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최순실 부역자' 사퇴 먼저…특검 논의 중단"

새누리 '상설특검' 주장에 발끈…국민의당 "우리가 뭐랬나"

정국을 뒤덮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을 놓고 여야가 충돌한 끝에, 결국 야당이 특검 논의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새누리당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상설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반발하면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벌이고 있는 모든 협상을 다시 생각해 보겠다"며 "새누리당의 대국민 석고대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최순실 부역자'의 전원 사퇴 등 3대 선결 조건이 먼저 이뤄져야 협상을 생각해보겠다"고 선언했다.

추 대표는 "문제 핵심 인사들이 여전히 큰소리를 치며 국정을 쥐고 있다"며 "국정의 맥을 틀어쥐고 있는 우병우 수석이 책임감 운운하며 청와대 비서진의 사퇴를 가로막고, 허수아비 총리가 장관들을 모아 국정 정상화 간담회를 하고, 최순실 사태의 공동 책임자인 새누리당이 한 마디 사과조차 없이 여야 협상 자리에 나와 조사에 협력해야 할 대통령에게 특검을 임명하(게 하)라는 코미디 같은 협상을 보고 국민이 다시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3대 선결 조건'을 요구하며 "이렇게 해서 청와대와 정부·집권당이 먼저 사죄하는 마음으로 국민의 상처를 이해하고 국정 위기를 수습하겠다는 자세를 보인다면 적극적으로 새누리당과 마주해 정국 정상화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 간담회를 열고 "당분간은 (여야 간) 협상을 중단하고,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태도를 볼 것"이라며 "우리 당의 문제 인식은, 이 사람들이 변명하고 안 물러나고, 사과는 없고 특검은 형식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 경고하는 것이다. '너희들 안 된다. 우리가 탄핵·하야를 요청하지는 않지만 어떻게 이런 식으로 나오느냐'고 강하게 항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당론이 바뀐 것은 아니다. 특검 포기는 아니고, 특검을 하는데 지금 같은 집권세력의 태도는 규탄하는 것"이라며 "일단 협상을 중단하고 저쪽 태도 변화를 지켜보겠다. 주말을 경과하면서 청와대 개편 등을 어떻게 하는지 보자"고 덧붙였다. 그는 "웃기지 않느냐, '셀프 특검'이라는 게?"라며 "여당이 추천한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해 하는 게 말이 되느냐. 그게 무슨 특검이냐? 우리가 하자는 건 그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다만 정의당이 하야를 공식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주말에도 촛불집회가 예정된 것 등에 대해서는 "그런 민심이 들끓는 것은 심정적으로 이해하지만,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혼란이 온다.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를 해야 하고, 경제가 어려운 데 그래서 경제 위기가 오면 서민들에게 피해가 간다"며 "저희 당은 국민의 분노를 담으면서도 국가가 더 큰 혼란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정의당처럼 탄핵·하야 (요구) 움직임에 같이 갈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새누리당은 현행 상설특검법을 활용해 특검을 임명하자고 주장해 왔던 반면, 민주당은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을 할 경우 대통령이 최종 인선을 결정하게 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반대해 왔다. 다만 새누리당에서도 친박계 지도부 외에 비주류에서는 상설특검이 아닌 별도 특별법에 의한 특검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에서 적극적으로 특검을 하자고 결정했던 것은 특검이든 무슨 수단이든 현행법상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서 이 사태를 빨리 정리하자는 의미"라며 "그렇다면 상설특검보다 특별법을 제정해서 하는 것도 맞다고 본다"고 소신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정 의원은 "중요한 것은 국민이 어떻게 바라보느냐"라며 "실질적으로 이게 대통령이 중심에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국민이 (상설특검을) 정상적으로 바라볼까 하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되고, 그렇다고 한다면 특별법을 만들어서 여야 합의에 의해 검사(인선)까지도 국회에서 지정을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처음부터 사실상 '특검 무용론'을 주장해 온 국민의당은 민주당의 특검 협상 중단 선언을 반기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 간담회를 열어 "제가 뭐라고 했느냐"며 "만시지탄이지만 잘 결정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특검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선(先)수사. 후(後) 특검'"이라면서도, 박 대통령은 현직이라 형사 소추가 불가능하고, 최순실 씨는 독일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현실적으로 (특검에 의한 진상 규명이) 가능하겠느냐"고 재차 회의론을 폈다.

박 비대위원장은 "아직도 대통령의 통렬한 반성이 없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아직도 민심을 파악하지 못하는 태도는 참으로 나쁘다"며 "우리는 박 대통령이 눈물어린, 통렬한 반성의 대국민 사과를 하고, '대통령인 나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잘못이 있으면 임기가 끝나고 책임지겠다' 이렇게 하면서 당적을 정리하고 중립 거국 내각을 빨리 구성할 때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 역시 '탄핵·하야' 여론에 대해서는 "요즘 이런 요구가 지식인, 종교, 시민단체, 학생 등에 엄청나게 번지고 있다"면서도 "아직 정치권에서 거기까지 나서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박 위원장은 한편 전날 자신이 '박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로 재벌 회장들을 불러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을 직접 독려했다'고 주장한 것을 청와대가 즉각 부인하고 나선 데 대해 "부인할 것을 알고 얘기했다"며 "제가 일부러 시일은 말하지 않고, 장소는 틀리게 말했다"고 했다. 그는 장소를 틀리게 말한 이유에 대해 "대통령이 그 장소에서 그 분(박 위원장에게 제보를 한 재벌 회장)만 만났다고 하면 그 분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며 "기자들도 취재원 보호해 줘야 하지 않느냐? (나도 마찬가지다)"라고 재반박했다. (☞관련 기사 : 박지원 "박근혜, 재벌에 미르·K 모금 직접 독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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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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