부문 개인이 대비하지 않을 수 없지요.
그러고 보니, 올 봄부터 내원하신 환자 중 노년층이나 만성질환을 앓는 분을 중심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질환을 호소하는 분이 늘었습니다. 꽃피는 시기에만 심해지던 알레르기 비염이 여름까지 지속되거나, 만성적인 기침을 호소하는 분도 늘어났지요. 한의학적으로 폐 기능이 떨어지는 것과 유관한 병증으로 인해 치료를 받는 분도 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전적으로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개인적 경험을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동네에서 쭉 봐오던 환자들의 변화에는 분명 달라진 대기의 질이 영향을 미쳤으리란 생각을 버리기는 어렵습니다.
우선은 번거롭더라도 시민 스스로 대기 상태를 확인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습니다. 특히나 어린이와 노인, 그리고 폐 관련 질환이나 만성질환을 앓는 분은 말이죠. 아이는 폐 용량이 적어서, 환자나 노인은 폐 기능이 떨어져서 나쁜 대기의 영향을 쉽게 받습니다.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가 두려운 이유는 축적되고, 그 결과가 훗날 건강에 어떤 변수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마치 권투 경기에서 잽이나 보디블로가 경기 초반에는 아무것도 아니다가 후반으로 갔을 때 치명적 위협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경제적 상황 때문에 마스크를 하기 어려운 계층이 있다면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면 좋겠습니다. 공포나 과민함을 조장하지 않는 범위에 한해 언론이 이 문제를 자주 다뤄서 사람들에게 불량식품만큼이나 나쁜 공기를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좋겠습니다.
촉강의 물이 이르기 전까지는 한 바가지의 물이 중요하고 필요합니다. 조금은 우울하고 답답한 일이지만, 공기가 나쁜 날에는 마스크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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