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호텔에 수천만원 지출한 윤석열 8.15 독트린, 이재명 정부가 공식 폐기

"8.15 독트린의 반북 흡수통일, 자유 북진론 폐기…평화 공존 대북 기조 분명히"

이재명 정부가 사실상의 흡수통일을 상정한 윤석열 정부의 '8.15 독트린'을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18일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한반도 새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한 대북정책 방향을 천명했다"며 "특히, 핵심 대북 메시지로 북측의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일체의 적대행위 불추진의 세 가지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지난 윤석열정부 8.15 통일 독트린의 반북 흡수통일, 자유의 북진론을 폐기하고 평화 공존의 대북정책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한반도의 실질적 긴장 완화와 남북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5일 이재명 대통령은 광복 80주년 경축사에서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밝힌 8.15 독트린과는 상반되는 대목이다. 윤 전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분단 체제가 지속되는 한 우리의 광복은 미완성"이라며 "자유가 박탈된 동토의 왕국, 빈곤과 기아로 고통받는 북녘 땅으로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확장돼야 한다"며 사실상 흡수통일을 주장했다.

당시 그는 △우리 국민이 자유 통일을 추진할 수 있는 가치관과 역량을 더욱 확고히 가져야 하고 △북한 주민들이 자유 통일을 간절히 원하도록 변화를 만들어 내야하며 △국제사회와 연대해야 한다는 등의 세 가지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8.15 독트린은 그간 정부들이 공식 입장이라고 발표해 왔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명확히 수용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독트린 발표 다음날인 16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관련 브리핑에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첫 단계인 남북 상호 체제 인정 및 존중도 8.15 독트린에 포함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통일담론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전문가들 의견을 수렴한다면서 김영호 장관이 주재하는 간담회를 수십차례 가졌는데, 주로 단가가 높은 호텔 및 식당들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8월 1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새 통일담론 의견조회를 위해 사용한 비용 일체' 및 김영호 장관이 참석한 통일담론 의견수렴 관련 행사‧간담회 현황에 따르면 김 장관은 그해 3월 13일부터 7월 12일까지 '수요포럼', '통일이 있는 저녁' 및 외교안보분야의 원로 인사들을 대상으로 식사를 겸해 총 36차례 간담회를 가졌는데, 이 중 서울에서 열린 간담회 31차례에 약 5000만 원을 지출했다.

간담회 한 번에 평균 15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출한 셈인데, 간담회 참석자는 대체로 10명 정도의 규모로 이뤄졌다. 6월 20일 제12차 통일이 있는 저녁에서 청년‧신진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 참석자가 김 장관을 포함해 10명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5~7명의 인원이었다.

간담회 장소는 롯데호텔 서울 3회, 코리아나호텔 12회, 서울 중구에 위치한 컨퍼런스 하우스 달개비 14회 등 고가의 식사를 판매하는 곳이 주를 이뤘다. 간담회 지출 비용은 매번 달랐으나 코리아나 호텔 및 롯데호텔 서울 등에서 적게는 140여 만 원, 최대 300만 원 이상을 지출하기도 했다. 달개비에서는 적게는 60만원에서 많게는 230만 원 정도가 소요됐다.

서울에서 진행했던 간담회 중 가장 큰 비용을 지출한 행사는 지난 4월 15일 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과 점심 모임이었다. 통일부는 롯데호텔 서울에서 실시한 이 간담회에 314만 원을 사용했다.

이밖에도 4월 3일 제4차 수요포럼 6명 참석에 238만 원, 4월 12일 제5차 수요포럼 6명 참석에 228만 원, 4월 17일 제6차 수요포럼 6명 참석에 228만 원, 4월 24일 제7차 수요포럼 6명 참석에 228만 원, 5월 1일 제8차 수요포럼 5명 참석에 207만 2000원, 5월 8일 제9차 수요포럼 5명 참석에 148만 원 등 적게는 1인당 30만 원에서 많게는 약 40만 원까지 비용이 지출됐다.

▲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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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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