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두려운 미세먼지, 느낌이 안 좋아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보이지 않는 위험이 더 무섭다

지난 주말, 약속이 있어 외출했다가 도로 한복판을 달리는 사람들과 만났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그 날 서울에서 국제마라톤 대회가 열렸더군요. 제가 마주친 행렬은 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이었습니다. 길 옆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흥을 돋우고, 동호회별로 혹은 친구와 가족끼리 출전한 이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달렸습니다. 힘차고 흥겨운 장면이었지요.

그런데 그 모습을 마냥 편하게 보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날,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이었습니다. 밖을 잠시만 걸어도 목이 칼칼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소 선명하게 보여야 할 건물들은 먼지에 가려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거리를 달렸을 때 저 사람들이 얻는 신체적, 그리고 감정적 이익과 달리는 동안 들이마시는 황사와 미세먼지, 그리고 초미세먼지가 가져올 피해를 비교한다면 무엇이 더 클까 궁금했습니다. 주관적 판단에 따라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겠지만, 대기 상황이 이 정도라면 대회의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이번에는 유모차를 밀고 산책하는 가족이 보입니다. 어른은 물론이고 아이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한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그 광경은 너무나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그 때, 그 가족들 옆으로 담배를 피우며 지나가는 남성이 있었는데, 그 순간 부부는 아주 빨리 담배연기를 피해 길을 걸었습니다. 담배 연기에는 저리 민감하면서도 미세먼지가 가득한 공기에는 참으로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봄철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황사는 밖에 걸어둔 빨래를 더럽히고 호흡기계 질환에 악영향을 주지만, 산성화된 토양을 중화하고 바다의 플랑크톤에 무기염류를 제공하는 이점도 있습니다.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입자가 크기 때문에 사람들이 조심하기도 좋고, 제거할 수도 있으니 일견 감당할만한 불편함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우리 몸은 이러한 물질이 넘치는 환경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몸이 보이지 않는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지요.

"2013년 10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 먼지(Particulate Matter)와 대기오염(outdoor air pollution)을 각각 1급 발암 물질로 결정했습니다. 미세 먼지와 같은 그룹에 속한 발암 물질은 석면, '죽음의 재'로 불리는 방사성 물질 플루토늄, 담배 연기, 자외선 등입니다.

미세 먼지 가운데서도 특히 위험한 것은 코나 목의 방어막을 뚫고 폐 깊숙이 들어가 박히는 초미세 먼지입니다. 보통 미세 먼지(PM10)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 즉 10마이크로미터 이하를 지칭합니다. 초미세 먼지(PM2.5)는 PM10의 4분의 1 즉 2.5마이크로미터 이하입니다.

이런 초미세 먼지는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서 폐 질환, 심혈관 질환, 뇌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야기합니다. 특히 어린이, 임산부, 노인 등 노약자에게 치명적이죠.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초미세 먼지의 기준치를 24시간 평균 25마이크로그램 이하로 엄격하게 잡아뒀습니다(1년 평균 10마이크로그램 이하)." (한국 기준 : 24시간 평균 50마이크로그램) (☞관련기사 : 박근혜, 미세 먼지 못 잡나, 안 잡나?)


미세먼지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태를 지나서도 확장 일로인 핵발전소, 개발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는 숲과 농지와 갯벌, 지금도 진행되는 생물의 멸종, 그리고 기후변화. 눈앞에 보이지 않거나,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그리고 너무 거대한 범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문제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 문제들은 앞으로는 더 크게 우리의 건강은 물론 인류 생존에 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이 문제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대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지금보다는 희망의 무게를 늘릴 수 있을 것입니다. 직접 나설 수 없다면 이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단체를 후원하면 될 것이고요.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 중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오비완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I have a bad feeling about this." (느낌이 좋지 않아.)

찬란해야 할 봄날, 미세먼지 속에서 저의 심정이 그러했습니다.

ⓒ프레시안(손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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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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