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출 전쟁' 앞두고 '종박(從朴)명단' 공개됐다

친박 vs. 비박, 당 차지 위해 물러설 수 없는 혈투 시작

전쟁이 시작됐다. 분수령은 오는 16일 원내대표 경선이다. 타이틀은 새누리당이다.

친박 진영과 비박 진영이 전투를 앞두고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그러나 양 진영 모두 어수선하다. 친박 진영의 규모는 생각보다 쪼그라들었고, 비박 진영은 목표와 리더십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생각보다 쪼그라든 친박 진영, 단결력은 고조

친박계 결사체로 불리는 '혁신과 통합 연합'은 13일 정식으로 출범했다. 이들이 밝힌 규모는 친박계 의원 62명인데, 특이하게도 7명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55명만 실명을 밝힌 상황이라, 이 모임이 생각보다 적은 규모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55명 중에도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인원은 35명에 불과하다. 완전한 모습을 갖추기도 전에 출범식부터 치른 꼴이다.

55명이라는 숫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무기명으로 반대표를 던졌던 56명과 비슷한 숫자다. 따라서 이 명단이 탄핵 반대 명단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유승민, 김무성 등 '배신자'들을 당에서 축출하고 '친박 당'의 면모를 지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들이 13일 발표한 결의문 세 번째 항에는 "우리 '혁신과 통합 보수 연합'은 위기 앞에 국민과 당을 분열시키는 배신의 정치, 분열의 행태를 타파하고, 새누리당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국민과 당원이 주인되는 재창당 수준의 완전히 새로운 보수정당을 만드는 것에 매진하며, 어떠한 희생도 감수할 것"이라고 돼 있다.

'배신의 정치'라는 익숙한 용어를 사용했다. 아직 이들은 '의리 정치', '충성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들은 대선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개헌'을 목표로 설정했고, "좌파 세력"에 대항해 "보수세력을 통한 정권 재창출"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다음은 출범식에 참석한 명단, 그리고 출범식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합류에 동의했다는 의사를 표명한 명단이다.

출범식 참여 명단

서청원 조원진 최연혜 홍문종 원유철 이장우 박맹우 강효상 김성원 곽상도 이우현 조훈현 이채익 유기준 민경욱 정우택 김진태 이완영 박덕흠 김명연 윤상현 최교일 윤상직 강석진 김기선 김순례 백승주 박완수 박대출 이양수 이헌승 윤재옥 최경환 엄용수 이만희 의원 등 35명

출범식 불참이나, 합류 의사가 있는 명단

김태흠 홍철호 윤영석 김석기 정종섭 김정재 장석춘 추경호 유민봉 이종명 권석창 성일종 정갑윤 함진규 배덕광 문진국 임이자 김선동 이은권 박찬우 의원 등 20명

나머지 7명은 공개하지 않음
이들은 오는 16일 원내대표 선거에서부터 실력 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친박 진영이 조직적으로 내세운 후보가 패한다면 역으로 비박 진영의 '축출 대상'이 되고 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한다면 친박 진영의 선택은 이날 '친박 일색'으로 채운 당 윤리위를 통한 비박 대표 주자(유승민, 김무성) 등에 대한 징계 작업일 것이다. 이정현 대표가 당무를 놓고 물러나지 않는 이유 역시, 새누리당을 비박 진영에 넘긴 후 떨어져 나와, 허허벌판에 당의 깃발을 세워야 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이미 심적으로 새누리당은 분당 상태다.

어수선한 비박 진영김무성은 '탈당'까지 감수

비박 진영은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그러나 리더십이 제대로 서 있지 않은데다, 중간 지대 의원들을 어떻게 흡수해낼지 등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친박계가 당을 떠나야 한다", 즉 당을 넘겨줄 수 없다는 데 목표를 두고 움직이고 있다. 비상시국회의는 탄핵안 가결 전인 지난 4일 모임을 기준으로 약 29명의 의원들이 함께 하고 있다. 이 모임에 한번 이상 참석한 인사들은 9명가량이다. 이들은 비상시국회의에 동조하는 인사들로 분류한다면, 조직화된 비박 진영 의원 수는 거칠게 38명 정도다.

13일 비상시국회의는 '발전적 해체'를 선언했다. 대변인격인 황영철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오늘로써 (비상시국회의를) 해체하고 발전적으로 외연 확대를 포함한 새로운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목표는 조직화된 비박 진영의 규모를 늘리는 일이다. 황 의원은 "지난 탄핵 표결의 결과 비상시국회의 구성원을 넘어서는 많은 의원님들이 저희들의 뜻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새누리당 내에서 탄핵에 찬성한 인사들은 234명에서 야당 성향 및 무소속 172명을 제외한 숫자인 62명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황 의원은 "저희는 끝까지 (당내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 친박 진영에 새누리당을 넘기고 나갈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유승민 의원이 이같은 생각에 동의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진다.

다만 김무성 의원은 '반박'이긴 하지만 결이 조금 다르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지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단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무책임한 좌파에 이 나라를 맡길 수 없지만, 친박들이 장악한 지금 새누리당으로는 어떤 변신을 해도 국민이 진정성을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좌파의 집권을 막을 수 없다"면서 "이제 가짜 보수를 걷어내고 신보수와 중도가 손을 잡고 좌파 집권을 막고 국가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비박 진영은 1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조직력을 보여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비상시국회의파'와 '김무성파'의 인식과 전술이 다소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동의 목표를 통해 친박 진영에 대항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어수선한 상황이다. .

만약 친박 진영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하면 본격적으로 분당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의원 등이 원내대표 경선 결과를 지켜본 후 집단 탈당을 감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유승민 의원 등 다른 비박 그룹과 '장외'에서 만나는 모습도 그려볼 수 있다. 현재 친박 진영에서는 정우택, 비박 진영에서는 나경원, 주호영 의원 등이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비박 진영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친박계는 이정현 대표가 잡고 있는 당무를 무기로, 비박 진영을 집요하게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것은 새누리당 분당이 피할 수 없는 결과라는 점이다. '배신의 정치'를 말하는 친박 진영과 '최순실 세력 축출'을 요구하는 비박 진영의 세 대결은 가시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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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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