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박원순 vs 박근혜' 갈등으로…왜?

정부, 서울시의 성과연봉제 합의 강력 비판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갈등이 노사를 넘어 서울시와 중앙정부 간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29일 전격 합의한 서울시와 서울시 투자기관 간 성과연봉제 관련, 중앙정부가 강한 비판에 나섰다.

행정자치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는 합동으로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명확한 (성과연봉제) 도입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이번 합의에 대해 정부는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전날인 29일 서울시는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를 비롯한 서울시 산하 5개 공사와 성과연봉제 등 핵심쟁점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성과연봉제 도입, 노사합의로 결정하기로
합의안에는 핵심쟁점이었던 성과연봉제의 도입 여부에 대해 △ 노사합의로 결정하고 △ 저성과자 퇴출제 등 성과와 고용을 연계하는 제도는 시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 지방공기업의 자율경영 및 중앙정부 공공기관과의 처우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에도 노사가 합의했다.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노동조합들은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면서 지난 27일부터 공동파업을 진행해왔다. 이날 합의로 지하철 노조는 파업을 해제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중앙정부 입장으로서는 서울시의 이번 합의가 마뜩잖은 모양새다. 중앙정부는 올해 1월부터 간부급 직원에게만 적용하던 성과연봉제를 최하위 직급을 제외한 전체 직원으로 확대키로 하고, 각 공공기관에 이를 권고했다.

성과연봉제 도입 기관에는 경영평가 인센티브와 성과급을 주겠다고 독려한 결과, 정부 권고안이 발표된 지 5개월 만인 6월 전체 120개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완료했다.

또한, 성과연봉제 도입 대상인 지방공사·공단 143개 사는 서울시 산하 5개 사와 대전 1개 사를 제외한 137개 사가 도입을 마쳤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번 합의로 중앙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드라이브에 강한 제동을 건 셈이다.

ⓒ공공운수노조

정부 "성과중심 문화 확산에 예외는 안돼"

행정자치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119개 국가공공기관과 143개 지방공기업 중 유일하게 서울시 산하 5개 공기업(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 등)만 성과연봉제를 미도입한 상황"이라며 "이번 합의에서 서울시의 명확한 도입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점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중앙정부는 "성과연봉제는 보수체계 개편을 통해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모든 공공기관이 연내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서울시를 압박했다.

중앙정부는 "그럼에도 성과연봉제 도입방식을 노사합의만으로 한정한 결과, 노조의 대화 거부 시 성과연봉제 도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성과중심 문화 확산에 있어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만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성과연봉제 도입의지를 분명해 할 것으로 촉구했다.

서울시에 페널티 부여도 언급했다. 중앙정부는 "연대 (성과급제) 미도입 기관은 총인건비 동결 및 경영평가 감점 등 페널티를 지속해서 부여하고, 조기에 도입한 기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행자부에 따르면 성과연봉제를 9월 말까지 도입하지 않으면 2017년 총인건비 인상률은 현재의 75%만 인상된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 비율은 10월 말 50%, 11월 말 25%, 12월 말 0% 등으로 차등 적용, 연내 도입하지 않으면 내년 인건비는 동결된다.

아울러 연내 미도입 기관은 내년 경영평가에 3점 감점돼 조기 도입한 기관과 점수 차가 벌어져 경영평가 등급이 1∼2등급 낮아짐에 따라 평가성과급이 대폭 줄어든다.

노조 "정부가 법 어기라고 주문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곧바로 논평을 내고 정부의 논평을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는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노사합의로 결정한다'는 서울시 집단교섭 합의안 내용을 두고 문제제기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며 "노조가 거부할 경우 '성과연봉제 도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이라는 정부 해석은 정확하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성과연봉제 도입과 같은 임금체계 변경, 특히 제로섬 방식으로 '더 받는 사람이 있으면 덜 받는 사람이 생기는' 구조는 노동자에게 불리한 변경이므로 반드시 노사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게 법과 판례의 분명한 원칙"이라며 "하지만 정부는 노사 합의없이 성과연봉제를 강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도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어떤 경우에도 충분한 논의와 합의 없는 일방적인 정책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했다.

서울시는 "노동의 질이 대시민 서비스 질로 이어지는 공공기관의 경우, 노사의 원만한 합의를 통한 정책결정이 더욱 중요하다"며 "성과연봉제 도입 역시 소통을 통한 노사 간 합의가 제 1의 원칙"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금번 노사 간 합의사항이 이러한 점에서 큰 의미를 담고 있다"며 "노사 합의의 정신을 존중하면서 앞으로 이어질 기관별 개별교섭을 통해 합일점을 찾아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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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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