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라지 "유족 협의 없는 부검, 법정서 인정 못 받아"

서울지법원장 "부검 영장 제한 사항 못 지키면 집행 불가"

고(故) 백남기 씨에 대한 법원의 '조건부 부검 영장' 발부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이 해당 영장에 기재된 제한 내용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강 법원장은 5일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부검 영장에 붙어있는 조건은 압수 절차와 방법에 대한 것으로 일부 기각의 취지로 한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특정한 제한이 들어있기에 그 범위를 벗어나는 영장 집행에 대해서는 기각이라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압수수색 절차 제한은 의무 규정이냐는 거듭된 질의에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의무규정을 지키지 못한 영장 집행은 위법한 게 아니냐"라는 질문에도 "일단 제한에는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씨의 맏딸 도라지 씨는 "가족들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경찰이 그냥 감행해서 부검을 진행한다면, 법정에 가서 증거로 인정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라지 씨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 기자회견에 참석해 강 법원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부검에 대한 어떤 협의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며, 아마 (경찰이) 부검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장에 대해 여러 해석이 있었는데, 중앙지법에서 영장에 대해 해석을 했으니 어떤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5일 외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백민주화(왼쪽에서 두 번째), 백도라지 씨. ⓒ프레시안(서어리)

"가해자가 피해자 부검 요구하는 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외신 기자들은 백 씨 유족에게 부검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도라지 씨는 "(부검을) 의뢰하는 주체가 경찰인데, 경찰은 이 사건에서 가해자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부검을 요구하는 이것 자체부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했다.

백 씨 사건 변론을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이정일 변호사는 "처벌받을 자가 수사를 한다고 하면 그 수사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리라고 의심하는 게 합리적인 의심"이라며 "과거에도 국가권력으로부터 명백하게 폭행이나 고문 등 원인에 의한 사망으로 볼 수 있는데 진상규명을 위해 부검을 한 결과 오히려 외상보단 기저질환으로 인한 사망으로 밝혀진 사례도 많았다"고 했다.

백 씨 유족은 백 씨 사인을 놓고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와 서울대학교 측이 엇갈린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해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백 교수가 "가족이 체외투석치료를 반대해 최선의 치료가 이뤄지지 못해 백 씨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말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도라지 씨와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둘째 딸 민주화 씨는 "가족 입장에서는 궤변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가족에게는 (연명 치료) 동의 여부만 받기 때문에 본인이 결정한 바를 가족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과연 의료인의 올바른 자세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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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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