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이 대만 유사시에 우리가 개입해야 되냐는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부 및 국방부 장관도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뜻을 확실하게 밝힌 것과는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대만 유사시에 우리가 개입해야 하냐는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의 질문에 "가정적 상황이지만,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현상 유지를 급격하게 바꾸려고 하는 시도는 그 어느 나라도 해서는 안 된다"며 김 의원의 질문에 직접적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유사시가 되면 우리가 개입해야 하느냐고 김 의원이 재차 질문하자 "그 유사시라는 것이 어떻게 시작"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 "대만 유사시 상황이라는 것이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라고 말해 마치 유사 상황의 종류에 따라 개입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대만 해협을 둘러싸고 중국과 대만 사이에 어떤 전쟁이 벌어졌다 했을 때 주한미군의 병력이나 장비가 전투에 투입되는 것에 대해서 동의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한미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냐고 묻자 조현 장관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대만과 중국 간 전쟁에 대한민국은 주한미군의 장비나 인력 등 주한미군이 거기에 투입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답변을 좀 더 소상하게 드리지 못했다"며 명확하게 답을 하지 않았고, 김 의원은 "제가 들어도 납득이 잘 안된다. 주한미군이 대만 해협의 분쟁에 개입 돼서는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동맹 현대화 그러면서 거기에(대만해협 분쟁에) 주한미군이 개입하게 되는 형태가 된다면 절대로 안 되는 것이어서 이거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의 대상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추진하겠나"라고 묻자 조 장관은 "그렇게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 장관의 이날 발언은 여야를 막론하고 폭넓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한국 및 주한미군의 '대만해협 분쟁 불개입'과는 다른 입장을 보인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는 보수적인 색채를 띄고 있었던 윤석열 정부에서도 명확히 선을 그어왔던 사안이다.
지난해 1월 22일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은 <코리아헤럴드>와 인터뷰에서 "대만을 둘러싼 충돌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한미군을 빼간다는 전제를 한 질문은 적절치 못하다. 우리가 이런 질문을 하면 미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우리의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질문이다. 주한미군도 그런 얘기를 전혀 하지 않고 있고, 지나친 가정이다. 단호히 '노(No)'를 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태열 당시 외교부 장관 역시 지난해 7월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이 대만 유사시 한국과 일본의 개입을 기정사실화하는 담론이 있다는 김준형 의원의 질문에 "일부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그렇게 담론이 형성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조 장관은 대만 유사시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주한미군은 한반도 문제에 집중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며 대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조현 장관의 이날 발언은 향후 미국과 주한미군 관련한 협의를 할 때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중국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인 한국 입장에서는 대만과 중국 간 분쟁에 개입하는 것이 국익 차원에서 적절하지 않지만,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대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앞서 8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주한미군 기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늘 그렇듯 각 정부는 자국의 이익에 맞게 결정을 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대만을 지원할 것이기에 한국도 함께해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라 결론지어진 것처럼 고려할 필요가 없다"며 주한미군 및 한국군의 유사시 대만 투입에 선을 그었으나 가능성을 아예 닫아두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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