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국방부는 오히려 사드 배치 속도를 앞당기겠다고 밝혀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가 "경북 성주 골프장은 전기와 수도, 진입로 등 기반 시설이 다 갖춰져 있고 새로 건설이 필요한 시설도 많지 않아 시설 건설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 이라며 내년 5월 이전에 사드 배치를 완료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이다.
국방부는 7월 8일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하면서 목표 시한으로 '내년 연말'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에도 뚜렷한 근거도 없이 '내년 연말'이라고 발표해 2017년 12월로 예정된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그런데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대선 일정이 크게 앞당겨질 공산이 커졌다. 국방부가 내년 5월로 목표 시한을 변경한 것도 이러한 정치 일정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가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사드 배치에 더더욱 매달릴 가능성도 있다. 괴멸 상태에 빠진 보수 진영이 사드를 고리로 삼아 탄핵 정국을 이념 정국으로 변질시키고 보수층의 재결집을 시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황교안 권한대행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운운하면서 가장 먼저 안보 이슈를 챙기고 있다. <조선일보> 등 보수 매체는 사드 문제와 관련해 야권은 한중 관계에, 여당은 한미 동맹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는 아전인수식 보도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사드는 강대국 사이의 문제만도, 이념적인 문제로 호도할 수 있는 성격의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대한민국의 이익이고 이를 타국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상호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풀어갈 수 있느냐이다.
그런데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은 일관되고도 강력하게 반대해오고 있다. 한국에 대한 각종 보복 보치도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의 경제적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대응이 사드 배치 추진 수위에 따라 점차 올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사드 배치가 실제로 강행되면 한국에 대한 보복 수위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치달을 것이다.
여기에는 외교적, 경제적 보복뿐만 아니라 유사시 군사적 대응까지 포함될 수 있다. 한국의 국익이 중국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국익적 관점에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사드 배치 강행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고 중국의 대응이 한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최악의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사드 배치를 전면 재검토하더라도 한미 동맹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한국 내 사드 배치가 미국의 '핵심 이익'에 해당되는 것도 아니고, 미국 여론에도 큰 관심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드 배치로 인해 초래될 중러 간의 결속과 군비 경쟁의 격화는 미국의 전체 이익에 관점에서도 해롭다. 또한 사드 배치를 재논의할 수 있는 상대는 오바마 행정부가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이다.
기실 사드 논란은 전화위복의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다. 우선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이 재검토되면 북핵 문제 진전을 이루려고 전례 없는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진전이 없으면 또다시 사드 배치론이 힘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문제를 최우선 순위 가운데 하나로 다룰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이 북핵 해결에 대한 의지를 다질수록 문제 해결을 향한 기회의 공간도 넓어지게 된다.
때마침 한국에서도 조만간 새로운 정치 리더십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북핵 협상의 '잃어버린 9년'을 딛고 새로운 출발을 도모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한 대전제는 사드 문제를 한국의 새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에게 넘기는 것이다. 이게 국민과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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