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교과서 최종본, 오류가 무려 653건

이승만 부정선거 책임 면제 논리 내세우고, 사회주의 세력 활동도 왜곡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공개된 지 사흘 만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만 총 653건의 오류가 발견됐다. 교육부가 중‧고교 교과서를 합쳐 760군데를 수정했다고 했음에도 여전히 '오류투성이'임이 밝혀짐에 따라 국정 교과서 부실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역사교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역사교육연대회의는 3일 보도자료를 내고 교육부가 지난 달 31일 발표한 국정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최종본의 오류 내역을 공개했다.

집계 결과, △부적절한 서술이 328건, △명백한 사실 오류가 195건, △편향 서술이 113건, △비문이 17건이었다.

ⓒ역사교육연대회의

우선,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서술을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가 조선시대 세금인 '대동세'에 대한 서술이다. 140쪽에 '농민도 대동세를 내기 위해서는 생산물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했다'고 기술돼 있다.

이에 대해 연대회의는 "농민들이 대동세를 내기 위해 생산물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했다는 말은 이해되지 않는 설명"이라며 "대동세는 시장이 발달하지 않는 농촌에서 토산현물을 구하기 어려운 농민들의 과세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토지세로 전환한 세금인 만큼, 위의 설명은 대동세를 잘 이해하지 못한 서술"이라고 밝혔다.

1785년 편찬된 '대전통편'에 관해서는 137쪽, "법령과 법전이 따로 나뉘어 이용이 불편하였으므로 이를 통합하여 '대전통편'을 간행했다"고 서술돼있다. 그러나 연대회의는 "'대전통편'은 법령과 법전을 통합한 것이 아니라 '속대전'을 보완한 법전"이라고 지적했다.

의도적으로 왜곡 혹은 미화, 생략 등을 한 편향 서술도 많았다.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 대해선 261쪽, "1960년 정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 대통령 후보 조병옥이 병사하자 이승만은 단독 후보로서 당선이 확실시되었다. 그러나 이승만 정부는 대통령 유고 시 승계권을 가진 부통령에 자유당 이기붕 후보를 당선시키고자 공권력을 동원하여 3.15 부정 선거를 자행하였다"고 기술돼있다.


연대회의는 이에 대해 "3.15 부정선거에서 이승만 책임을 면제시키고 이승만을 옹호하는 대표적 논리"라고 꼬집었다. "이승만은 조병옥 후보가 병사하기 전인 1959년 3월 최인규를 내무장관에 임명하고, 6월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지명토록 지시했고, 12월에 조기 선거 담화를 발표해 최인규가 3월 15일 선거를 발표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조 후보 사망을 대신하는 대통령 후보를 낼 수 없었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은 이 선거를 총지휘했고, 자유당 지시를 받으며 정부가 집행했다"고 했다.

연대회의는 3·15부정선거 계획이 조 후보 병사 훨씬 이전인 1959년 12월에 내무부·경찰이 진행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이승만은 1956년 선거에서의 치욕을 씻기 위해 국민이 절대적으로 자신을 지지한다는 득표를 원했고, 그것이 개표에서 89% (이기붕은 79%)로 발표됐다"고 주장했다.

국정교과서는 이승만이 단독후보여서 이승만 정부는 부통령을 당선시키려고 부정선거를 자행했다고 썼는데, 이승만은 본인의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부정 선거를 자행했다. 교묘하게 이승만의 책임을 희석시키는 기술이다.

121쪽,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에 대해선 "왕실로부터 양반 사대부, 여성, 심지어 노비에 이르기까지 훈민정음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훈민정음은 세계적으로 독창적이며 자주적인 문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서술돼있다.

연대회의는 양반 사대부들이 훈민정음을 널리 사용했다는 서술에 대해 "통설과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창적'이라는 평가에 대해선 "여러 가지 논쟁이 진행 중임을 감안할 때 미화에 가까운 일방적인 서술"이라며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역사를 보여주고 싶은 의도는 알겠지만 다소 지나친 점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일제 강점기 시기 사회주의 세력에 대해선 223쪽 "사회주의 세력은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 민족 유일당을 만들고자 하였다"는 서술이 나와있다.

연대회의는 "당시 중국 관내 사회주의 세력은 대체로 사회주의 혁명이 아니라 민족 해방 곧 독립을 근본 과제로 여기고 있었다. 민족 유일당 운동도 이러한 차원에서 벌어진 것"이라며 "그런데도 마치 사회주의 세력이 사회주의 혁명 곧 계급 해방만을 추구한 것처럼 서술한 것은 사실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편향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 사실 오류도 지적했다. 교과서 222쪽에는 일제강점기 학생 비밀결사조직 성진회에 대해 '성진회 등 광주 지역의 학생 운동 조직이 큰 역할을 하였다'고 기술돼있다. 그러나 연대회의는 "성진회는 1926년 조직되었다가 곧 자신 해산했다. 광주항일학생운동을 주도한 것은 성진회의 후계 조직인 독서회였는데도 이미 해산된 성진회를 언급한 것은 명백한 사실 오류"라고 했다.

▲국정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한국사> ⓒ교육부

"오류 다 공개 안 해...교육부의 빨간펜이 될 수 없다"


연대회의는 이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교육부는 최종본에서 760개 항목을 수정·보완했다고 하지만 반드시 수정해야 할 역사적 사건이나 사실은 수정 흉내만 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분석 결과를 모두를 공개할 수 없다. 국민 대부분이 반대하는 국정교과서를 포기하지 않는 교육부의 빨간 펜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교육부가 지금이라도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반대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국·검정 혼용 방안에 따라 교육부가 검정교과서 제작을 6개월 안에 완성토록 한 데 대해 "불량 교과서라는 판정을 받은 국정교과서와 닮은 부실한 검정교과서가 양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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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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