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문재인의 눈물…5.18 광주

대통령과 1만 명이 함께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37주년 기념식이 열린 5.18 묘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힘차게 울려퍼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국회의원, 정부 요인 및 시민들까지 1만여 명의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맞잡고 이 노래를 '제창'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부터 '합창 공연' 형식으로 마지못해 식순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끼워넣었던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이 노래의 작곡자인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과 가수 전인권 씨 등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함께 노래를 불렀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이날 기념식에는 5.18 관련 단체뿐 아니라 4.19 혁명 등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기리는 단체들도 대거 초청됐다. 전년의 행사 규모가 3000명 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기념식은 국민의례로 시작해 문 대통령의 헌화·분향, 5.18 단체의 경과보고, 대통령 기념사, 문화예술 기념 공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경과 보고를 국가보훈처 관계자가 아니라 5.18 단체가 직접 하게 된 것도 2009년 이후 8년만이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라며 이날 행사에서 다같이 노래를 제창할 방침임을 강조하자 행사장에 참석한 5.18 유가족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기념사를 마치고 내려오는 문 대통령을 기립박수로 맞았다. (☞관련 기사 : 文대통령의 5.18 기념사 전문 보기)

문 대통령도 기념 공연 1막이었던 5.18 희생자 유가족의 편지 낭독 순서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5.18 당일에 태어난 '5.18둥이' 김소형 씨가 "차라리 제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출산 소식에 광주로 왔던) 아버지는 살아 계실 것"이라고 자책하는 대목에서였다. 문 대통령은 편지 낭독을 마친 김 씨에게 걸어가 그를 포옹하고 위로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 유가족의 편지 낭독을 듣던 문재인 대통령(사진 맨 왼쪽)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권진원 씨와 광주시립합창단 등의 2막 공연에 이어 전인권 씨도 기념 공연 3막을 위해 무대에 섰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당시 TV 광고에 나와 불렀던 '상록수'를 전 씨가 불렀다. 전 씨는 19대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고, 이로 인해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다. 행사 마지막 순서에서 문 대통령과 전 씨가 한목소리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장면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안 전 후보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안 전 후보는 대선 패배 후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며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 '정치 재개'라는 말도 나왔으나 안 전 후보 측은 "공식 행사이기에 참석한 것"이라며 "(정치활동 재개는) 전혀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문 대통령과 대선에서 경쟁했던 후보들 가운데 이날 행사에 참석한 것은 안 전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 2명이었다.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이날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고, 전날 5.18 묘지를 참배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후보는 방미 중이다. 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과 안철수·심상정 후보 등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세 사람이 받은 표를 합하면 70%에 육박한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 대통령과 경쟁했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도 행사에 참석했다. 박 시장과 안 지사는 각각 자신의 SNS에 5.18을 기리는 취지의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김동철 국민의당 대표 권한대행,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등 각 정당 지도부도 총출동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지도부는 전날 밤 광주 시내에서 열린 전야제에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5.18기념식을 하루 앞둔 17일 국가보훈처장에 군 인권 문제 등에서 목소리를 내 왔던 피우진 처장을 임명했다. 그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막아왔던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 후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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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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