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4대강 새만금, 도박+신공항?

[프레시안 뷰] 토건에는 여·야 없다?

소위 민주 정부가 저지른 실책 중에 하나가 바로 새만금 사업을 계속한 것입니다. 새만금 사업의 시작은 노태우 정권부터이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사업을 계속 추진하면서 결국 바다를 막았습니다. 당초에 농업 용지를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되었지만, 그 명분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주먹구구 식으로 개발 계획은 바뀌어 왔고, 이제는 개발 계획 상으로 농업용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불과하고, 그 외 용도로 쓰겠다는 땅이 70%에 달합니다.


이렇게 바다를 막고 매립을 하는데 쓴 국가 예산은 6조7000억 원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전체 매립 예정부지의 20% 남짓만 매립을 했을 뿐입니다. 이런 식으로 사업을 계속하면 얼마나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가야 할지 모를 상황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새만금 방조제를 쌓아 그 안에 담수호로 만든 새만금호의 수질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지금 녹조로 뒤덮힌 4대강을 보면 한숨과 분노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인데, 새만금 사업은 4대강 사업의 바다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전북녹색연합이 검사해 본 결과, 새만금호의 수질은 최하등급인 6급수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대체로 4급~6급수 정도인 것으로 나옵니다. 생활용수나 농업용수로 쓸 수 없는 수준입니다.


정부는 새만금호의 수질을 개선하겠다면서 그동안 3조 원의 예산을 별도로 써 왔습니다. 그래서 2020년까지 중, 상류(농업용지) 4급수, 하류(도시용지) 3급수를 달성하겠다는 수질 목표를 제시하였지만,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새만금 사업은 완전히 실패하고 있습니다.


또한 땅은 매립을 했지만, 투자도 안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사업의 실패를 인정하고, 이미 들어간 예산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만 하면 전북 경제가 좋아진다고 떠들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새만금호의 수질 문제를 해결하는 현실적인 방안은 해수 유통뿐입니다. 이미 시화호가 해수 유통을 통해 수질 악화 문제를 푼 경험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득권 정당들은 이런 방안을 책임있게 논의하기는커녕, 또 다른 허황된 얘기로 시민들을 기만하려 하고 있습니다.

바로 내국인 카지노와 신공항을 새만금에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를 꺼내든 것은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많은 국민의당 의원들이 같이 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까지 동조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8월 17일 내국인 카지노 허용을 핵심으로 하는 '새만금 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관광사업에 3조 원 이상을 투자하려는 사업자는 허가를 받아서 내국인 카지노를 개설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미 외국의 카지노 자본이 투자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개정안에 서명한 명단을 보면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외에 최경환, 윤상현, 정운천 등 새누리당 의원 8명도 참여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도박과 토건 개발에는 연대하는 모양새입니다.

당장 강원랜드가 운영되고 있는 정선 등 강원도 지역에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내국인 카지노는 폐광 지역에 대한 지원 명목으로 강원도 정선에 세워진 강원랜드가 유일합니다. 그런데 새만금에 내국인카지노를 설치하겠다고 하니, 강원지역의 여론은 "새만금 카지노 반대"로 뜨겁습니다. 전북과 강원도를 카지노 문제로 갈라놓는 전형적인 뺄셈 정치가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카지노는 전북 지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 카지노는 여러 도박 산업 중에서도 중독성이 강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외국인만이 아니라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카지노는 결국 대한민국 시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것입니다. 만약 외국 카지노 자본이 내국인 카지노를 개설한다면, 결국 이익은 외국 자본이 가져가고 도박중독자만 양산될 것입니다.

또한 새만금 신공항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영남권 신공항이 타당성이 없어서 백지화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신공항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움직임에는 더불어민주당 당권에 도전하는 추미애 의원도 들어가 있습니다. 새누리당 정운천 의원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토건 개발에는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

전북 지역의 일부 언론들과 정치인들은 벌써부터 새만금 신공항이 들어설 것처럼 기대 심리를 부풀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안 국제공항 등이 적자인 상황에서 새만금 국제공항이 타당성이 있기는 어렵습니다.

한심한 것은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입니다. '호남 새누리당'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토건개발 사업에 편승하고 있습니다. 일부 의원들의 일탈이라면, 당 차원에서 당론을 정리해야 할텐데 그런 역할도 못하고 있습니다.


녹조가 넘쳐나는 이때에 4대강 사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예산 낭비·환경 파괴를 낳는 토건 사업의 악순환을 끊겠다고 선언해도 모자랄 판입니다. 그런데 엉뚱한 일들만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새만금은 지금 카지노, 신공항을 얘기할 때가 아닙니다. 이미 실패로 드러난 사업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산적한 문제를 풀 것인지를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개선되지 않는 수질 개선 사업에 국가 예산을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해수 유통을 통해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무조건 사업을 강행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현실적인 사업 규모에 대해 재논의해야 합니다. 지역에도 도움이 안 되고 국가적으로도 타당성이 없는 내국인 카지노, 신공항같은 얘기들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지역 갈등만 낳을 뿐, 전혀 해법이 안 되는 얘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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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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