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왜 3년간 세월호 인양을 안했을까?

[기자의 눈] 세월호 인양, 진실도 함께 끌어올릴 때

지난해 6월, 해양수산부 선체인양추진단은 세 차례 시도 끝에 세월호 인양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안정적으로 배를 들어 올리겠다던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는 갑판부에 6미터(m)에 달하는 상처만 내놨다. 예측할 수 없는 맹골수도의 물길이 이 상처를 얼마나 헤집었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어떤 중요한 증거물이, 어떤 아이의 유품이 사라졌을지 알 수 없다. 아직 가족 품에 돌아오지 못한 아이 중 누군가가 인양 후 발견되지 못한다면 어찌할까.

당초 해수부는 세월호 선수를 들어 올린 후, 그 아래에 리프팅 빔(인양기계)을 넣어 부력제로 배를 띄워 플로팅 독에 선체를 싣겠다고 했다. 하지만 작업은 계속 실패했다.

해양전문가 사이에서 이 방식이 문제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다. 유가족은 전문가 상담을 진행해달라고 했다. 정부는 무시했다. 상하이샐비지만 바라봤다. 상하이샐비지는 관련 경험이 부족한 업체였기에 인양 입찰을 따낼 때부터 의혹을 받았다. 4.16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진상 규명에 나섰다. 박근혜 정부는 특조위 연장을 거부했다.

결국, 해상 크레인은 잭킹 바지선으로, 플로팅 독은 반잠수식 선박으로 변경됐다. 당초 상하이샐비지에 밀려 입찰에 실패한 관련 기술평가 1위 업체가 주장한 인양방식이었다.

23일, 이 방식으로 1073일간 바다에 잠들었던 세월호는 수면 위로 올라올 예정이다.

시계를 더 앞으로 돌려보자. 박근혜 전 대통령 구사대 역을 자처하며 대선 후보로까지 부상한 김진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5년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것"이라며 유가족에게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지 말라고 했다. 정부는 이런 막말을 내세워 인양 단념 분위기를 전파하는 데 동조했다. 전경련을 매개로 '특정 세력'과 밀접한 금전적 거래 관계를 유지했으리라 추정되는 어버이연합 등은 세월호 진실을 요구하는 이들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집단'이 '어떻게 전화번호를 입수했는지는 모르지만' 대한민국 불특정 장년층 상당수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6억 원을 받고, 천안함 유공자 유가족은 3000만 원만 받았다"는 내용의 가짜 뉴스를 유포했다.

세월호의 아픔이 생생하던 2014년 10월 10일, 감사원은 세월호 참사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참사 당시 구조활동을 지휘한 김석균 전 해경청장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진도VTS센터장, 123정장, 목포해경서장 등 해경 관련자 4명의 해임도 요구했다. 소방방재청, 안전행정부, 해수부의 책임도 나열했다. 청와대 책임은 없었다.

그런데, 반전이 벌어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서야 진실이 밝혀졌다. 지난해 12월 30일, <한겨레>는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 업무일지를 근거로 이 감사 자료를 청와대가 발표 전 미리 받아봤고, 최종 감사 결과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작품이었다고 보도했다.

잔인하지만 시계를 더 돌려보자. 2014년 4월 16일. 박 전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방 안에 머물렀다. 출근도 하지 않았다. 그 긴박한 시간, 지휘를 책임져야 할 청와대는 "VIP 보고용 영상"이나 해경에 요구했다. 대통령은 눈물 연기로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해수부는 유가족은 물론, 취재진도 인양 작업에 접근하지 못하게끔 했다. 정부 차원에서 집요한 방해 공작이 내내 이어졌다는 말은 근거 없는 주장일까, 귀납적 추론일까. '정부에 버금가는 강력한 세력이' 거대한 여론 조작에 나섰다는 주장은 음모론일까, 합리적 추정일까.

그리고 박 전 대통령 탄핵 5시간 만에 정부는 세월호 인양을 결정했다. 3년을 기다린 세월호 시험인양은 공교롭게도 대통령이 탄핵되자마자 곧바로 성공했다. 곧바로 세월호 인양이 결정됐다. 세월호는 3년간 인양을 못한 게 맞을까, 안 한 게 맞을까.

2017년 3월 23일 오전 11시,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온다. 진실을 끌어올려야만 할 때다. 뒤늦은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때다.

▲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청와대 책임을 묻는 여론이 커지자, 2014년 5월 눈물정치로 위기를 돌파하려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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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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