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세브란스 병원, 의무 기록 조작했다"

의료사고 사망 유가족들 "의무기록 조작 대비책 필요"

"오늘은 울지 않으려 했는데...."

얼마나 울어야 눈물이 마를까. 마이크를 쥔 예강이 엄마 최윤주(40) 씨는 아무런 말을 못하고 한참을 오열했다. 최 씨의 딸 예강 양은 지난 2014년 1월 코피가 멈추지 않아 대형병원을 찾았으나 도착 7시간 만에 숨져 의료사고 논란이 일었다. 예강 양의 나이는 당시 열 살에 불과했다.

사회적으로 변화도 있었다. 예강 양의 죽음을 계기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이 만들어져 올해 5월 통과됐다. 이 법은 의료사고로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는 의료인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분쟁 조정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2014년 10월 가수 신해철 씨가 사망한 뒤 신 씨 유족이 법 개정 운동에 참여해 '신해철법'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사고 진상규명이 환자에게는 매우 불리한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병원에서 사인 규명에 중요한 증거자료가 되는 의무기록지를 조작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30일 예강 양 유가족을 비롯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원들은 신촌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앞에서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이 의무기록지를 임의로 수정, 변경하는 조작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국회 차원의 입법조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은 예강 양의 생일이기도 하다.

ⓒ프레시안(허환주)

예강 양 어머니 "위조된 의무기록지로는 진실 못 밝혀"

예강 양 유가족은 사건 당일 병원 응급실 CCTV 영상을 모두 분석한 결과, 의료기록지 조작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예강 양은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서 사망했다.

이들에 따르면 예강 양은 2014년 1월 23일 오전 10시께, 병원 응급실을 찾을 때만 해도 맥박수가 분당 137회로 응급상황이었으나 병원 측은 의무기록지에는 이를 80회로 줄여, 정상상태인 것으로 기재했다.

또한 병원 도착 즉시 긴급 수혈 등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수혈은 응급실에 도착한 지 약 4시간 후인 오후 1시 55분이 되어서 이뤄졌다. 하지만 의무기록지에는 이날 낮 12시 11분 수혈을 한 것처럼 기재했다.

예강 양 어머니 최윤주 씨는 병원 측이 처음부터 맥박 수치를 잘못 기재하고 수혈이 늦은 것이 예강 양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데 영향을 줬다고 주장한다. 이후 상태가 나빠지자 레지던트들이 허리뼈 사이에 긴 바늘을 넣어 뽑은 척수액으로 신경계통 질환을 진단하는 요추천자 시술을 5차례 무리하게 시도하면서 저혈량 쇼크가 와서 예강 양이 숨졌다고 판단한다.

최윤주 씨는 "현재 이 건 관련해서 민사 소송 중"이라면서 "하지만 병원이 의료사고를 숨기기 위해서 의무기록지가 위조된 상황에서는 어떠한 진실도 쉽게 밝혀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사고 피해 유가족 "의무기록 조작 대비책이 필요하다"

의료사고 피해 유가족들은 "진료기록부는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인의 과실 및 의료사고로 인한 환자의 상해, 사망 등 피해와 의료행위 간에 인과관계를 입증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며 "의료법 제22조 제3항 및 제23조 제3항에서 '의료인은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 기재 또는 수정해서는 안 되며,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탐지하거나 누출, 변조 또는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진료기록부 등과 전자의무기록은 의료인이 사후에 수정한 경우, 어떤 내용이 수정되었는지 환자 등이 알 수 있어야 하고 환자 등이 이를 열람하거나 복사를 요청할 경우, 수정 전후 기록을 모두 열람, 복사해 주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의료기관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수정 후 기록만 공개하고 수정 전 기록은 열람할 수 없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의료인이 전자의무기록을 수정 또는 변경하기 위해 접속을 하더라도 이러한 접속기록 자료나 변경내용을 별도로 작성하거나 보관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기에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임의로 전자의무기록에 접속해 수정 또는 변경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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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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