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졸속 강행, 뒷감당은 누가?

[주간 프레시안 뷰] 4대강 사업 닮아가는 평창동계올림픽

12일,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 문제를 논의하는 두 개의 자리가 있었습니다.

우선 국회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 특별위원회'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에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평창올림픽 분산개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투자가 상당부분 이뤄졌기 때문에 분산개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같은 시간에 체육단체, 시민·환경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분산개최는 가능하며, 정치적 의사결정의 문제'임을 주장했습니다. 실무적으로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는 논의는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국제스포츠 행사가 논란이 될 때마다 정치적 의사결정이 있었습니다. 반납을 한 사례들도 많습니다. 1970년 아시안게임의 경우에는 한국이 유치했다가, 박정희 대통령이 반납결정을 내렸습니다. 과도한 비용부담 때문에 반납하는 것이 낫겠다는 의사결정을 했던 것입니다.

대형스포츠행사가 '정치적 문제'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대형스포츠 행사를 유치하는 것도 정치적 의사결정이고, 분산개최를 할 것이냐 반납을 할 것이냐는 의사결정도 정치적인 문제입니다.

문제는 '이런 정치적 의사결정을 누가,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지금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강원도지사, 대통령이 분산개최를 거부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런 소수가 독단적으로 정치적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라면, 찬·반 논란이 있고 깊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이런 식으로 결정하지 않습니다. 독일의 뮌헨 등은 올림픽 유치여부에 관해 주민투표를 실시해서 유치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1970년대에 미국 덴버시는 주민투표를 거쳐 동계올림픽을 반납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주민투표로 결정한 이유는 동계올림픽으로 인한 부담을 지역주민들이 세금납부 등의 형태로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들 사례를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면, 평창동계올림픽의 경우에도 강원도민들의 주민투표를 거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찬·반 논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환경파괴나 예산낭비는 두고두고 강원도민들에게 짐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황은 심각합니다. 500년 된 가리왕산의 숲을 단 사흘간의 경기를 위해 파괴하고 있습니다. 강원도에는 빚이 쌓이고 있습니다. 이미 대회유치를 위해 건설한 알펜시아 리조트로 인해 9800억 원의 부채를 지고 있고, 대회를 마무리할 때까지 강원도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입니다.
한편 평창동계올림픽은 외국에서 했던 국제스포츠행사와는 다른 특수성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동계올림픽같은 국제스포츠 행사가 지역정치의 차원을 넘어서서 국가정치에 의해 왜곡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으로 본다면,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를 위한 예산은 강원도가 1차적으로 부담하고, 국가는 보조적으로 지원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입니다. 애초에 8조8000억 원이라던 예산은 2014년 말 기준으로 13조 원까지 뛰었습니다. 강원도는 애초부터 이런 대규모 사업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국가가 다수 예산을 부담하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부담은 강원도민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지게 된 셈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어떤 절차를 거쳐 결정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주민투표를 거치는 것이 어렵다면, 강원도민들이 참여하는 공론화 절차와 범국민적인 공론화 절차라는 두 종류의 공론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체육단체, 시민·환경단체들은 여·야 정당, 강원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분산개최방안 논의를 위한 범국민 토론회와 강원지역토론회를 해 보자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아주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제안이라고 할 것입니다. 시민·환경단체 내에서는 분산개최를 끝내 거부한다면 반납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는 것 아니냐? 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지막까지 분산개최를 통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려는 것입니다.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이대로 졸속 강행했을 경우에 누가 책임을 질 것입니까? 임기가 5년에 불과한 대통령이 책임질 수 있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릴 쯤이면 임기가 끝나게 됩니다. 예산을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해 놓은 상태에서 무책임하게 떠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대통령은 이미 있었습니다. 4대강 사업을 저질러놓고 나 몰라라 하고 떠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떠오릅니다.

최문순 도지사의 임기도 2018년이면 끝납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대회가 끝나면 사라지게 됩니다.

이대로 평창동계올림픽이 추진될 경우에는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습니다. 부담은 전 국민과 강원도민들이 두고두고 지게 되는데, 책임질 사람들은 사라져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책임질 수 없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부담을 최종적으로 떠안게 될 사람들이 참여해서 결정하는 게 옳습니다.

오늘 체육단체, 시민·환경단체들은 분산개최를 하면, 최소 8435억 원 이상의 예산이 절감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것은 아주 최소로 잡은 수치이기 때문에, 분산개최를 할 경우에 예산절감 효과는 훨씬 더 커질 것입니다.

가리왕산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산과 자연의 친구 우이령'의 대표인 이병천 박사는 '생태적 가치가 대한민국에서 5번째 안에 들어가는 가리왕산을 지금이라도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벌목이 진행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토양이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추가파괴행위를 멈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벌목이 진행되고 있는 가리왕산. ⓒ녹색연합

이미 국민여론은 분산개최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Jtbc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7.8%가 국내 분산개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분산개최를 거부하는 권력자들은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고, 지금이라도 합리적 토론에 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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