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한편이 중국을 사로잡았다

[강귀영의 중국 대중문화 넘나들기] 중국 드라마 <인민의 이름으로>

묵직한 정치 부패 스캔들을 소재로 한 드라마 한 편이 최근 중국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후난(湖南) 위성 TV에서 제작한 55부작 장편드라마인 <인민의 이름으로(人民的名義)>이다.

이 드라마의 인기가 얼마나 폭발적인지 드라마 속의 갈등 요소가 중국기업의 입사시험문제로 출제되기까지 했다고 한다. 또한 허난(河南) 성의 한 기관에서는 당간부들에게 이 드라마 시청을 독려하고 감상문을 써서 제출하라고 했다 한다.

내연관계, 차명으로 구입한 별장 냉장고에 숨겨둔 거액의 돈뭉치 등, 어쩌면 우리가 뉴스를 통해 한번쯤은 접해보았을 법한 줄거리에 중국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는 최고 인민검찰원 반부패총국 조사관 허우량핑(候亮平)이 광산 채굴권을 실질 심사하는 공무원 자오더한(趙德漢)과 한둥성(漢東, 가상지명) 징저우(京州)시 부시장 딩이전(丁義珍)이 비리에 연루되었다는 제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오더한은 고향의 노모에게 매달 생활비로 300위안(한화 약 5만원)을 보낸다며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공무원인 척하며 시종 본인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허우량핑이 찾아낸 자신의 차명 별장 앞에 도착하자 다리가 풀려 당황한다. 결국 수사팀이 별장 냉장고와 책장 등에 숨겨놓은 거액의 현금뭉치를 찾아내자 이내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오더한은 이렇게 변명한다. "정말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두었어요. 돈이 모이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치 곳간에 곡식이 쌓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 시각 비리사건 수사가 시작되었다는 첩보를 입수한 딩이전 부시장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미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중국 대중들은 드라마 속에서 현금 2억 3천만 위안(한화 381여 억원)을 뇌물로 받은 자오더한과 미국으로 도주한 딩이전이 실제로 어떤 인물과 흡사하다며 열광하고 있다.

<인민의 이름으로>는 크게 세 개의 스토리라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검찰기관에서 중대한 부패사건을 조사하는 이야기, 이 부패 스캔들 속에 휘말린 정부 관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암투, 마지막으로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중국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4년 전 부패혐의 등으로 낙마한 중국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 사건이 오버랩되기도 하고, 정경유착이라는 에피소드는 우리의 국정농단 사건을 떠올리게도 만든다. 허구로 만들어진 이야기지만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생동감이 느껴진다.

▲ <인민의 이름으로>의 한 장면. ⓒ 후난 위성티비 공식 웨이보

드라마 <인민의 이름으로>는 중국 정치소설을 대표하는 저우메이선(周美森)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드라마의 높은 인기로 소설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면 서적은 이미 138만부 이상 팔렸고, 전자책 다운로드 횟수는 5억 회에 달한다. 저우메이선은 대중들이 이 드라마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반부패'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실제적으로 내가 알고 지내던 많은 고위 공직자 중 절반 이상이 이 문제에 연루되어 수감되었습니다. 저는 그들이 변해가는 것을 보며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극중 부패관리들을 괴물처럼 그리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 속 부패 스캔들을 보고 있는 듯한 생생함이다. 물론 생생하게 전달하는 작가의 필력도 대단하다 하겠지만, 꾸며낼 필요 없이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건들이 드라마에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 속의 부패 스캔들을 보며 제도와 권력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속 명대사인 "중국 공산당은 '인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것이지 '인민폐를 위해 봉사'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예사롭게 들어 넘길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롭다.

3월 28일 드라마 첫 회가 방송된 이후 보름 만에 온라인 조회수가 50억뷰를 넘었고, 최근 전국 시청률이 5%를 넘었다. 이제 절반 정도 방영을 했는데 벌써부터 중국언론에서는 올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반부패 정치현실을 소재로 한 드라마이다 보니, 법률용어와 고급스러운 중국어 표현도 많다. 무엇보다 중국사회와 정치현실의 단면을 투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감상할 가치가 있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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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귀영

한양대학교와 서울디지털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중국어 일간지 <연합조보>에서 서울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만국립정치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지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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