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침공 닷새나 지났는데…아직도 전쟁 명분 확정 못하고 있는 트럼프

이스라엘, 테헤란 대규모 공습…카타르 "이란, 레드라인 넘었다" 보복 가능성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격에 대한 명분도, 정권 전복 뒤 이란 미래에 대한 구상도 확정하지 못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에너지 공급망 우려가 치솟자 트럼프 대통령은 호위를 제안하며 유가 안정을 시도했다. 이란의 타격 대상이 된 걸프국 일부에선 "보복" 목소리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양자회담 자리에서 취재진에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것이 이란이 먼저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린 이 미치광이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었고 내 생각에 그들이 우릴 먼저 공격할 거라고 봤다. 만일 우리가 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우릴 먼저 공격했을 거다. 난 그 점에 대해 확신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압박 때문에 미국이 조치를 취했냐는 질문을 받고 "내가 이스라엘에 조치를 압박했을지도 모른다"고 반박했다.

이는 전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계획이 미국의 이란 공격을 이끌어냈다는 설명과 상반된다. 루비오 장관은 "우린 이스라엘이 군사 행동을 취할 걸 알고 있었고 그게 미군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촉발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또 그들(이란)이 공격을 개시하기 전 선제적으로 공격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걸 알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루비오 장관은 3일 취재진에 관련 질문을 받자 "핵심은 이거다. 대통령은 우리가 먼저 공격 받지 않도록 결단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정부가 아직 이란과의 전쟁 개시 명분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이란 차기 지도부 염두 뒀던 사람들 대부분 사망"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포함해 이란 지도부 대거 살해 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미래 구상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최악의 경우는 우리가 이렇게 했는데도 전임자만큼 나쁜 인물이 권력을 잡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란을 누가 통치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엔 "우리가 염두에 뒀던 사람들 대부분이 죽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집단"이 있지만 "보고에 따르면 그들도 죽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메르츠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뒤 취재진에 "오늘 내가 알고 이해한 바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 나라(이란)의 미래 민간 지도부에 대해 명확히 수립된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트럼프가 호르무즈 호위 지원 언급했지만…업계 여전히 불안·코스피 또 12% 폭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에너지 공급망 차질 우려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호위 제공을 언급하며 유가를 안정시키려 시도했다.

그는 3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필요시 미 해군은 가능한 빨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호위를 시작할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미국은 에너지가 세계에 자유롭게 공급되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 국제개발금융공사(DFC)에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모든 해상 무역, 특히 걸프 해역을 통과하는 에너지 운송의 재정적 안전 보장을 위한 정치적 위험 보험 및 보증 제공을 지시했다. 이는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 위험이 커짐에 따라 보험사들이 이 지역을 항해하는 선박의 보험을 취소하거나 보험료를 크게 올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중이다.

유가 상승세는 계속됐다. 3일 뉴욕상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4.67% 오른 배럴당 74.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9% 이상 급등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 발언 뒤 상승폭이 축소됐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 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4.71% 오른 배럴당 8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큰 유럽과 아시아 시장 흔들림도 계속됐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시작 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약 70% 급등했다. 신문은 유럽의 가스 저장량이 용량의 30%밖에 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연료에 의존하던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연료 수입처를 다변화했지만 위기 상황에선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3일 영국(-2.75%), 독일(-3.44%), 프랑스(-3.46%) 등 유럽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한국과 일본 시장 하락세도 이어졌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전날 7%대 하락에 이어 4일에도 12.06% 폭락한 5093.5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일본 니케이225지수도 전날보다 3.61% 떨어졌다.

<로이터>는 해운업계에선 미군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 지원 제안이 불안 해소에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유조선 호위에 투입할 수 있는 미국 함정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테헤란·베이루트 공습…이란, 역내 미군기지 향해 미사일

양쪽 공격이 잦아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미 중부사령부는 3일 미군이 잠수함을 포함한 이란 선박 17척을 격침하고 이란 내 약 2000개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4일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 대규모 공습이 진행 중으로 이란혁명수비대(IRGC) 산하 바시지 민병대 사령부와 내부 보안 사령센터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또 자국 F-35 전투기가 테헤란 상공에서 러시아제 이란 YAK-130 전투기를 격추했다고 했다.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베이루트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도 이어졌다. 4일 <AP> 통신은 이스라엘이 밤새 레바논 전역에 공습을 가했고 베이루트 남동부 외곽의 한 호텔 2층에도 공습이 강타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4일 오전 이스라엘 공격으로 베이루트 인근 마을들에서 6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이란은 역내 미군기지 및 미국 군함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AP>는 이란 국영 방송을 인용해 이란혁명수비대가 이라크 이르빌 미군기지와 쿠웨이트의 미군기지 2곳, 미군함 2척을 향해 탄도미사일 40발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이란에 "보복" 언급…BBC "이란이 핵심 산업 무기 삼아· 장기화 땐 걸프국들 돌아설지도"

자국 내 미군기지 뿐 아니라 미국 대사관, 에너지 시설 및 일부 민간 시설까지 공격 받은 걸프국 일부에선 이란이 "금지선(레드라인)"을 넘었다는 경고 목소리가 나왔다.

3일 <유로뉴스>를 보면 마제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이 군사시설 뿐 아니라 도하 공항과 가스 시설까지 공격해 "이미 모든 금지선을 넘었다"며 "우린 보복할 권리가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는 "이런 식으로 우리 주권을 침해하는 데 대해 더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도 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란은 이들 국가가 미국에 공격 중단 압력을 넣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이지만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역 핵심 산업인 석유와 가스의 무기화가 역내 국가들을 자극해 오히려 미국 편에 서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은 걸프국들이 이스라엘 편처럼 보이는 것을 꺼리는 등의 이유로 "아직"은 방어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공습 뒤 연기가 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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