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의 법정 고백 "靑에 좌파 지목…불이익 두려웠다"

법정 출석한 대기업들 "대통령 관심 사항이라...두려웠다"

최순실 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낸 CJ, LG유플러스 등 대기업 임원들이 법정에서 출연금 납부는 청와대의 지시였다고 일제히 증언했다. 청와대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기업에 미칠 불이익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는 취지다. 특히 CJ 측이 "좌파"로 지목당했고 보복이 "두려웠다"고 공개석상에서증언한 것은 처음이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조영석 CJ 부사장과 이혁주 LG유플러스 부사장이 이같이 진술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 측은 청와대 지시를 받아 2015년 10월 대기업 임원들을 불러 미르재단의 설립 취지와 일정을 설명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조 부사장은 당시 회의가 청와대의 지시를 그대로 전달하는 자리인 것 같았다며, 청와대의 요구를 거부했을 때 향후 불이익이 두려워 두 재단에 출연금을 냈다고 밝혔다.

조 부사장은 CJ의 경우 좌파 기업으로 지목돼 국세청 조사 등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요구를 거절하면 또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출연에 응했다고 밝혔다. 앞서 CJ가 영화 <변호인>, <광해> 등을 배급하며 정권의 눈 밖에 났다는 이야기가 문화계에 나돌았고, 박 대통령도 2014년 11월 손경식 CJ 회장과 만나 "CJ의 영화·방송이 좌파 성향을 보인다", "좌파 성향을 바꾼다면 나라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취지의 증언이 공개석상에서 나온 것은 처음이다.

영화 투자와 '정치 성향'이 별개라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무시한 막무가내식 '박근혜 정부 마녀사냥'이 도를 지나쳤던 것이다.

조 부사장은 이어 "재단 취지라든지 그런건 굉장히 부차적인 요소였고, 재단 설립 및 운영과 관련해 저희는 배제됐다"면서 "어떤 연락이라든지, 진행 상황 공유라든지 의견을 구하는 게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에 따르면 박찬호 전경련 전무 역시 "청와대가 왜 이런 일을 우리에게 시키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무는 청와대 경제수석실을 '하늘 같은 존재'에 비유한 바 있다. 조 부사장은 "하늘 같은 존재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기업에는 굉장히 영향력이 큰 지위"라며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밝혔다.

이혁주 LG유플러스 부사장 또한 미르재단 설립이 "VIP(대통령) 관심사항이었고 경제수석의 지시사항이었다"며 "거부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LG는 미르재단에 총 48억 원, K스포츠재단에 총 30억 원을 출연했다. 이 부사장은 당초 미르재단에 주기로 한 액수는 40억 원이었으나, 하루 만에 다시 8억 원을 증액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다른 기업들이 전부 출연하는 상황인데 저희만 출연하지 않은 상황에 여러가지 불편한 일들이 있을 수 있어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80억 가까운 돈을 출연했음에도 두 재단 임원진 구성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기본적으로 이 사안 자체가 BH(청와대)에서 시작되어서 나온 사안이라서 저희들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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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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